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국방외교부 윤대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박 3일 국빈 일정은 화려한 환대와 ‘생산적 회담’이라는 표현을 남겼지만, 정작 대만·무역·이란·AI를 둘러싼 구체적 합의는 공개되지 않은 채 끝났다는 평가다.
외신들은 이번 회담의 성과를 전면적 타결보다 미중 충돌을 당분간 관리하고, 11월 중국 선전 APEC 정상회의까지 대화의 판을 유지한 것에서 의미를 두고 있다.
무엇보다 시 주석에게 이번 방미는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외교였다.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을 확정하고, 이를 미중 관계 안정과 중국의 국제적 위상 과시로 연결하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시 주석은 미국을 먼저 찾는 형식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고 수준의 예우를 받았고, 이후에는 중국이 주최하는 APEC에서 ‘주인’의 위치로 다시 맞이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손해만 보는 구도는 아니었다는 분석이다.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확대, 무역 휴전 연장, 희토류·공급망 협력, 이란 문제에서의 중국 역할은 모두 국내 물가와 농민 표심, 중동전쟁 부담을 안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절실한 카드다. 외신들은 양국이 이번 회담에서 대형 합의보다 무역 휴전의 연장과 제한적 경제 성과를 우선 관리하려 했다고 봤다.
시진핑의 진짜로 속내는 대만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 가장 무겁게 다룬 것은 대만 문제였다는 데 외신들의 시각은 대체로 일치한다. 시 주석은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히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원칙 확인을 넘어,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와 군사 지원을 실질적으로 늦추거나 제한하라는 요구로 읽힌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 무기 관련 수출 중단"을 직접 요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딴청을 피웠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로이터는 중국이 1982년 미중 공동성명을 근거로 대만 무기 판매 중단과 기존 판매분 인도 중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의 자위 능력 지원 의무를 갖고 있으며, 중국의 평화적 해결 약속을 무기 판매 축소의 전제로 봐왔다.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접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대만 무기 판매를 중국과의 협상에서 쓸 수 있는 카드로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약 140억달러 규모로 알려진 추가 대만 무기 패키지가 수개월째 승인되지 않은 점은 베이징에는 협상 여지로, 타이베이와 일본 등 역내 동맹국에는 불안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이 당장 미국의 대만 방어 공약 철회나 통일 지지를 받아내기보다는, 미국의 추가 무기 판매·고위급 교류·군사적 메시지를 늦추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 입장에서는 대만 문제를 무역·농산물·이란 협력과 연결해 미국의 행동 반경을 좁히는 것만으로도 전략적 이득이다.
상하이 푸단대 우신보 교수는 대만 문제에서 중국의 우려를 수용하면, 중국도 미국의 법집행·농산물 구매 요구 등에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대만이 미중 간 별도 안보 의제가 아니라, 경제 거래의 협상 지렛대로 올라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APEC까지 이어질 ‘정상 간 직거래’
시 주석의 더 큰 목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 간 직거래 채널을 고정하는 데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외교부가 강조해 온 ‘정상외교’는 실무 관료·의회·동맹국의 견제를 거치기보다 두 정상의 관계를 통해 갈등을 관리하려는 방식이다. 11월 선전 APEC과 12월 미국 G20은 이 채널을 이어갈 추가 무대가 된다.
따라서 이번 워싱턴 회담은 미중 패권 경쟁의 해법을 만든 회담이라기보다, 양측이 충돌을 뒤로 미루고 각자의 시간을 번 회담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미국의 대중 경제 요구와 맞바꿀 수 있는 핵심 지렛대로 올려놓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에 도움이 되는 무역·농산물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존 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로이터에 “시 주석이 찾는 것은 당장의 가시적 성과라기보다 미국과의 ‘신사협정’을 연장해 중국이 스스로를 더 단단히 만들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평가했다.
이번 방미와 11월 선전 APEC 초청 역시 대만을 비롯한 핵심 갈등을 당장 해결하기보다, 중국에 유리한 조건에서 미중 관계의 안정 국면을 이어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대만 문제를 장기적 핵심 이익으로 두고 있는 만큼, 협상과 직거래가 가능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외교를 11~12월 연쇄 회담까지 이어가려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미중 관계의 충돌을 관리하면서 대만 문제에서 미국의 입장 변화를 끌어내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