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지뢰 위협에 안이한 대응…DMZ 장병 희생 부른 예고된 참사
상태바
[사설] 北 지뢰 위협에 안이한 대응…DMZ 장병 희생 부른 예고된 참사
  • 이슈밸리
  • 승인 2026.09.22
  • 댓글 0
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이 한미일 다영역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 등을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8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북측이 쌓은 방벽 일대가 적막하다. (사진=연합뉴스)

 

[이슈밸리=사설] 서부전선을 관할하는 육군 25사단 장병들이 비무장지대(DMZ) 수색로 개척작전 중 폭발 사고를 당했다. 수색대대장을 포함한 간부 3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한 명은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지만 한 군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참혹한 사고다.

폭발물이 아군 지뢰인지, 북한에서 떠내려온 유실 지뢰인지,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매설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원인을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사고 원인과 별개로 국방부와 군 지휘부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술도로를 건설하고 지뢰를 매설하는 등 요새화 작업을 계속해 왔다. 지난해에도 같은 서부전선 DMZ에서 지뢰 탐지 임무를 수행하던 장병이 폭발로 다쳤다. 위험이 일시적인 수준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군은 작전지역의 지뢰 정보를 얼마나 정확하게 갱신했는지, 북한군의 지뢰 매설과 폭우에 따른 유실 가능성을 작전계획에 반영했는지, 탐지·방호 장비와 의료지원 체계를 충분히 갖췄는지 밝혀야 한다. 위험이 예견된 지역에 장병들을 투입하면서 기존 절차만 답습했다면 이는 단순 사고가 아니라 명백한 지휘 실패다.

특히 수색대대장까지 직접 피해를 볼 정도였다면 현장 개인의 부주의로 책임을 돌릴 일이 아니다. 작전 승인 단계부터 위험성 평가, 수색로 개척 방식, 지뢰 탐지 장비 운용, 병력 간격과 응급후송 계획까지 지휘계통 전체를 조사해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겠다”는 상투적인 말로 넘어갈 수 없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일대에 지뢰를 매설하고 요새화 작업을 벌이는 엄중한 상황에서 국방부 수뇌부가 군 본연의 임무보다 다른 문제에 매몰됐다면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 사고가 지휘 혼선이나 대비태세 약화와 직접 관련됐는지는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

합참이 사고 발생 약 2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이를 공개한 점도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 환자 구조와 후송이 최우선이었다는 해명은 이해할 수 있지만 긴급조치와 국민에 대한 신속한 상황 공개는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북한 관련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DMZ 사고에서 군의 늦은 발표는 불필요한 의혹과 불신만 키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이번 사고를 일선 부대의 우발적인 안전사고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제기된 각종 논란과 군 기강·대비태세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정치적 판단이나 보여주기식 조치가 최전방 경계태세를 느슨하게 만들고 현장 지휘관과 장병들에게 혼선을 준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따라서 안 장관은 지뢰 위험 정보가 작전부대에 제대로 전달됐는지, 위험성 평가와 안전 절차에 허점은 없었는지 국민 앞에 직접 설명해야 한다. 관리·지휘상의 과오가 확인된다면 합참과 해당 부대 지휘관의 문책은 물론 장관 자신도 정치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2015년 북한 목함지뢰 도발로 우리 장병들이 두 다리를 잃은 뒤 군은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나 최전방 장병이 또 발목을 잃었다. 

문제의 본질을 우리 장병 개인이나 현장 부대의 과실로 돌려서는 안 된다. 북한이 군사분계선 인근에 지뢰를 매설하며 위협 수위를 높였는데도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에 한없이 관대한 태도를 보였고, 장병의 생명을 지킬 만큼 단호하고 실효적인 대응책을 마련했는지 의문이다.

국방부의 소통 방식도 더는 묵과하기 어렵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안보가 걸린 중대한 사고인데도 대변인이 기자들의 핵심 질문에 “확인하기 어렵다”거나 “알지 못한다”는 식으로 모르쇠를 반복한다면 국민의 알 권리만 가로막게 된다.

설명할 능력도, 책임 있게 답변할 의지도 보여주지 못하는 대변인은 교체해야 한다.

정부와 군은 북한 눈치를 살필 것이 아니라 위험에 내몰린 최전방 장병과 국민 앞에 사실을 투명하게 밝히고 북한의 지뢰 위협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