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투자 가용 재원은 2000억달러…사업비·수익성 검증 관건
[이슈밸리=권동혁 기자] 미국 정부가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합의한 3500억달러를 웃도는 규모의 투자사업을 한국 측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실제 투자 집행 규모가 대미투자펀드의 한도를 넘지 않도록 사업 범위와 금액을 조정하는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8일 연합뉴스와 정치권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최근 한미 전략투자 후속 협상 경과를 국회에 비공개로 보고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관계자는 “미국 측이 요구하는 사업 규모의 총액이 3500억달러를 넘어선다”며 “핵심 사업 가운데 2개만 반영할지, 사업별 금액을 조정해 3개를 모두 포함할지를 놓고 절충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국이 협상 중인 핵심 프로젝트는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대형 원전 8기 건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등 3개 에너지 사업이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조선 협력 1500억달러와 전략적 투자 2000억달러 등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에 합의했다.
이번 후속 협상의 직접적인 대상은 200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부문이다. 그러나 미국 측이 제시한 사업비가 늘어나면서 가용 재원의 상당 부분이 일부 프로젝트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 거론되는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경우 정부가 당초 200억달러 안팎을 검토했지만, 미국 측은 250억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현재 약 220억달러 수준에서 절충점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의 최대 변수는 원전 건설 사업이다. 정부는 미국 측 요구를 반영해 한국형 원전 2기를 포함한 대형 원전 8기 건설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 원전의 사업비를 1기당 150억달러로 산정하면 8기 건설에만 총 1200억달러가 필요하다. 엔시날 발전소 사업비까지 합치면 1420억달러로, 전략적 투자 가용 재원 2000억달러의 71%에 해당한다.
다만 이 금액이 모두 한국 측의 직접 투자 부담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투자 구조와 금융 조달 방식, 보증 범위, 사업별 지분율 등은 후속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높은 건설비와 인건비, 인허가 지연 가능성도 향후 비용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다. 원전과 발전소처럼 건설 기간이 긴 사업은 공사비 상승과 일정 지연에 따라 최종 사업비가 당초 예상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도 협상 대상에 포함됐다. 이 사업은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장거리 운송 비용 등이 예상되는 만큼 장기 구매계약과 가격 경쟁력 등 상업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산업부는 국회 보고에서 민간 전문가들과 협의해 상업적 합리성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업별 예상 수익률과 손실 분담 구조 등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는 세부 조율을 거쳐 오는 17일 국회에 협상 내용을 비공개로 보고한 뒤 이르면 18일 미국 측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보고나 MOU 체결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