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윤대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독미군 감축과 유럽 장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 변경으로 안보 불확실성이 커진 독일이 결국 미국의 '토마호크(Tomahawk)' 장거리 순항미사일 확보에 나섰다. 군사 강국으로 꼽히는 독일이 장거리 해상·지상 정밀타격 능력 강화를 위해 미국산 무기에 의존하게 된 반면, 북한과 주변 안보 위협에 대응해 장기간 독자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구축해 온 한국의 행보가 대조를 이루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지난 9일 미국으로부터 토마호크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구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독미군 감축과 함께 바이든 행정부 시절 추진됐던 장거리 미사일의 유럽 배치 계획을 변경하면서 독일이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 확보의 필요성을 절감한 데 따른 대응으로 해석된다.
전차·잠수함 강국 독일, 왜 토마호크를 선택했나
독일은 레오파르트 전차와 214급 잠수함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재래식 무기 제조 기술을 보유한 군사 강국이다. 다만 토마호크와 같은 장거리 해상·지상 발사 순항미사일 전력은 보유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는 타우루스(KEPD-350) 공대지 순항미사일 등을 운용하고 있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 간 체결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과 이후 유럽의 안보 환경은 장거리 지상 발사 미사일 개발을 사실상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독일 역시 이러한 안보 환경 속에서 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독일은 장거리 억제력 보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독자 개발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실전에서 성능이 입증된 미국의 토마호크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한국형 토마호크' 현무-3로 독자 타격망 구축
반면 한국은 독자적인 억제력 확보를 위해 장기간 '현무' 시리즈 개발에 투자해 왔다. 특히 현무-3 순항미사일은 토마호크와 같은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갖춘 한국의 대표적인 순항미사일로 평가된다.
한국군이 운용 중인 현무-3 시리즈는 사거리별로 촘촘한 타격망을 갖추고 있다. 사거리 약 500㎞의 현무-3A를 비롯해 약 1,000㎞의 현무-3B, 약 1,500㎞의 현무-3C가 실전 배치돼 있으며, 북한 전역은 물론 한반도 주변까지 대응 가능한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현무-3는 오차 범위가 수 미터에 불과한 정밀도를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육군의 이동식 발사대(TEL),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그리고 수중에서 은밀하게 기동하는 손원일급·도산안창호급 잠수함 등 육·해·공 입체적 플랫폼에서 모두 발사가 가능해 생존성과 투사 능력이 압도적이다.
'1만 발 시대로'…재래식 억제력의 정점 찍은 한국
현재 한국군의 전략 미사일 보유량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국방 당국이 구체적인 수량을 기밀로 다루고 있으나, 군사 전문가들은 한국군이 확보한 현무-2·3·4 시리즈와 타우루스 등 정밀 타격 미사일의 총물량이 약 6,600발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아가 향후 1만 발 단위까지 미사일 재고를 늘려 독보적인 '고슴도치 전략'을 완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최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에 속속 실전 배치되고 있는 탄두 중량 8~9톤 규모의 초중량 벙커버스터 '현무-5'는 순항미사일의 정밀함과 탄도미사일의 파괴력을 결합해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까지 무력화할 수 있는 강력한 독침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의 전략적 선택 변화와 핵우산 흔들림에 따라 당장 장거리 타격 자산이 없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무기를 사 와야 하는 독일의 현실은, 지난 20년 이상 꾸준히 '독자적 미사일 주권'을 강화해 온 한국의 국방 전략이 얼마나 선제적이고 유효했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