[창간르포-‘현장을 가다’-①] 안산 동산고 자사고 폐지 최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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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르포-‘현장을 가다’-①] 안산 동산고 자사고 폐지 최선인가?
  • 윤대우
  • 승인 201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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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고 한 학생 “우리학교 10점 만점에 10점이다”
안산 한 시민 “동산고 학생들은 인격이 훌륭하다”
중학교 교사 “교육정책 자주 바뀌면 학생-학부모 절망”
경기도 안산 동산고 전경 (사진=이슈밸리ⓒ)
경기도 안산 동산고 전경 (사진=이슈밸리ⓒ)

안산 동산고가 경기도교육청의 모호한 평가로 하루아침에 자사고 폐지가 결정됐다. 안산 동산고는 경기도교육청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에서 재지정 기준점인 70점(100점 만점)에 미치지 못한 62.06점을 받아 지정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자사고 페지 결정 사실을 접한 재학생들, 그들의 학부모와 안산시민, 동산고 입시를 준비했던 학생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과연 안산 동산고 자사고 폐지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미래를 보지 못한 섣부른 판단일까? 안산 동산고 학교 분위기, 재학생과 안산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았다. 또한 경기도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결정이 올바른 절차를 거쳤는지, 국민 대다수는 이번 안산 동산고 자사고 폐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슈밸리 창간르포 '현장을 가다']에서 2회 걸쳐 취재했다. - 편집자 -

[이슈밸리=윤대우 선임기자] 전북 상산고와 함께 자사고 폐지가 결정된 안산 동산고를 지난 21일 직접 찾았다. 안산 동산고는 ‘수학의 정석’ 홍성대 이사장이 세운 전북 상산고에 비해 언론에 관심을 덜 받고 있었다.

4호선 상록수역에서 안산 동산고까지는 대중교통으로 20분, 그리 멀지 않았다. 안산 동산고를 찾아가는 길에서 만난 한 시민에게 자사고 폐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안산 동산고는 이 지역의 자부심이었던 학교인데 자사고 취소가 말이 되나요. 나는 경기도교육청 결정에 반대합니다. 청와대에 민원을 넣을 생각입니다”라고 강경하게 밝혔다. 다른 시민들도 비슷한 어조로 목소리를 높였다.

자사고 폐지란 충격을 접한 안산 동산고 앞은 의외로 차분했다. 취재 기자들도 없었고, 학부모들이 웅성웅성 몰려 있지도 않았다. 체육 시간을 맞아 운동장에서 야구와 농구를 하는 학생들만 곳곳에 눈에 띄었다. 몇몇 학생에게 다가가 자사고 폐지에 대한 심정을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학교 3학년 김지동(가명) 학생은 “너무 안타깝습니다. 우리학교 정말 좋은 학교인데 자사고 폐지된 것이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후배들이 불쌍합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2학년 정도헌 학생은 “학생 입장으로서 이런 훌륭한 고등학교가 자사고 폐지된 것이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지금 충분히 좋은 교육받고 있고 선생님도 그런 교육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이 학교가 계속 자사고로 남아 앞으로도 좋은 교육을 제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당당하게 말하는 그에게 “만약 학교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줄 수 있냐”고 갑자기 물어봤다. 정도헌 학생은 “10점 만점에 10점을 자신 있게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나 선생님들에게 불평불만 가득했던 청소년기를 보냈던 기자에게 자신의 학교가 너무 자랑스럽고 자부심 가득하다는 학생 말은 충격이었다. 마치 기자의 질문을 예상하고 준비한 멘트 같았다. 그런데 그는 진실해 보였다.    

◆ 안산의 자랑 동산고 왜 명문고 인가?

그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안산 동산고는 안산뿐만 아니라 서울-경기권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모이는 학교다. 멀리 지방에서도 올라온다고 한다. 서울대 진학률은 강남 8학군에 뒤지지 않는다. 

교육 전문 매체인 베리스타알파에 따르면 안산 동산고는 올해 1월 30일 기준 서울대에 11명을 입학시켰다. 최근 7년간 서울대 진학률(정시+수시)은 평균 23명으로 2019년(11명) 2018년(14명) 2017년(33명) 2016년(26명) 2015년(28명) 2014년(25명) 2013년(29명)을 기록했다.

안산 동산고의 서울대 진학률은 최근 몇 년간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경기권 대표 외고는 물론이고 강남 8학군 명문고 진학률을 뛰어 넘었다.  

강남 최고 명문고인 서울고의 서울대 진학률은 지난 1월 30일 기준 7년간 2019(17) 2018(14) 2017(21) 2016(16) 2015(17) 2014(12) 2013(13)을 기록해 평균 15.7명을 서울대에 입학시켰다.

8학군 대표 영동고는 2019(11) 2018(12) 2017(3) 2016(18) 2015(16) 2014(8) 2013(12)는 평균 11.4명을 서울대에 진학시켰고 대통령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모교인 숙명여고는 2019(16) 2018(17) 2017(17) 2016(19) 2015(21) 2014(12) 2013(13)으로 평균 16.4을 서울대 입학률을 기록했다. 

