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경제산업팀] "야쿠르트 아줌마"로 상징되는 hy(옛 한국야쿠르트)는 국내 식품업계에서 가장 독특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창업주 일가가 직접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표방하면서도 핵심 자본 배분의 수혜는 최대주주에게 집중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2025사업연도 팔도 감사보고서와 2024사업연도 hy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팔도는 본업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도 대규모 배당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순이익 대부분이 러시아 자회사에서 발생한 회계상 이익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합작으로 출발한 hy…현재는 '윤호중→팔도→hy' 구조
hy의 출발은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주 고(故) 윤덕병 회장이 일본 야쿠르트혼샤와 기술 및 자본 제휴를 통해 한국야쿠르트를 설립하면서 사업이 시작됐다.
초기에는 일본 측의 영향력이 상당했다. 공동대표 체제가 유지됐고, 지속적인 증자를 거치면서 일본 야쿠르트혼샤는 1998년 지분 약 38%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의 지배구조는 2012년 재편 과정에서 사실상 완성됐다.
당시 윤호중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삼영시스템이 팔도를 흡수합병했고, 이후 사명을 팔도로 변경한 통합법인이 hy 지분 40.83%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반면 일본 야쿠르트혼샤는 약 38%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권에는 관여하지 않는 구조가 형성됐다.
결과적으로 현재 그룹은 '윤호중 회장(100%) → 팔도(40.83%) → hy'로 이어지는 피라미드형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윤 회장이 hy 지분을 직접 대규모 보유하지 않더라도 팔도를 통해 그룹 전체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합병 이전 삼영시스템은 hy 및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에서는 이를 국내 식품업계의 대표적인 지배구조 재편 사례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9억원…그런데 순이익은 1097억원
문제는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팔도의 최근 실적이다.
2025사업연도 별도기준 팔도의 매출은 473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0%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9억2800만원에 그쳤다. 전년도 150억원 안팎이던 영업이익이 사실상 증발한 수준이다.
국내 라면시장 경쟁 심화와 원가 부담, 1595억원에 달하는 판매관리비 등이 수익성 악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그런데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1097억원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로는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순이익 대부분이 러시아 현지 자회사 도시락루스에서 발생한 1051억원 규모의 지분법 평가이익 덕분이기 때문이다.
지분법 이익은 투자회사의 실적을 장부에 반영하는 회계상 이익이다. 실제 현금이 본사 통장으로 들어온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팔도가 기록한 1097억원의 순이익 가운데 상당 부분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이 아니라 해외 자회사 가치 상승이 회계상 반영된 결과라는 의미다.
돈은 러시아에 묶였는데 배당은 계속됐다
더 주목되는 부분은 현금 흐름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정부는 외국 기업에 대한 자금 이동을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도시락루스는 2024사업연도와 2025사업연도 모두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수백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본사로 보내던 핵심 자회사가 사실상 '이익은 나지만 현금은 가져올 수 없는 회사'가 된 셈이다. 실제로 2025년 팔도가 투자회사들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hy로부터 수령한 약 51억원 수준에 그쳤다.
그럼에도 팔도는 배당 기조를 유지했다. 윤호중 회장은 지분 100%를 보유한 팔도를 통해 2024년 약 441억원, 2025년 약 211억원의 배당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5년 수치는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팔도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약 110억원 수준이었지만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은 135억원에서 550억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1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배당 규모는 211억원에 달했다.
물론 차입금 증가가 배당만을 위해 이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운전자금 확보와 사업 운영 등 다양한 요인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본업 수익성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도 대규모 배당이 유지됐다는 점은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최근 6년간 팔도가 지급한 누적 배당금은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다.
hy도 564억원 순손실…플랫폼 전환 부담 지속
모회사인 hy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2024사업연도 hy의 당기순손실은 564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 유통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 사례가 배달 플랫폼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 인수다. hy는 약 800억원을 투입해 경영권을 확보했지만 메쉬코리아는 여전히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해외 투자자산 평가손실과 각종 소송 리스크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재무적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hy는 2024사업연도 결산을 통해 총 125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약 51억원이 최대주주인 팔도로 유입됐다. 결과적으로 hy에서 팔도로, 다시 윤 회장에게 이어지는 현금 흐름 구조가 유지된 셈이다.
시장이 보는 핵심은 '배당'이 아니라 '지속가능성'
hy는 오래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조해 왔다. 현재도 변경구 대표를 중심으로 전문경영인들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윤호중 회장은 공식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경영 형태보다 결과를 본다. 최근 팔도는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베트남 생산기지 확대, 글로벌 소스 사업 진출, 일본 판매법인 설립 등 신규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hy 역시 물류·유통 플랫폼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과 투자 재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배당 규모가 아니다. 영업이익 9억원, 순이익 1097억원, 도시락루스 배당 0원, 단기차입금 550억원이라는 숫자가 동시에 나타난 현재의 재무구조가 얼마나 지속 가능하냐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발생한 이익이 실제 현금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현재의 배당 정책과 투자 전략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본업 경쟁력 회복이 언제 가시화될지가 향후 hy와 팔도의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재계의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현재 hy와 팔도의 구조는 오너 개인이 팔도를 100% 보유하고, 팔도가 hy를 지배하는 전형적인 피라미드형 지배구조"라며 "법적으로 문제 되는 구조는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본업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도 배당이 지속될 경우 자본 배분의 적정성에 대한 평가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