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 감독, 2차전 선발 페덱을 5차전 구원으로 기용…4이닝 무실점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 106조5000억원…HBM4 양산·공급 확대
[이슈밸리=윤대우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8일 대구에서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앞세워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 열흘 만이다. 야구에서는 선발투수를 구원으로 돌린 박진만 감독의 마운드 운용이 우승을 확정하는 데 힘을 보탰다.
삼성은 이날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T 위즈를 12-1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했다. 정규리그 2위 삼성은 수원에서 열린 1차전에서 패했지만 2차전을 잡은 뒤 대구에서 3~5차전을 모두 이겼다. 정규리그 2위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2018년 SK 와이번스 이후 8년 만이다.
5차전에서는 KT가 3회초 장진혁의 희생플라이로 먼저 득점했다. 삼성은 3회말 2사 1루에서 구자욱의 1타점 2루타로 동점을 만든 뒤 르윈 디아즈의 적시타로 역전했다. 두 아웃 뒤 연속 4안타로 3점을 낸 삼성은 5회말 최형우와 이재현의 적시타, 김지찬의 2타점 3루타 등을 묶어 8점을 추가했다.
박진만 감독, 페덱 구원 투입…구자욱은 시리즈 MVP
박 감독은 경기 전 원태인을 선발로 내세우고, 2차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크리스 페덱을 불펜에 대기시켰다. 앞서고 있을 때 페덱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원태인이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자 박 감독은 6회부터 페덱을 올렸다. 페덱은 타자 12명을 연속으로 잡아내며 4이닝 퍼펙트 세이브를 기록했다. 탈삼진은 5개였다.
주장 구자욱은 5차전에서 동점 2루타를 포함해 3안타를 쳤다. 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500(20타수 10안타), 1홈런, 6타점을 올려 기자단 투표 97표 가운데 72표를 얻었다. 2015년 1군 데뷔 이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삼성은 1985년 전·후기 통합 우승을 포함해 통산 9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016년 개장한 라이온즈파크에서 우승을 확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는 연초부터 HBM4 양산…3분기 영업이익 106조원
라이온즈가 우승을 확정하기 열흘 전, 삼성전자도 분기 실적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달 29일 발표한 3분기 연결 매출은 195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107조4000억원이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4분기 연속 사상 최대였다. 실적을 이끈 건 반도체였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147조1000억원과 영업이익 106조5000억원을 올렸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약 99%가 반도체에서 나왔다.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판매 확대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2월 6세대 제품인 HBM4의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
한 달 뒤 전영현 DS부문장은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와 차세대 AI 메모리 협력을 확대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삼성전자는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에 들어갈 HBM4의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됐다. 3분기 HBM4 매출은 전 분기의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수요는 내년 공급 물량에도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7년 HBM 공급 예정 물량의 판매 협상을 마쳤으며, 주요 고객사들이 추가 공급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 전반에서 대형 고객사 10곳과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고, 다른 10곳과도 협상 중이다. 생산 능력을 늘리기 위한 투자도 이어간다. 올해 시설투자 예정액 84조4000억원 가운데 76조8000억원을 반도체 부문에 투입해 메모리 생산시설 등을 확충할 계획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12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은 여러 고비를 거친 뒤에 나왔다. 2021년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구속됐고, 2023년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14조원대 영업손실을 냈다. 라이온즈도 같은 해 정규리그 8위에 그쳤다.
절치부심(切齒腐心) 끝에 다시 우승에 도전한 라이온즈는 올해 한국시리즈 첫 경기를 내주고도 네 경기를 내리 이겼다. 삼성전자는 AI 메모리 양산과 고객사 확보를 병행해 반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두 경사가 겹친 2026년은 삼성에 전화위복(轉禍爲福)의 해로 남을 만하다. 야구와 반도체의 반등은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이들에게도 다시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