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는 추가 타격 경고…북한에겐 해킹 알고도 대화 손짓
[이슈밸리=디지털뉴스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가상자산 탈취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공식 지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소행으로 확인되면 직접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거론하며 추가 공격 가능성도 경고했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의 사이버 범죄와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동시에 미국 외교·안보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FBI, 북한 연계 ‘트레이더트레이터’ 지목…탈취 자금 추적
FBI는 3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안 공지에서 지난 29일 전후 바이낸스에서 60억 달러 이상의 가상자산을 탈취한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고 밝혔다. FBI가 이번 공격과 관련해 지목한 북한의 악성 사이버 활동 명칭은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다.
FBI는 비밀경호국(USSS), 국세청 범죄수사국(IRS-CI)과 함께 탈취 자산이 주로 이더리움으로 전환되는 정황을 확인했다. 이후 탈중앙화금융(DeFi)과 즉시 교환 서비스를 거쳐 추가 자금세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당국은 관련 지갑 주소를 공개하고 거래소와 블록체인 분석업체, 가상자산 서비스 사업자 등에 해당 주소와 연결된 거래를 차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사의 초점이 공격 주체 확인에서 탈취 자금의 이동 경로 추적과 현금화 차단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번 사건의 피해 규모는 약 63억 달러로, 가상자산 업계에서 발생한 단일 해킹 가운데 최대 수준으로 보도됐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는 자산이 탈취된 시점의 가격을 기준으로 피해액을 약 63억6천만 달러로 추산했다. 평가 시점과 가상자산 가격에 따라 집계액에는 차이가 있다.
북한에는 직접 논의 언급…이란에는 “10분이면” 타격 경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낸스 해킹 사건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소행인지는 모르지만, 그렇다면 북한과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취지로 밝혔다.
FBI가 북한의 책임을 명시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조건부 표현을 사용하며 직접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구체적인 접촉 경로나 시기, 협의 수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발언만으로 북미 간 대화 재개가 추진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란을 향해서는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의 군사력 상당 부분을 무력화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여전히 처리해야 할 시설이 한두 곳 남아 있고 “10분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추가 대상으로는 지하 핵시설로 알려진 곡괭이산(Pickaxe Mountain)을 거론했다.
그러면서도 이란과의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해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남겼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공격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으며 외교적 해결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군사 행동의 실행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란도 대응 태세를 높이고 있다.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어떤 수준의 위협에도 즉각적이고 강력하며 지리적 제한이 없는 대응을 준비하도록 군에 지시했다. 이란 협상단은 카타르 중재진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어 군사적 경고와 외교 접촉이 함께 이어지고 있다.
해킹 피해 복구와 자금 회수는 별개…선거 이후 대응 주목
바이낸스 사건에서 주목할 대목은 거래소의 고객 피해 보전과 범죄 자금 회수가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거래소가 자체 자금으로 부족분을 충당하더라도 공격자가 빼돌린 자산까지 회수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객 보호 조치와 별도로 탈취 자금의 세탁·현금화를 막는 수사가 이어져야 하는 구조다.
TRM랩스의 아리 레드보드 최고정책책임자는 AP통신에 공격자들이 자산을 잘게 나눠 소규모 거래소 등을 통해 세탁하려 할 수 있으며, 이 과정이 수개월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금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수사하고, 범행을 저지하며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탈취 속도만큼 거래 차단과 수사기관·민간업체 간 정보 공유 속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대이란 발언에서도 대응 방식의 차이가 드러난다. 북한 관련 해킹에는 직접 논의를 언급했고, 이란에는 군사적 타격 가능성을 내세우면서 협상을 이어갔다. 공개 발언을 종합하면 사안에 따라 대화와 압박의 비중을 달리하는 양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북한과의 직접 논의를 제재 완화 신호로 보거나, 이란에 대한 공격 경고를 곧바로 실행 명령으로 해석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특히 중간선거 직후 이란 타격 가능성이 보도됐지만, 미 행정부가 공격을 최종 결정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오는 3일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두 현안은 미국의 안보 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발언이 특정 정당의 승리로 이어질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향후 판단의 근거는 북한 연계 탈취 자금의 실제 동결·회수 성과, 북미 간 후속 접촉 여부, 이란과의 협상 및 군사 행동 결정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