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 에세이-③] 숲 속 외길에서 만난 '화이트 타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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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 에세이-③] 숲 속 외길에서 만난 '화이트 타이거'
  • 이슈밸리
  • 승인 202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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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밸리=말티즈 '장군' 기자] 평화로운 토요일 오전, 묵직한 몸을 일으키게 하는 건 아빠의 산책 제안이다. 엄마보다 간식에는 훨씬 관대한 아빠인지라, 그 보상 때문이라도 일단 꼬리 끝에 힘을 줘본다. 아직은 6월 초순이라 습도 낮은 상쾌한 공기, 아빠의 취향대로 나무 그늘만 골라 걷는 뒷동산 산책은 평소라면 제법 평온한 일과다.

그런데 내 평화로운 산책길을 가로막는 무법자가 있다. 바로 우리 동네의 '화이트 타이거'. 9kg인 내 덩치와 맞먹거나 더 커 보이는, 그야말로 집채만 한 고양이다. 길 한복판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 비켜줄 생각조차 없는 녀석을 마주하면, 내 안의 장군 기질이 꿈틀댄다.

"여기가 어디라고 길을 막는 거야!" "나를 무시하는 거야!"

있는 힘껏 짖어보지만, 녀석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꼬리와 털을 바짝 세우며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공격 자세를 취한다.

아빠 어깨너머로 본 유튜브 속의 귀여운 냥냥펀치가 아니다. 저 녀석은 분명 길 위의 '마동석' 혹은 '김무열'급 펀치를 숨기고 있을 게 분명하다. 평생 경험해 보지 못한 냥냥펀치의 공포에, 나는 오늘도 슬그머니 거리를 둔다.

재미있는 건 아빠의 태도다. 녀석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아빠도 왠지 쫄았는지 서둘러 발길을 돌린다. 아빠도, 나도 저 녀석의 기세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중국이나 일본에 호랑이와 곰이 있다면, 우리 동네 산속의 진짜 왕은 분명 저 녀석이다.

집 없이 거친 야생을 살아가는 저 녀석의 당당한 기개가 한편으론 부럽고, 또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겠나, 나는 오늘도 아빠의 등 뒤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거창한 기개보다는 아빠 뒷모습을 졸졸 따라가는 지금이, 내 견생에선 가장 확실한 안전과 평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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