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권동혁 기자] 미국 공화당의 중간선거 참패 이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이란전쟁 책임론의 중심에 섰다. 민주당의 의회 조사와 탄핵 추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화당 내부에서도 그에게 패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유임 입장을 밝혔지만, 물밑에서는 교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5일(현지시간) CNN과 CBS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패배 이후 주변 인사들에게 헤그세스 장관의 업무 수행과 거취에 관한 의견을 구하고 있다. 이란전쟁의 장기화가 선거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 속에 전쟁을 적극 지지해온 국방 수장에게 정치적 부담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JD 밴스 부통령은 선거 다음 날 공화당이 패배한 이유로 이란전쟁을 지목했다. CNN은 일부 공화당 의원과 관계자들이 헤그세스 장관이 전쟁을 빠르게 끝낼 수 있다고 지나치게 낙관했으며, 출구전략도 충분히 마련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내부의 움직임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대신 헤그세스 장관에게 책임을 집중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CNN은 당내 선거 전략가들이 패배 원인이 전쟁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데에는 여전히 신중하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헤그세스 장관에 대한 신임을 철회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취재진에게 그가 업무를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교체설을 부인했다. 공개적인 유임 발언과 측근들의 교체 요구가 엇갈리면서 최종 인사 결정은 불투명한 상태다.
당장 변수는 하원의 탄핵 움직임이다. 공화당 소속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은 의회가 복귀하는 다음 주 헤그세스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 표결을 추진하겠다고 CNN에 밝혔다. CNN은 복수의 공화당 소식통을 인용해 하원 통과를 예상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매시 의원은 지난 9월에도 헤그세스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내놓았다. 의회의 승인 없이 이란에서 군사행동을 지속하는 등 전쟁권한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이는 탄핵을 추진하는 의원 측의 주장으로, 위법 여부가 최종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더라도 곧바로 파면되는 것은 아니다. 상원 탄핵심판에서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유죄에 찬성해야 한다. 의원 100명이 모두 출석하면 67표가 필요해 민주당 단독으로 파면을 결정하기는 어렵다.
헤그세스 장관 측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정치적 목적의 조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헤그세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국방부를 이끌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테네시주 상원의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방안도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의 주지사 당선으로 향후 생길 공석과 관련해 헤그세스 장관이 그 자리를 맡으면 인기가 높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를 구체적인 인사 구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AP는 5일 사정에 밝은 인사를 인용해 헤그세스 장관이 현재 후임 상원의원으로 검토되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블랙번 의원도 내년 1월 주지사 취임 때까지 상원의원직을 유지할 예정이어서 해당 의석은 아직 공석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장관 교체를 선택한다면 후임자 인준 시점도 고려해야 한다. 내년 1월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 되면 인준 과정에서 더 강한 검증과 반대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의 상원 장악이 모든 후임자에 대한 인준 불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헤그세스 장관의 거취는 선거 패배에 대한 인사 책임을 넘어 이란전쟁의 의사결정과 수행 과정을 둘러싼 의회 검증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탄핵 추진 과정에서 장관의 판단뿐 아니라 최종 결정을 내린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정책도 함께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