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주의 청진기] “약 한번 먹으면 계속 먹어야 한다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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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의 청진기] “약 한번 먹으면 계속 먹어야 한다던데요”
  • 이슈밸리
  • 승인 202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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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사진=픽사베이)
청진기 (사진=픽사베이)


[이슈밸리=칼럼] 고혈압이라는 병에 대해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대표적인 성인병이면서 워낙 적지 않은 환자가 있는 질환이라 모든 사람들이 이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이 필요한 병이라 생각합니다. 

 고혈압이라는 병은 진단 자체가 복잡한 병은 아닙니다. 이름 자체에 이미 어떤 병인지가 드러나 있듯이 혈압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이에 대해 고혈압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오직 혈압을 측정하는 것으로 고혈압인지 아닌지 진단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가끔 ‘저는 뒷목도 안 아프고 아무 증상도 없는데 고혈압이라니 무슨 말씀이신가요?’하시는 분이 있는데 고혈압의 진단에서 증상 여부는 고려되지 않습니다. 

이동주 해드림 가정의학과 원장
이동주 해드림 가정의학과 원장

그렇다면 혈압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집안 전체 수도관에 물이 공급되기 위해서는 수도펌프가 필요하고 그 수도 펌프가 만들어내는 힘이 수압이 되듯이 온 몸에 피를 공급하기 위해서 심장은 열심히 박동을 하고 있고 그 박동이 만들어내는 압력이 혈압입니다. 

집마다 수도를 틀어보면 수압이 쎄서 물이 쎄게 나오는 집도 있고 수압이 약해서 물이 비실비실하게 나오는 집도 있듯이 혈압도 사람마다 제각각입니다. 수압은 쎄야 여러모로 생활하는데 편리하지만 혈압은 낮은 것이 좋고 높은 혈압이 지속되면 이에 대해 고혈압이라 진단을 붙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혈압은 어떻게 측정할까요? 키를 측정하기 위해 신장계를 쓰고 체중을 측정하기 위해 체중계를 쓰듯이 혈압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혈압계를 이용합니다. 몸무게도 옷입고 쟀을 때 다르고, 밥먹고 쟀을 때가 다르듯이 혈압도 시시때때로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할 때는 혈압측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없는지 살펴봐야합니다. 병원에서 환자분들을 진료할 때 혈압이 높게 나오면 환자분들이 “병원까지 걸어와서 이렇게 높게 나오는 거에요” “계단으로 와서 그런가?” “방금 전 커피를 마셨어요” 라는 말씀들을 하시는데 모두 일리가 있는 말씀들입니다. 

그래서 혈압은 항상 5분간 안정을 취한 뒤에 측정을 하고 측정하기 30분 이내에는 커피나 흡연을 하지 않은 상태로 측정해야 정확한 혈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측정한 혈압이 140/90을 넘으면 고혈압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혈압은 꼭 숫자 두개로 표시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두 숫자 중 높은 숫자를 수축기 혈압이라 하고 낮은 숫자를 이완기 혈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둘 중에 하나만 기준을 넘어도 고혈압이라는 진단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140/90을 넘지 않으면 정상혈압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상혈압은 120/80 보다 낮을 때 정상혈압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고혈압과 정상혈압 사이의 혈압은 뭘까요? 이는 앞으로 고혈압 진단이 될 수 있는 위험한 혈압이라 해서 마치 고혈압 환자가 된 것처럼 생활 습관의 주의를 필요로 하는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혈압은 왜 병이 되었을까요? 아까 혈압을 수도관의 수압으로 비유해서 말씀드렸습니다만 왠지 혈압도 수압처럼 충분히 높아야 온몸으로 피가 잘 돌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혈압이 높은 상태를 병이라고 하고 치료의 대상이라고 할까요? 문제는 바로 ‘수도관’ 때문입니다. 

수도관은 금속으로 되어있어서 수압이 강해도 문제가 없지만, 그 수도관에 해당하는 우리의 혈관은 혈압이 높으면 상처를 입고 혈관 안에 때가 끼는 일이 생깁니다. 이를 동맥경화라 하는데 이러한 동맥경화는 결국 혈관을 막히게 하거나 터지게 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애초에 고혈압을 치료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몸에 혈관이 없는 곳은 없지만 특히나 심장의 혈관이나 뇌혈관은 결국 우리 생명과 직결되는 혈관이기 때문에 결국 고혈압의 치료는 ‘심뇌혈관 질환의 예방’을 위해 필수적인 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고혈압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았습니다. 치료는 의사가 하는 것이지 그걸 내가 알아서 뭐하냐 하실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고혈압의 치료는 99프로 환자 본인에게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크게 고혈압 치료에는 생활습관 교정과 고혈압 약이 있습니다만 고혈압 환자들을 치료할수록 이 생활습관 교정이라는 치료가 얼마나 중요한 치료인지를 느끼게 됩니다. 사실 생활습관 교정이라는 것이 몰라서 못하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담배 끊으세요’ ‘음식 싱겁게 골고루 드세요’ ‘스트레스 줄이시고 적절한 운동으로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하세요’ 등 누구나 알고 있는 건강 수칙과 다르지 않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들이고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할 때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입니다. 

그렇다보니 환자분들에게 생활습관 교정을 당부하면서 동시에 고혈압 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듣는 가장 흔한 환자분들의 반응이 위 제목과 같은 반응입니다. 혈압약을 먹기 시작하면 혈압약을 중단하는 순간 중풍이 오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예 고혈압 약을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고혈압 약은 고혈압 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혈압이 조절되면 얼마든지 끊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생활습관교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뿐입니다. 실제로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분도 있습니다. 몇 달 사이에 체중 15킬로그램 줄이고 술 담배 다 끊고 완벽한 정상혈압을 만들어서 오셨기에 제가 먼저 고혈압약을 중단하자고 말씀드린 드린 분도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조절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니 심한 고혈압으로 진단된 분은 생활 습관 교정뿐만 아니라 고혈압 약을 동시에 사용해서 혈관이 피해를 입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생활습관 교정과 같은 치료에는 신경 쓰지 않으면서 단지 고혈압 약만으로 혈압이 조절된 환자분이 ‘이제 혈압이 조절되었으니 고혈압 약을 끊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는 마치 ‘안경을 써서 시력이 좋아졌으니 이제 안경 벗어도 괜찮겠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요즘에 개발되는 고혈압 약은 단지 혈압을 조절하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주요 장기들을 보호하는 효과까지 증명된 것들이 많아서 굳이 끊어야 할 이유가 없으면 꾸준히 복용하실 것을 권유하는 경우도 많으니 이러한 효과를 잘 이용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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