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박해일·이민호의 추적극, 현빈·정우성·우도환의 욕망 전쟁
총성과 배신, 추리와 정치 누아르…선 굵은 한국형 시대극의 귀환
[이슈밸리=주말뉴스팀] 올가을 극장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아저씨들의 심장’을 제대로 두드릴 만한 작품들이 나란히 출격한다. 영화 ‘암살자(들)’과 디즈니+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다.
두 작품 모두 1970년대 한국을 무대로 삼았다. 정장을 차려입은 권력자, 담배 연기 자욱한 밀실, 검은 승용차와 낡은 권총,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여기에 총성과 추격, 권력 암투, 사건의 배후를 좇는 추리가 더해진다.
예고편과 공개된 설정만 놓고 보면 얼마나 재미있을지 쉽게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최근 보기 드물었던 선 굵은 남성 액션과 정치 누아르, 미스터리 추적극을 기다렸던 관객이라면 달력을 먼저 확인해 볼 만하다.
유해진·박해일·이민호가 파헤치는 ‘그날의 진실’
오는 9월 23일 개봉하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영부인 저격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실제 역사적 사건의 기록 사이에 남은 공백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운다.
유해진은 현장 경호를 담당했던 형사 철구 역을 맡았다. 자신이 목격한 장면과 수사 당국의 발표가 어긋난다는 사실을 감지한 뒤 사건의 실체를 추적한다. 박해일은 외압에도 진실을 포기하지 않는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 이민호는 패기와 집요함으로 사건에 뛰어드는 신입 기자 영일을 연기한다.
형사와 두 기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동일한 사건을 좇는 구성이다. 누가 총을 쐈는지만 밝히는 단순한 범인 찾기가 아니라, 발표된 진실과 실제 진실 사이의 틈을 파고드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로 섬세한 감정선을 보여준 허진호 감독이 현대사의 거대한 사건과 미스터리를 어떻게 결합할지도 관전 요소다. ‘서울의 봄’, ‘남산의 부장들’, ‘내부자들’을 만든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했다는 점도 묵직한 시대극을 선호하는 관객의 기대를 끌어올린다.
이번에는 현빈·정우성·우도환의 ‘권력 삼국지’
9월 9일 공개되는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는 더욱 노골적인 권력 전쟁을 내세운다.
시즌1은 낮에는 중앙정보부 요원, 밤에는 밀수업자로 움직이며 국가마저 자신의 수익모델로 삼으려는 백기태와 그를 끝까지 쫓는 검사 장건영의 대결을 그렸다. 백기태 역은 현빈, 장건영 역은 정우성이 맡았다.
시즌2는 시즌1로부터 9년이 흐른 시점에서 출발한다. 백기태는 권력의 중심부에 올라섰고 장건영은 오랜 반격을 준비했다. 여기에 기태의 동생이자 군인인 백기현이 독자적으로 권력의 꼭대기를 노리면서 대립 구도는 두 사람에서 세 사람으로 확대된다.
현빈과 정우성의 대결만으로도 화면이 좁아 보이는데 우도환까지 가세한다. 누가 누구의 편인지, 누가 먼저 배신할지, 권력과 가족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가 시즌2의 핵심 긴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연출은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하얼빈’을 만든 우민호 감독이 계속 맡는다. 총격과 육탄전 못지않게 밀실에서 오가는 짧은 대사와 눈빛, 침묵이 더 무서울 수 있는 감독이다. 총을 먼저 뽑는 사람이 아니라 판을 먼저 읽는 사람이 살아남는 이야기인 셈이다.
총보다 무서운 ‘누가 거짓말하고 있는가’
두 작품은 시대적 배경이 비슷하지만 재미의 방향은 다르다.
‘암살자(들)’이 이미 벌어진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는 추적극이라면 ‘메이드 인 코리아2’는 욕망을 품은 인물들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정치 누아르에 가깝다. 전자가 “그날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묻는다면 후자는 “권력의 마지막 주인이 누가 될 것인가”를 향해 달린다.
공통점은 총을 쏘는 장면보다 총을 쥔 사람의 속내가 중요하다는 데 있다. 국가기관과 언론, 수사기관과 군부가 등장하고 각 인물은 진실·욕망·생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인물들의 대사와 표정을 의심하며 다음 장면을 추리하게 된다.
화려한 컴퓨터그래픽보다 배우들의 얼굴과 대사, 서늘한 시대 분위기로 승부하는 작품들이다. 액션과 추리를 좋아하는 남성 관객은 물론 ‘서울의 봄’과 ‘남산의 부장들’, ‘내부자들’ 같은 묵직한 한국형 현대사물을 즐겼던 관객에게 특히 반가운 조합이다.
올가을, 리모컨과 극장표 모두 필요하다
‘암살자(들)’은 극장에서 두 시간여 동안 한 사건의 진실을 좇고, ‘메이드 인 코리아2’는 안방에서 6개 에피소드에 걸친 권력의 전쟁을 펼친다. 9월 9일부터 ‘메이드 인 코리아2’를 보기 시작해 같은 달 23일 ‘암살자(들)’을 극장에서 만나는 일정도 가능하다.
익숙한 현대사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록되지 않은 공백과 인간의 욕망을 파고든다는 점에서 두 작품의 성패는 결국 이야기의 밀도에 달렸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연결하느냐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배우와 감독, 소재의 조합만큼은 좀처럼 외면하기 어렵다. 유해진·박해일·이민호가 사건의 배후를 쫓고, 현빈·정우성·우도환이 권력을 놓고 맞붙는다. 이쯤 되면 얼마나 재미있을지 감도 안 온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라, 올가을 한국형 시대극을 기다리는 관객의 솔직한 기대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