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상상을 더해 동물 관점에서 쓴 주말 특집 소설 임을 알려 드립니다.
[이슈밸리=주말 문화팀] 대전의 밤공기를 가르고 나간 것은 단지 늑대 ‘늑구’ 한 마리의 발걸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들이 구축한 견고한 질서에 던져진 묵직한 질문이었다.
이름은 '늑구'. 그 정겨운 이름이 매스컴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가자, 각국에서 동물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포식자들은 일제히 숨을 죽이며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동물들에 대한 부러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화상 화면으로 대화하던 러시아산 늑대 보리스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목소리가 떨렸다. "사살이 아니라고? 총 대신 그물과 소시지를 들고 인간들이 포획을 했다는 건가?" 그의 말에 옐로스톤 공원의 늑대 잭이 꼬리를 낮게 흔들며 응답했다.
"미국이었다면 공공의 안전이라는 명목하에 이미 내 미간엔 구멍이 났을 거야. 한국이라는 곳은 대체 어떤 곳이길래 짐승의 목숨을 이토록 고귀하게 다루는 거지? 전 세계 늑대들이 그곳을 부러워하며 울부짖고 있어."
이때 인도의 검은 표범 바기라가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며 끼어들었다. "부러운 건 사실이야. 하지만 형제들이여, 늑구의 탈출은 우리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지네. 그는 자유를 찾아 나갔지만, 그가 마주한 산엔 토끼 한 마리 없었지. 우리처럼 발톱이 무뎌진 존재들에게 야생은 이제 낭만이 아니라 굶주림일 뿐이야."
화상 화면으로 이야기를 듣던 캐나다의 그리즐리 곰이 거구의 몸을 들썩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유가 좋긴 하나, 요즘처럼 먹고살기 힘든 시대에 차라리 정해진 시간에 고기가 나오는 동물원이 낫지 않은가 하는 비겁한 고민이 나를 괴롭히네. 우리는 이미 인간이 주는 안락함에 중독된 걸지도 몰라."
그들의 대화는 치열했다. 아프리카의 사자 레오와 버마 정글의 호랑이는 한국의 사람들이 보여준 그 '지독한 관심'에 경탄하면서도, 돌아갈 곳이 결국 동물원 우리 안이라는 사실에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자유를 포기하고 먹거리를 안전하게 보장받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그것이었다.
뉴욕 맨하튼 초대형 아파트 거실 소파에 누워 이 회의를 지켜보던 말티스와 영국 런던 어느 담벼락 위 고양이는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늑구 형님은 행복할 거야. 적어도 그 땅의 인간들은 늑대를 제거해야 할 괴물이 아니라, 지켜줘야 할 이웃으로 대접했으니까. 자유보다 소중한 건 자신이 잊히지 않는다는 감각이지."
치열한 회의의 끝나고 포식자들은 한결 같이 입을 모았다. 늑구가 넘으려 했던 것은 단순한 철창이 아니라 인간의 냉대였다는 것을.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는 그 냉대를 사랑으로 녹여낸 유일한 성역이었음을 말이다.
전 세계의 동물들은 비록 자신들이 갇혀 있을지언정, 늑구처럼 사랑받으며 포획될 수 있는 그 땅을 향해 부러움 섞인 긴 하울링을 밤하늘에 쏘아 올렸다. 저마다 K동물들이 부럽다는 반응이 여기 저기서 쏟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