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분석] 원가는 오르고 지갑은 닫힌다…식품·유통업계 덮친 ‘이중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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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분석] 원가는 오르고 지갑은 닫힌다…식품·유통업계 덮친 ‘이중 압박’
  • 이슈밸리
  • 승인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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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이해를 위해 만든 생성형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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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밀·설탕·식용유 가격 일제히 상승…환율·에너지·물류비까지 부담
소비자는 할인·PB 상품으로 이동…가격 올리면 판매량 감소하는 딜레마
식품업체 원가 부담 인정하되 가격 전가·용량 축소·협력업체 부담도 살펴야

 

[이슈밸리=한유진·임정은 기자] 국제 곡물과 식용유 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가운데 소비 회복은 지연되면서 국내 식품·유통업계의 수익성 방어가 한층 어려워지고 있다.

식품 제조업체는 밀·옥수수·대두·설탕·팜유 등 원재료 가격과 환율, 에너지·포장·물류 비용이 동시에 오르는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원가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그대로 반영하면 소비자가 저가 상품이나 자체브랜드(PB) 제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 가격 결정도 쉽지 않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온라인 유통업체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할인과 초저가 상품을 확대해야 하지만 납품가격과 인건비, 배송비가 상승하면서 수익성은 압박받는다. 제조사와 유통사 모두 원가는 오르는데 판매량을 늘리기 어려운 ‘이중 압박’에 놓인 셈이다.

세계 식품가격 3년여 만에 최고…밀·설탕 상승 두드러져

28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6년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1.1로 전월보다 0.6%, 전년 같은 달보다 1.0% 상승했다. 2022년 3월 기록한 고점보다는 18.2% 낮지만 2023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품목별로 보면 가격 상승 압력은 더욱 뚜렷하다. 곡물가격지수는 한 달 만에 3.4% 올랐고 국제 밀 가격은 5.8% 상승했다. 흑해 지역 곡물 수송 차질과 수출시설 피해, 주요 생산지역의 폭염이 겹친 결과다.

옥수수 가격도 미국 곡창지대의 고온·건조한 날씨와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3.6% 올랐다. 식물성 유지 가격지수는 2.0% 상승하며 2022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설탕가격지수도 유럽의 고온·가뭄과 아시아 생산지역의 엘니뇨 우려로 한 달 사이 5.6% 뛰었다.

반면 육류가격지수는 2.8%, 유제품가격지수는 0.7% 하락했다. 모든 식품 원료가 일제히 상승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따라서 기업이 개별 제품가격을 조정할 때에는 전체 식량가격지수보다 해당 제품에 투입되는 원재료의 실제 구매가격과 환율, 재고 및 장기계약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FAO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통상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자가격에 반영된다고 분석한다. 현재의 밀·설탕·식용유 가격 상승이 올해 말과 내년 초 가공식품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식량 수요 절반 이상 해외 의존…환율 오르면 부담 확대

한국 식품산업은 수입 원료 의존도가 높아 국제 식량가격과 환율 변동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다.

미국 농무부(USDA)가 올해 발간한 한국 식품가공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생산으로 충당되는 식품 수요는 약 46%다. 나머지 수요 상당 부분은 수입 농산물과 가공 원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2025년 소비자용 농식품 약 210억달러어치를 수입했다. 2024년 기준 국내 식품가공업체는 3만1,771개 이상이며 이들이 올린 매출은 약 666억달러로 집계됐다. USDA는 한국 식품가공업체들이 수입 농산물과 식품 원료에 크게 의존한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구조에서 국제 원재료 가격과 원화 가치가 동시에 불리하게 움직이면 기업 부담은 배가된다. 달러 표시 원료가격이 동일하더라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실제 구매비용이 늘기 때문이다. 원유 가격 상승도 농산물 생산과 가공, 포장, 냉장·냉동 운송비를 통해 식품 원가 전반에 영향을 준다.

CJ제일제당·대상 등 종합식품업체는 곡물·대두·전분당·식용유 가격에, 농심·오뚜기·삼양식품 등 라면업체는 밀가루와 팜유 가격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다. 롯데웰푸드와 오리온 등 제과업체는 설탕·코코아·유지 가격 변동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기업별 실제 부담은 해외 생산 비중과 원료 구매계약, 환율 헤지, 재고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국제 현물가격이 상승했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기업의 원가가 즉시 같은 폭으로 오른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해외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현지에서 원료를 조달하는 기업은 국내 생산 후 수출하는 업체보다 환율과 해상운임 충격을 일부 줄일 수 있다. 장기 구매계약이나 선물환 거래를 활용한 기업도 단기 가격 변동에 대한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높다.

