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권동혁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풍산 방산부문(탄약사업부) 인수 검토를 전격 중단하면서 국내 방산 산업 재편 시나리오에 제동이 걸렸다. 무기 플랫폼에서 탄약까지 아우르는 ‘완전 수직계열화’ 구상이 일단 멈춰 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9일 공시를 통해 풍산 방산부문 인수 검토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화는 풍산 탄약사업부 매각을 위한 비공개 입찰에 사실상 단독 참여해 최종입찰제안서까지 제출한 상태였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한화는 K9 자주포, 레드백 장갑차 등 무기 플랫폼에 더해 포탄·탄약까지 자체 공급하는 구조를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돼 왔다.
특히 최근 글로벌 전쟁 리스크 확대 속에서 ‘무기+탄약 패키지 수출’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인수 검토 중단 배경에는 가격 부담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풍산 탄약사업부는 국내 유일 대형 탄약 생산 기반을 갖춘 핵심 자산으로, 최근 글로벌 수요 급증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전략적 필요성은 충분했지만, 현 시점에서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았을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글로벌 방산 시장이 사실상 ‘전쟁 특수’ 구간에 진입한 점도 변수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긴장 등으로 탄약 수요가 폭증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몸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지금 인수에 나설 경우 향후 사이클 하락 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탄약 산업 특성상 정책·규제 변수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탄약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군수 품목으로, 특정 대기업이 생산부터 플랫폼까지 모두 장악할 경우 산업 구조 편중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단독 입찰 구도 역시 협상력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매도자인 풍산 측이 가격 주도권을 쥐었을 가능성이 크고, 이 과정에서 양측 간 눈높이 차이를 좁히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경쟁력 강화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탄약 분야 확장 전략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결국 이번 결정은 전략 철회라기보다는 ‘타이밍 조절’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방산 산업이 플랫폼 중심 경쟁에서 탄약을 포함한 통합 패키지 경쟁으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한화가 보다 유리한 조건과 시점을 다시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국내 방산 산업의 새로운 변곡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한 글로벌 투자은행 방산 담당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방산 수출 경쟁력은 개별 무기 성능이 아니라 ‘플랫폼과 탄약을 묶은 공급 능력’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거래 무산은 단기적 후퇴일 수 있지만, 중장기 전략 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