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권동혁 기자] 북한 군 당국이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 외부 영상물을 접하거나 유포한 군인들을 공개재판에 세우고 처벌하는 영상을 제작해 내부 사상 단속에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공개한 북한군 대상 사상교양 영상에는 부대 안에서 한국과 미국의 영상물을 시청하고 유통한 군인 및 종사자들이 단속돼 처벌받는 장면이 담겼다.
RFA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 영상이 2023년쯤 제작돼 현재까지도 북한군 내부에서 교양 자료로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영상에는 부대 내 반입이 금지된 개인 휴대전화로 불순녹음녹화물을 구입해 시청하고 유포한 정황이 드러났다.
영상 해설자는 "당에서 이미 군인이라면 사회 손전화(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말 데 대해 그처럼 여러 차례 걸쳐 강조할 대로 했건만"이라며 승용차 운전수를 비롯한 군인들이 사회 손전화를 이용해 불순녹화물을 보관하고 유포했다고 지적했다.
적발된 군인들은 공개재판장에서 군복의 혁대와 모자가 벗겨진 채 체포·연행됐으며 반성문을 쓰는 장면도 포함됐다.
적발된 한 군인은 "불순녹화물을 시청하는 과정에서 점차 머릿속에 괴뢰들의 말투와 자본주의 사상 의식이 떠날 줄 몰랐다"며 "정말 후회된다"고 눈물을 흘렸다.
영상 속 여성 토론자는 "제국주의 사상문화와 생활양식에 쩌들대로 쩌든 저자들을 즉격 처형"해야 한다며 "끝까지 추적하여 모조리 잡아내며 무자비한 철추를 내려줄 것을 전체 군부대 종업원들의 이름으로 강력히 제기한다"고 주장했다.
해설자 역시 외부 영상물 시청을 가족과 친척의 신세까지 망치게 하는 독초로 비난하며 사면이 불허되는 5년 이상의 노동교화형 등 엄벌을 강조했다.
북한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021년 청년교양보장법, 2023년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차례로 제정하며 외부 문화 유입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해 왔다.
2023년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도 토론회에서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정권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적용해 공개처형을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비공개로 진행되는 군사재판 과정까지 영상으로 제작해 배포한 것은 젊은 층이 밀집한 군대 내부까지 확산한 한류를 통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대 객원교수는 RFA에 "북한은 17세 무렵 입대해 최소 7년에서 길게는 13년까지 복무한다"며 "수많은 젊은이가 모인 조직 안에서 한국 문화에 관심이 없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마키노 교수는 이어 "군사재판은 통상 기밀 유지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재판 과정을 영상으로 공개했다는 것은 군 지도부가 내부의 사상 오염에 대해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