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윤대우 기자] 세계 8위권 국방비 지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후티 반군의 연쇄 공항 공격을 받으면서, 막대한 방위비와 첨단 방공망이 왜 민간 공항을 지키지 못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11일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 인근에서 순항미사일을 요격했고, 동부 지역 드론과 카미스무샤이트 방향 탄도미사일도 격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공항 터미널에는 정체가 공개되지 않은 발사체가 떨어져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전날 피격에 이어 공항 운영은 중단됐고, 담맘 킹파드 국제공항도 공격받았다. 후티는 일련의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주력은 미국산 패트리엇·THAAD…“한국산 실패” 근거 없어
사우디 방공의 중심은 미국산 패트리엇이다. 패트리엇은 항공기·순항미사일·전술탄도미사일 요격에 쓰이며, 사우디는 이를 장기간 운용해 왔다. 미국 국무부도 올해 1월 사우디에 대한 PAC-3 MSE 요격미사일과 관련 장비, 약 90억달러 규모의 판매 가능성을 승인했다. 사우디는 THAAD도 도입해 다층 방어망을 확대해 왔다.
한국산 천궁-II(M-SAM II)는 2024년 사우디 국방부와 LIG넥스원이 약 32억달러 규모 수출계약을 체결한 체계다. 다만 이번 리야드 공항 공격 당시 천궁-II가 어느 지역에 배치돼 있었는지, 실제 교전했는지는 사우디 정부나 군이 공개하지 않았다.
러시아산 S-400은 사우디가 도입 협의를 한 적은 있으나, 미국산 THAAD 도입 결정 뒤 실제 구매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러시아 측 설명이 나온 바 있다. 중국산 방공망이 이번 공항 방어의 핵심이었다는 공개 근거도 확인되지 않는다. 사우디가 과거 중국산 DF-3 계열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사실과 방공체계 운용은 별개다.
“방공망이 있어도 하나는 들어올 수 있다”
해외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방공망의 ‘무용론’보다 장기 소모전의 구조적 한계로 본다. 킹스칼리지 런던 전쟁학과의 나와프 오바이드는 알자지라에 “다층 방공망을 갖춰도 하나는 결국 들어올 수 있다”며 다수의 공격 시도 가운데 성공하는 단발 공격이 큰 정치·심리적 파장을 만든다고 분석했다.
오스트리아 출신 안보·국방 분석가 볼프강 푸슈타이는 사우디의 탄도미사일 방어망이 본래 이란발 위협 대응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며, 후티발 공격이 늘수록 예멘 방향으로 방어 자산을 재배치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고 짚었다. 후티는 저속 드론,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을 섞어 여러 방향·속도로 발사해 탐지와 요격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전술을 구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드론과 저고도 순항미사일은 지형·건물·지구 곡률에 따른 레이더 탐지 한계를 이용할 수 있다. 탄도미사일 방어에 적합한 고가 요격미사일을 드론과 값싼 유도무기에 계속 쓰면, 공격자보다 방어자의 비용과 탄약 소진 속도가 더 빨라지는 이른바 ‘비용 교환비’ 문제가 발생한다.
요격미사일 재고와 통합지휘가 관건
AP통신은 사우디가 요격미사일 재고 부족에 직면했으며, 프랑스·영국·파키스탄·이집트에 방공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가 같은 기간 일부 미사일과 드론을 실제로 요격했음에도 공항 타격을 막지 못한 배경에는, 단순히 발사대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탐지·식별·교전 우선순위·요격탄 재고가 동시에 압박받는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연구소는 사우디 방공망의 취약점으로 방어 자산의 과도한 분산, 체계 간 조정 부족, 평시 중심 운용을 지적해 왔다. 방공망은 레이더가 표적을 찾고, 지휘체계가 위협을 판별한 뒤, 적합한 무기체계에 교전 명령을 내려야 작동한다. 어느 한 단계라도 늦거나 잘못 판단하면 첨단 요격체계가 있어도 빈틈이 생길 수 있다.
832억달러 국방비에도 드러난 비대칭전의 역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사우디의 2025년 군사비는 832억달러로 중동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후티는 비교적 저렴한 드론과 미사일로 민간 공항·석유시설·항공 노선을 겨냥해 사우디에 훨씬 큰 경제·외교적 비용을 안기는 비대칭 전략을 펴고 있다.
이번 공항 피격은 미국산 패트리엇이나 THAAD, 한국산 천궁-II 가운데 어느 한 체계가 ‘무력화됐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발사체 종류와 비행경로, 탐지·교전 기록, 실제 배치 체계가 모두 비공개이기 때문이다.
나와프 오베이드 킹스칼리지런던 전쟁학과 선임연구원은 알자지라에 “다층 방공망을 아무리 갖춰도 결국 한 발은 통과하게 마련”이라며, 다수의 후티 공격 시도는 저지되더라도 일부 성공 공격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사우디가 앞으로 공항·석유시설·군기지 등 핵심 시설별로 저고도 드론 방어와 중·고고도 미사일 방어를 더 촘촘히 결합하고, 요격탄 재고와 통합지휘 능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과제는 분명해 보인다. 이는 대한민국 방공망에도 던지는 교훈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