8학군 자사고인 중동고는 2019(20) 2018(31) 2017(14) 2016(21) 2015(21) 2014(18) 2013(15)으로 평균 20명의 서울대 진학률을 기록했다.

경기권 대표 외고 명문 고양외고는 2019(15) 2018(17) 2017(19) 2016(18) 2015(23) 2014(21) 2013(20)으로 19명을 기록했고 경기외고는 2019(16) 2018(15) 2017(192016(20) 2015(23) 2014(21) 2013(13)으로 평균 18.1명을 나타냈다.

대한민국 명문고 기준이 오직 서울대 진학률인 만큼, 서울대 평균 23명의 입학률만을 놓고 보면 안산 동산고 위상은 서울-경기권에서 확고한 명문고 반열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안산 동산고가 일반 명문고들과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학생들이 모인 학교가 아니라, 인격과 성품을 갖춘 인재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러한 말은 안산 동산고 인근의 주민들이 기자에게 직접 들려준 말이었다. 그들은 이구동성 “안산 동산고 학생들은 뭔가 다르다”라고 말했다. 과연 무엇이 다를까.

경기도 안산 동산고 교정에 있는 학교 교훈 (사진=이슈밸리ⓒ)
경기도 안산 동산고 교정에 있는 학교 교훈 (사진=이슈밸리ⓒ)

◆ 안산 동산고가 무엇이 다른가?
 
2005년부터 14년간 안산 동산고 바로 옆에서 수퍼를 운영하는 양미진씨(가명)는 안산 동산고 전문가로 통한다. 그동안 수많은 졸업생들이 양씨 가게를 이용했고 양씨는 학생들을 가장 가까이 지켜봤다. 그는 ‘동산고 학생들이 일반고 학생과 다른 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자에게 들려줬다.  

 “여기 학생들은 일반고와 확연히 달라요. 공부도 공부지만 일단 인격과 성품이 다릅니다. 보통 중학생들이 험한데, 여기오면 고 1, 2, 3 학년으로 오를수록 학생이 변합니다. 거칠었던 애들도 부드럽게 되가요. 과거 평촌에서 소위 일진을 하던 여학생이 이곳에 왔는데 아빠는 불안불안해서 매일 딸을 학교 앞까지 데려다 줬어요. 그런데 그 여학생이 고3 때는 완전 변한 모습을 봤습니다”

입시 위주의 한국 교육현실에서 그게 가능한 일일까? 양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고2 선배가 1학년 후배를 멘토링(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멘티‘mentee: 멘토링을 받는 사람’에게 지도와 조언을 하면서 실력과 잠재력을 개발하는 것)하며 챙기는 문화가 있어 선후배 관계가 더욱 긴밀합니다.” 그는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훌륭하다고 말했다. 모든 남자 선생님들은 술·담배를 안한다는 것이 양씨 설명이다.

“물론 술-담배 안한다고 훌륭하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학생들 앞에서 조심하려는 모습 자체가 교사로서 갖춰야 할 기본 덕목 아닐까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다른 학교 학생들과 다른 근본 원인’을 물었다.

양씨는 “아마도 신앙적인 교육 때문인 것 같습니다. 보통 교회를 안다니던 학생들이 이곳에 와서 변하는 이유는 선생님이나 선배들의 모범적인 모습을 보고 자신도 서서히 변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양씨에게 그러한 행동이 선배들의 강요에 의한 일시적 현상은 아닌지? 되물었다.

그는 “지금은 학생인권조례가 강해서 학교나 선생님, 선배들이 일방적으로 신앙을 강요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그랬다간 큰일 나죠. 모두가 자발적인 노력의 결과입니다.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변하는 것이죠. 그래서 더 훌륭한 학교라 생각합니다.”

양 씨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과거 우리 수퍼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 청년이 한 명 있었습니다. 교회를 안다니던 청년이었죠. 그런데 어느날 그 친구가 불쑥 이런말을 했어요. “이 학교(동산고) 학생들은 다른 것 같습니다. 확실이 달라요”

안산 동산고 교정에는 거대한 비석이 있다. 그곳에는 “하나님을 경외하고 이웃을 사랑하자” 말씀이 있었다. 이들이 얼마나 하나님을 경외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이웃을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안산 동산고는 바로 옆에 있는 동산교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안산 동산교회 원로 목사이자 학교법인 동산학원 이사장인 김인중 목사는 1993년 12월 8일 안산 동산고를 설립했다. 김인중 목사는 1976년 가을 동아일보 신문에 나온 ‘반월신공업단지 정부에서 조성’이란 사회면 기사를 보고 안산에 교회를 세워야겠다는 뜨거운 열정이 생겼었다고 한다. 그는 3년 후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낯선 안산에 동산교회를 개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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