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특별취재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비대칭 전력에 의해 사실상 봉쇄됐다. 미국이 이란 지도부를 참수하고 핵 시설을 무력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해협 인근의 IRGC 전력을 즉각적으로 섬멸하지 않는 배경에는 고도의 경제적·군사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경제의 '대동맥'으로,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핵심 요충지다. 현재 IRGC는 1,500척 이상의 고속 공격정으로 구성된 '모기 함대(Mosquito Fleet)'와 연안 미사일 전력을 동원해 이 통로를 통제하고 있다.
미 해군은 이미 이란의 정규 함정과 드론 항공모함 샤히드 바게리호를 격침하며 해상 우위를 점했으나, 상업적 교통량은 위기 전 대비 70% 급감하며 사실상 기능 마비 상태에 빠졌다.
미국이 본토 타격에는 거침이 없으면서도 해협의 IRGC 보트들을 소탕하지 않는 것은 '전술적 승리'가 가져올 '전략적 재앙'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IRGC를 전면 공격할 경우, 이란은 최후의 카드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유전 시설을 초토화하는 '시나리오 4'를 가동할 위험이 크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유가는 배럴당 $130를 돌파하며 세계 경제는 대공황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즉, 이란은 자신의 석유 수출이 막힌 상황에서 "너도 죽고, 나도 죽자는" 경제적 보복 카드를 쥐고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란은 한 발당 수천 달러에 불과한 샤헤드 드론과 소형 보트를 군집으로 투입해 미군의 고가 요격 미사일(한 발당 수백만 달러) 소모를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소모전'은 미 해군의 탄약 재고를 고갈시켜 항모 전단의 방어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란 혁명수비대 모기 함대(보트)를 격침하는 것은 군사적으로 어렵지 않으나, 그들이 살포한 기뢰를 완벽히 소탕하는 데는 수개월이 걸린다는 관측이 나온다. 단 한 발의 기뢰 가능성만으로도 민간 보험사들은 해역 운항을 거부하기 때문에, IRGC를 "공격하는" 행위 자체가 즉각적인 호르무즈 해방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와 UAE는 이란의 보복 화살이 자신들의 석유 인프라와 민간 도시로 향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이들은 미국에 영공 사용 제한을 요구하는 등 전쟁의 확전을 막기 위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들 동맹국과의 관계 파탄을 막기 위해 해상에서의 대규모 충돌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이란의 숨통은 조이되, 이란이 '자폭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만드는 '전략적 인내'와 '제한적 봉쇄' 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IRGC 내 강경파가 권력을 장악한 상황에서 군사적 괴멸 시도는 오히려 통제 불능의 내전과 더 극단적인 테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는 군사적 소탕이 아닌, 이란 내부의 권력 균형 변화나 중국 등 이해 당사국들의 중재를 통한 외교적 합의 없이는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된다. 미국은 군사적 승리보다 경제적 파국 방지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세계 최강의 군대가 소형 보트를 상대로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는 진정한 이유로 관측된다.
마이클 디바인, 군사 분석가는 외신 인터뷰에서 "이란 해군은 하이테크적인 정교함은 부족하지만, 수천 척의 소형 보트를 동원한 군집(Swarm) 전술로 상대를 압도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는 현대 해군의 정통 교리인 '질적 우위'를 의도적으로 뒤집은 비대칭 전략으로, 미 해군의 정밀 방어 시스템에 심각한 과부하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3대 에너지 완충 전략
미국은 IRGC를 무력으로 공격하는 대신, 시장의 공포를 잠재우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우회적 충격 완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개발금융공사(DFC)를 통해 민간 선사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정치적 리스크 보험'을 제공하라고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다. 이는 IRGC의 위협보다 '보험료 폭등에 따른 운항 중단'이 해협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경제적 대응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은 중동발 공급 쇼크를 상쇄하기 위해 제재 대상이었던 베네수엘라로부터 3,000만~5,0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미국으로 직접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중동 의존도를 강제로 낮추려는 전략적 기동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미국은 국내 휘발유 가격 안정을 위해 약 4억 1,500만 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를 즉각 방출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물리적 충돌보다는 비축유를 통해 시간적 여유를 벌면서 이란의 '에너지 인질극' 효과를 반감시키겠다는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 향후 시장 대응 및 에너지 질서 전망
이에 따라 미국은 향후 IRGC에 대한 전면적 소탕 작전보다는, 미 해군 구축함 8척과 연안전투함 3척 등을 동원한 '선별적 호송 작전(Convoys)'을 통해 상선들의 통행을 재개시키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이는 1980년대 '에너스트 윌 작전(Operation Earnest Will)'과 유사한 방식으로, 적을 완전히 섬멸하기보다 상업적 흐름을 유지시키는 데 방점을 둔다는 전망이다.
결국,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즉각 궤멸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앞서 언급한 정치·군사적 제약 외에도, 현재 가동 중인 우회 수출 경로의 치명적 한계와 이를 보완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긴급 에너지 수습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국제전략문제 연구소 한 관계자는 "중동의 우방국들은 이란 지도부가 약화되는 것을 내심 반길 수 있지만, 그보다 체제 붕괴 이후에 올 극도의 혼란과 불확실성, 그리고 지금보다 더 급진적인 세력이 권력을 잡을 가능성을 훨씬 더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미국의 군사적 행동 범위를 제약하는 핵심 요인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