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윤대우 기자]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자폭 드론이 러시아 내륙 2,000~3,000㎞ 깊숙이 위치한 주요 군수공장과 정유시설을 잇따라 타격하면서 러시아 방공망 운용 체계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개막에 맞춰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겨냥한 대규모 드론 공세에 나섰다. 모스크바에는 430여 대의 드론이 투입됐고, 크림반도 보급로와 군수시설, 정유시설도 잇따라 타격을 받았다.
최근에는 전쟁 발발 이후 최장거리인 2,700㎞ 떨어진 옴스크 정유공장까지 공격 대상에 포함되면서 러시아 후방이 직접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속·장거리 드론을 활용한 우크라이나의 비대칭 전술이 러시아 방공망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사일보다 속도가 현저히 느리고 엔진 소음도 큰 무인기가 장거리를 비행하는 동안 요격되지 않은 배경을 두고, 첨단 레이더의 구조적 특성과 광활한 영토의 방공 공백을 우크라이나가 효과적으로 활용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최근 주요 외신과 서방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번 공격은 러시아 내부에 침투한 특수부대의 사보타주(파괴 공작)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발사된 대형 고정익 드론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방공망 맹점 파고든 '저속·초저고도' 비대칭 전술
수십㎏의 폭약을 탑재한 경비행기급 드론이 장거리 비행 끝에 방공망을 통과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방공 레이더의 도플러 필터 특성이 거론된다. 러시아의 S-400 등 고성능 방공체계는 전투기나 탄도미사일과 같은 고속 표적 탐지에 최적화돼 있으며, 새 떼나 차량 등 불필요한 신호를 제거하기 위해 일정 속도 이하의 물체를 걸러내는 기능을 사용한다. 시속 150~200㎞ 수준으로 비행하는 드론은 이러한 필터링의 영향을 받아 탐지 가능성이 낮아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지구 곡률과 지형을 활용한 초저고도 비행도 탐지를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지목된다. 고도 30~50m 수준에서 산림과 계곡을 따라 비행할 경우 레이더 탐지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커지며, 인구 밀도가 낮은 러시아 내륙에서는 소음에 의한 신고 역시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 인해 방공 체계가 충분한 대응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위성정보와 자체 정보자산을 활용해 러시아 방공망의 공백을 분석하고, 이를 우회하는 복잡한 자율 항법 경로를 설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의 핵심 방공 자산이 우크라이나 전선과 모스크바, 주요 전략시설에 집중된 점을 고려해 방공 공백 지역을 따라 비행 경로를 설계했다는 것이다.
목표물 인근에서는 미끼용 무인기(디코이)를 대량 투입하는 포화 공격 전술도 활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수의 무인기를 동시에 투입해 단거리 방공체계의 처리 능력을 초과시키고, 실제 폭약을 탑재한 드론의 목표물 접근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군에도 제기되는 과제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운용 사례는 한국군에도 다양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세적 측면에서는 장거리 저속 드론이 기존 미사일 체계를 보완하는 저비용 타격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 방공망 역시 상당수가 구소련계 체계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저속·초저고도 침투에 대한 대응 능력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장거리 자폭 드론을 대량 운용할 경우 기존 탄도미사일과 함께 다양한 타격 수단을 구성하는 데 활용될 수 있으며, 유사시 전략적 선택지를 확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세적 측면에서는 북한의 저속·초저고도 무인기 위협에 대비한 방공망 보완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고속 표적 중심의 탐지 체계에서 벗어나 저속·소형 표적 탐지 능력을 강화하고, 국산 국지방공레이더와 복합대공화기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아울러 음향센서와 열영상장비(TOD), 전파탐지체계를 연동한 다층 감시체계 구축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레이더 탐지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복합 감시체계가 저고도 무인기 대응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례처럼 대규모 드론 포화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요격 비용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가의 유도미사일만으로 저가 드론을 지속적으로 요격하는 방식은 장기적인 소모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비역 군 관계자는 "레이저 대공무기의 조기 전력화와 함께 소형 대공포, 전파 방해(Jamming) 장비 등을 복합적으로 운용하는 다층 방어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다수의 무인기가 동시에 침투하는 상황을 상정한 대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