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시절부터 권력·사법부 향해 거침없는 ‘미스터 쓴소리’
등원 직후 원내수석대변인·법률자문위원장…초선답지 않은 존재감
강경 일변도 이미지는 확장성의 한계…정책 성과가 향후 위상 좌우
[이슈밸리=권동혁 기자] “점잖은 판사 출신이 어쩌다 저렇게 강한 정치인이 됐을까.”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거침없이 설전을 벌이는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이다. 불과 석 달 전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초선이지만 발언의 강도와 순발력, 법률 논리에서 이미 다선 의원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1일 법사위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현안질의 증인으로 부르는 안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서영교 법사위원장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서 위원장이 “경고한다”고 하자 김 의원은 “마음대로 하시라”고 맞받았고, 다른 민주당 의원들과도 “예의를 지키라”, “당신들이나 지키라”며 고성을 주고받았다.
앞서 19일 법사위에서는 조 대법원장을 향한 여권의 압박을 비판하며 “조희대 대법원장 위에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서 위원장의 질의 방식에도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라”고 항의했다. 표현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은 있었지만, 여당에 수적으로 밀린 국민의힘 지지층에는 ‘할 말을 하는 의원’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최근에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이 중단된 이유를 공개적으로 따져 물으며 다시 주목받았다.
청문회에서 탄생한 ‘김태규식 정면승부’
김태규라는 이름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국회의원이 된 이후가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겸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2024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가 사실상 정치 무대 데뷔전이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이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과 방통위 ‘2인 체제’의 적법성을 집중 추궁하자 그는 인사 관련 비공개 사항이라는 이유로 일부 답변을 거부했다. 팔짱을 끼고 의원들의 질의에 맞서는 모습까지 생중계되면서 태도 논란과 함께 국회 고발로 이어졌다. 검찰은 올해 3월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벌금 1천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한 것으로 보도됐다. 확정판결 여부와 별개로 이 사건은 그의 정치적 이미지를 결정한 장면이 됐다.
야권에서는 “국회를 무시한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반면 보수층에서는 “다수 의석을 앞세운 압박에 물러서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의원에게 청문회는 논란의 무대인 동시에 강성 야당과 맞설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안겨준 셈이다.
그의 화법은 복잡하지 않다. 상대의 질문 속 전제를 먼저 문제 삼고, 법적 권한과 절차를 따진 뒤 짧고 단정적인 문장으로 반격한다. 오랜 재판 경험에서 비롯된 쟁점 정리 능력과 즉석 대응력이 결합된 방식이다. 회피하거나 에둘러 말하지 않는 대신, 타협의 여지를 거의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불장군’이라는 이미지도 따라붙는다.
경주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성장…14년간 법관 생활
김 의원은 1967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났지만 태화초등학교와 울산제일중학교, 학성고등학교를 졸업해 사실상 울산에서 성장했다. 연세대학교 법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거쳐 한국해양대학교에서 해사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로스쿨에서도 법학석사 과정을 마쳤다.
1996년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8기를 수료했다. 변호사와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거쳐 2007년부터 약 14년 동안 법관으로 근무했다. 대구지법·울산지법 부장판사와 부산고법 판사 등을 지냈다.
법원 안에서 조용히 판결문만 쓰는 법관은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와 사법행정 운영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미스터 쓴소리 판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촛불정신’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사법부가 특정한 정치적 가치와 거리를 둬야 한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2021년 법복을 벗은 뒤에는 법관 재직 당시 쓴 글을 묶은 저서 《법복은 유니폼이 아니다》를 출간했다. 그는 책에서 표현의 자유와 사법부 독립,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 이후 민주당이 추진한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따라서 최근의 강경한 모습은 갑작스러운 변신이라기보다 판사 시절부터 이어진 성향이 정치라는 공간에서 훨씬 직접적인 언어로 표출된 결과에 가깝다.
점잖던 법률가가 ‘싸우는 정치인’이 된 이유
그의 변화에는 세 가지 배경이 읽힌다.
첫째는 공직 경험이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고, 2024년에는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진숙 당시 방통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자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여야 충돌의 한복판에 섰다. 법원에서는 판결문으로 말했지만 방통위에서는 정치적 공세에 직접 답해야 했다.
둘째는 개인적인 법치주의관이다. 김 의원은 자신이 특정 정권이나 정치인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 독립과 절차를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도의적 의리도 숨기지 않는다. 자신을 발탁한 임명권자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대표적인 친윤 인사로 분류하지만, 본인은 법과 원칙에 따른 행동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는 야당 정치인으로서의 생존 전략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국회 의석수에서 열세에 놓여 있다. 야당이 언론의 관심을 끌려면 여권과 선명하게 대립하는 인물이 필요하다. 짧은 영상 중심의 정치 소비 환경도 강한 발언과 충돌 장면을 부각한다. 김 의원의 법률 전문성과 직설적 화법은 이러한 환경에 가장 적합한 조합이다.