가격 올리면 판매량 감소…기업도 쉽게 못 올린다

원가 상승기에 식품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대응은 판매가격 인상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소비 둔화 국면에서는 가격을 올릴수록 판매량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USDA는 한국의 2025년 식품 소매시장 규모를 약 1,300억달러로 추산했다. 자동차를 제외한 전체 소매판매의 약 32%에 해당한다. 동시에 물가 부담과 원화 약세, 경제 불확실성, 인구구조 변화로 한국의 소비지출이 약한 상태를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는 식품 구매 자체를 완전히 중단하기 어렵지만 구매하는 브랜드와 용량, 판매 채널은 바꿀 수 있다. 가격이 오른 유명 브랜드 대신 유통업체 PB 상품을 선택하거나 대용량 제품 구매를 줄이고 할인 기간을 기다리는 방식이다.

맥킨지와 유럽상거래협회가 2026년 유럽 식품유통시장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저소득층의 판촉상품 선호가 지속되고 PB 상품 비중은 약 40%까지 확대됐다. 시장은 다르지만 고물가 상황에서 나타나는 소비 양극화와 저가 상품 이동은 국내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은 초저가 상품과 PB 식품을 강화해 소비자를 붙잡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가격 경쟁은 납품업체의 마진을 축소하거나 유통업체가 할인 비용을 떠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온라인 유통업체는 물류 부담이 더해진다. 신선·냉장·냉동식품은 일반 상품보다 보관과 배송 비용이 크다. 소비자가 무료배송과 빠른 배송을 당연하게 인식할수록 물류 효율화에 실패한 업체의 손실 위험은 커진다.

원가 부담은 사실…모든 가격 인상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 원료가격과 환율 상승에 따른 기업 부담은 분명하다. 원가 상승을 장기간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 투자와 고용, 제품 개발 여력이 줄어들고 중소 식품업체의 존립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원가 상승이 모든 가격 인상이나 용량 축소를 자동으로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가격을 올릴 때에는 원재료비가 전체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실제 구매가격 변동, 환율 효과, 원가 절감 성과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 원재료 가격이 내려간 뒤에도 인상된 판매가격을 유지했다면 그 이유 역시 밝힐 필요가 있다.

제품 가격은 유지하면서 용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도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단위가격 상승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용량 변경 사실을 투명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이 원가 부담을 납품업체와 가맹점, 물류업체에 과도하게 전가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소비자가격을 동결했다는 이유만으로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를 억제한다면 부담의 위치만 이동할 뿐 산업 전체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식품기업의 해외 수출 증가와 실적 개선도 함께 비교해야 한다. 국내 원가 부담이 커졌더라도 해외법인 성장이나 환율 효과로 전체 이익이 증가한 기업이라면 가격 조정의 불가피성을 더욱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결국 식품·유통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는 단순한 가격 인상이 아니다. 장기 원료계약과 조달국 다변화, 해외 현지생산, 물류 효율화, 포장 간소화 등을 통해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그 성과를 소비자와 협력업체에 합리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기업의 원가 부담을 외면해서도 안 되지만 그 부담이 소비자와 협력업체에 일방적으로 넘어가서도 안 된다. 원가·가격·용량·이익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업만이 고물가와 소비 둔화가 겹친 시장에서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막시모 토레로 컬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원자재 가격이 최종 식품가격으로 전이되는 데에는 약 3∼6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원유가 농업용 펌프와 포장·가공·운송에 사용되고, 천연가스는 비료 생산에 투입되기 때문에 에너지와 비료 공급 차질이 식품가격 전반으로 확산한다고 설명했다. 

맥킨지 유통산업 연구진인 알렉상드르 클라이스·다니엘 로이블리·프랑크 레제·시몬 빈텔스는 2026년 식품유통시장 보고서에서 “식품 유통업체들은 시장 성장만으로 수익성을 회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낮은 판매량 증가와 지속적인 비용 압박 때문에 비용구조 단순화와 생산성 향상, 차별화된 상품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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