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산업분석팀] 최근 한국에서는 중국 국적자를 중심으로 한 정보 탈취 사례가 연달아 적발되고 있다. 군 기밀을 돈으로 사겠다며 장병에게 접근하고, 시계형 몰카와 데드드롭까지 활용한 중국 국적 스파이의 군사기밀 탈취 시도가 첫 사례다.
동시에 중국발 스미싱 조직은 청첩장·부고장 메시지를 위장해 1천여 명의 금융정보를 탈취하고 120억 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총책 역시 중국 국적자로, 해외 중국 조직과 긴밀히 연결된 구조였다.
2024년 하반기에는 반도체 분야의 핵심 공정 기술이 중국 기업으로 유출된 혐의로 전직 연구자가 구속되었고, 2025년 들어서는 국내 기업을 상대로 중국 연계 해킹조직이 대규모 고객·시스템 정보를 탈취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기에 최근 쿠팡에서는 퇴사한 중국인 전 직원이 외부 서버로 무단 접근해 3,370만 건의 고객 정보가 노출된 정황까지 확인되며 충격을 더했다.
군·금융·플랫폼을 가리지 않는 중국발 정보유출이 한국 사회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사회 전반이 본격적인 ‘중국발 데이터 리스크 시대’에 진입했다는 경고가 업계와 정보당국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 ‘데이터 밀집국’ 한국… 단 한 번 뚫리면 수천만 건 줄줄 취약성
한국에서 발생하는 정보유출 사건은 이제 단일 기업의 사고를 넘어 ‘국가 단위 리스크’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 배경에는 한국 특유의 데이터 밀집 구조가 자리한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생활·소비·결제·물류·검색이 모두 소수 플랫폼으로 집중되어 있다. 쿠팡·카카오·배달앱·통신사·카드사 등으로 구성된 이 생태계는 국민의 생활 동선 대부분을 전자적 기록으로 남긴다.
이 구조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한 곳만 뚫어도 몇 만이 아니라 수십만, 몇 백만이 아니라 수천만 단위의 정보가 한꺼번에 유출되는 구조”란 것이다.
쿠팡 전직 중국인 직원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대규모 유출 사태는 이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애초 수천 건이라던 유출 규모가 조사 결과 3,370만 건으로 크게 확대된 배경도 바로이 밀집 구조에 있다.
데이터가 국부(國富)가 되는 시대, 한국의 플랫폼 구조는 외부 세력이 침투했을 때 ‘과도한 보상’을 제공하는 보물창고로 변해버렸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 중국은 ‘데이터 패권국’ 노린다… 정보는 돈이며 권력이며 전략 자원
중국발 정보탈취가 반복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중국의 전략을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은 이미 데이터를 단순한 정보가 아닌 자원(resource)으로 규정하고, 이를 통해 경제·산업·안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16년 사이버보안법, 2020년 데이터보안법 제정 이후 중국의 데이터 전략은 더욱 선명해졌다. 정보는 에너지이며, 산업 전략의 소재이고, 국제 경쟁에서 ‘비대칭적 우위’를 창출하는 무기라는 인식이 확고해졌다.
국내 한 정보 분석가는 “한국은 중국 입장에서 가성비 최고의 데이터 공급국이다. 국가 규모는 작지만, 디지털 전환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생활 동선은 대부분 온라인에서 발생하며, 소비·금융·택배·위치 기록이 완전히 전자화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핵심 정보가 소수 기업에 집중되어 있어 공격 한 번에 방대한 양의 고품질 데이터가 확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중국 내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 데이터를 시장 분석, 소비 패턴 파악, 산업 구조 모니터링, 사기·피싱 조직 활용해 왔다. 한국 내 경제 흐름·트래픽 변화 추적 등 다양한 용도에 활용해왔다.
즉, 한국 데이터는 단순한 개인정보가 아니라 중국 입장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은 산업·경제 정보인 셈이다. 여기에 내부자 포섭, 외주·협력사 취약점 공략, 저비용 대량 해킹까지 결합하면서 중국발 정보탈취는 ‘일반 범죄’를 넘어 사실상 경제 정보전의 일부가 되고 있다.
◆ ‘데이터 밀집국 한국’과 ‘데이터 패권 중국’ 충돌하며 정보탈취 가속화
중국발 정보탈취가 유독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이유는 결국 이 두 구조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한국은 데이터가 한곳에 모이는 밀집국이고, 중국은 데이터를 무기화하는 패권국이다.
그 결과 한국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공격 대비 보상률이 높은 데이터 표적국으로 부상했다.
공격자는 단 하나의 취약점만 찾으면 된다. 내부자 접근, 외주 하청, 협력사 시스템, 구형 서버, 취약한 인증 절차 등 어느 하나만 뚫려도 데이터는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온다.
한국 시장의 높은 디지털화 수준은 소비자에게는 편리함이지만, 공격자에게는 ‘대규모 자동화된 수확’을 가능하게 하는 통로다.
중국이 이 구조를 모를 리 없다. 이미 미국·대만·유럽에서도 확인된 전략적 패턴이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관측된다.
내부자 포섭 → 외주 침투 → DB 접근 → 대량 정보 탈취 → 재가공·재판매 또는 산업 정보 활용 이 일련의 흐름은 단순 범죄의 스케일을 넘어선다. 한국은 지금 경제·산업·안보가 동시에 걸린 데이터 전쟁의 전선(前線) 위에 서 있다.
정보학과 한 교수는 “중국발 정보탈취는 한국의 취약성이 아니라 구조적 필연이고 데이터를 지키는 것이 곧 한국의 산업과 국가 경쟁력을 지키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보안관련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디지털화된 국가 중 하나이며, 그 디지털화가 초대형 플랫폼 중심으로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적 특징을 갖는다”면서 “이 구조는 중국의 데이터 패권 전략과 맞물릴 때 가장 위험한 형태의 리스크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기업이 보안을 비용이 아닌 생존으로 인식하는 순간, 비로소 한국은 이 전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