다만 ‘강한 발언을 해야 주목받는다’는 정치 문법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법관 출신이라는 전문성과 무게가 오히려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상대의 고성에 고성으로 맞서는 장면은 지지층을 결집하지만 중도층에는 또 다른 진영 정치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등원 열흘 만에 원내수석대변인…당이 먼저 알아본 전투력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공개 오디션을 거쳐 울산 남구갑 당협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이후 지난 6월 3일 보궐선거에서 51.1%를 얻어 국회에 입성했다. 첫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8.5%포인트 차로 누르며 보수 강세 지역을 지켜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의 당선 직후 원내수석대변인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통상 초선 의원에게 쉽게 주어지지 않는 자리다. 지난 7월에는 당 법률자문위원장까지 맡았다. 현재 국회 법사위와 운영위, 예결특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등원 후 첫 대표발의 법안으로는 중앙·시도 선거관리위원장의 상임화와 외부 감사 강화를 골자로 한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어 ‘노란봉투법’으로 확대된 사용자 범위를 종전 수준으로 조정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치적 발언뿐 아니라 보수 진영이 중시하는 선거관리 제도와 노동 정책을 입법 의제로 선점한 것이다.
원내수석대변인과 법률자문위원장, 법사위원이라는 세 직책은 김 의원의 향후 역할을 압축한다. 당의 입장을 법적으로 정리하고, 언론 앞에서 설명하며, 국회 회의장에서는 직접 맞서는 구조다. 국민의힘이 그를 ‘법률형 공격수’로 전진 배치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올드팝 즐겨 듣는 내향형…공격적 외양 뒤 감성
국회에서 보이는 강한 모습과 달리 개인적으로는 내향적인 성격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격유형검사 결과가 ‘ISTJ’라고 밝히면서도 스스로는 감정형인 ‘F’ 성향이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미에 가까운 일상은 올드팝 감상이다. 방통위 시절 관용차 운전기사가 틀어준 팝송을 마음에 들어 하자, 해당 기사가 김 의원의 퇴임 때 비슷한 노래 수백 곡을 USB에 담아 선물했다는 일화도 있다. 의원회관에서도 잔잔한 올드팝을 틀어놓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에게 표현하는 방식도 국회에서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휴대전화에 아내를 오랫동안 애칭으로 저장해 놓은 일화가 소개되기도 했다. 공개된 프로필상 두 딸을 둔 가장이다. 강성 발언으로 알려진 정치인이지만, 사적인 관계에서는 의리와 정을 중시하는 성향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국민의힘 ‘라이징 스타’…확장성은 아직 시험대
김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에서 보기 드문 ‘서사가 있는 초선’이다. 판사와 헌법연구관, 권익위 부위원장, 방통위 부위원장과 위원장 직무대행을 거쳤다. 사법·행정·방송 정책을 모두 경험했고 청문회 대응력까지 이미 검증받았다. 울산이라는 확실한 지역 기반도 갖췄다.
PK 출신이라는 점도 정치적 자산이다. 국민의힘이 수도권과 영남, 전통 보수층과 중도층을 동시에 연결할 인물을 찾는 과정에서 김 의원은 법률 전문성과 지역 대표성을 함께 내세울 수 있다. 당장 법사위의 대여 투쟁과 각종 위헌·위법성 논란에 대한 법률 대응에서 그의 영향력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당 법률 전략의 핵심 인물, 원내지도부의 공격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당내 기반을 넓힐 경우 향후 원내지도부는 물론 정책위의장이나 사무총장급으로 성장할 여지도 있다. 법무부 장관 또는 법률·사법 분야의 당 대표 주자로 거론될 잠재력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라이징 스타’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문턱도 분명하다. 청문회와 법사위에서의 강경 발언만으로는 정치적 수명이 길어지기 어렵다. 날카로운 법률 논리를 실제 입법 성과로 연결하고, 울산의 산업·일자리·교통 문제에서도 가시적인 결과를 내야 한다.
무엇보다 ‘독불장군’ 이미지를 소신과 추진력으로 바꿀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상대를 제압하는 언어는 강성 지지층의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정치인은 결국 다른 의견을 조정하고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절제된 언어까지 갖춘다면 판사 출신의 신뢰성과 야당 공격수의 전투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법복을 벗은 김태규는 청문회에서 이름을 알렸고, 이제 국회에서 자신의 정치적 체급을 키우고 있다. 그가 일시적인 ‘사이다 발언’의 주인공에 머물지, 국민의힘의 차세대 법률·정책 리더로 성장할지는 앞으로 보여줄 입법 성과와 정치적 절제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