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경제산업팀] 2026년부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를 대상으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가 의무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거버넌스 수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 자본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밸류업(Value-up)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는 가운데, K-푸드 대표 기업 중 하나인 대상그룹 역시 지배구조의 강점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상그룹은 비교적 일찍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경영권 승계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이사회 독립성, 사외이사 비중, 핵심 지배구조 지표 준수율 등에서는 여전히 개선 과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찌감치 마무리된 승계 구도… 경영 안정성은 강점
대상그룹은 2005년 대상㈜ 투자부문을 인적분할해 순수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를 설립하며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정리하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현재 대상홀딩스는 임창욱 명예회장 일가가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임창욱 명예회장의 차녀인 임상민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으며, 장녀 임세령 부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과반을 크게 웃도는 수준의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상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 과거 국내 대기업들이 겪었던 형제·남매 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은 대상그룹 지배구조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임세령 부회장과 임상민 부사장이 각각 브랜드 전략과 글로벌 사업 분야에서 역할을 분담하며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오너 경영 체제가 구축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적극적인 배당정책… 주주환원 확대 긍정 평가
대상홀딩스는 최근 몇 년간 적극적인 배당정책을 유지해 왔다.
회사는 선(先) 배당액 확정, 후(後) 배당기준일 결정 방식을 도입하며 주주 친화 정책을 강화했다. 최근 수년간 안정적인 현금배당을 지속했고, 별도 재무제표 기준 배당성향이 100%를 웃도는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과 방향을 같이하는 부분으로 평가된다. 국내 상당수 기업들이 여전히 낮은 배당성향과 소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대상홀딩스는 비교적 적극적인 주주환원 기조를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배주주가 높은 지분율을 보유한 구조에서 배당 확대가 결과적으로 오너 일가의 현금 유입 증가와 연결되는 만큼, 향후에는 자사주 활용이나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전략과 함께 균형 있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쟁사 대비 낮은 핵심지표 준수율… 남은 과제는 이사회 독립성
대상그룹 지배구조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되는 부분은 이사회 구조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대상홀딩스의 핵심지배구조지표 준수율은 최근 공시 기준 약 60% 수준에 머물렀다. 주요 식품기업 및 일부 대형 지주회사들이 70~90% 수준의 준수율을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특히 사외이사 비중과 독립성 확보 부분은 지속적으로 개선 요구가 제기되는 영역이다.
대상홀딩스 이사회에는 오너 일가와 경영진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으며, 사외이사 비중은 법적 요건은 충족하지만 글로벌 스탠더드와 비교하면 높지 않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은 최근 이사회의 독립성, 사외이사 전문성,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여부를 기업가치 평가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대상그룹 역시 향후 이사회 구성 다변화와 독립성 강화가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 영향력 확대… 거버넌스 개선 압박 커져
대상그룹을 둘러싼 외부 감시도 강화되는 추세다. 대상홀딩스에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기조 속에서 지배구조 개선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수년간 국내 기업들의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출, 배당 정책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대상그룹 역시 이사회 구성이나 지배구조 관련 안건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자본시장에서는 주요 주주들의 지분 변동과 행동주의 투자 움직임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와 달리 상장사의 지배구조가 경영진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가치와 직결된 투자 이슈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승계는 안정적, 밸류업은 현재진행형
종합하면 대상그룹은 국내 식품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경영권 승계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지주회사 체제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은 분명 강점이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이사회 독립성과 지배구조 투명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개선 여지가 존재한다. 특히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가 전면 확대되고 기관투자자들의 감시가 강화되는 환경에서 대상그룹이 사외이사 중심의 견제 기능 강화와 내부통제 체계 고도화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가 향후 기업가치 평가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승계 안정성이 기업의 최대 과제였다면 이제는 독립적인 이사회와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시대”라며 “대상그룹 역시 승계 이후 단계인 거버넌스 고도화가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