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첫 파기환송…"입증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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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첫 파기환송…"입증 부족"
  • 권동혁 기자
  • 승인 20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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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밸리=권동혁 기자]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받아 항소심에서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법원 판결로 2심 재판을 다시 받게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받아들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한 첫 사례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 이씨는 2015년 11월 병무청으로부터 입영 통지를 받았지만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이유로 입대하지 않았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며 이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1심 선고 이후인 2018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진정하게 성립된 양심을 따른 것이면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라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입영거부 처벌의 예외 사례인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이에 따라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길이 열렸지만, 이씨의 경우에는 신도임을 증명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것이 문제가 됐다.

이씨는 조사과정에서 "침례를 받지는 않았지만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할 수 없으며, 대체복무가 생긴다면 대체복무를 하겠다는 내용의 서한문을 작성해 병무청장을 수신자로 해서 보냈다"고 진술했다.

파기환송 후 1심과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가 아직 침례를 받지 않았지만 이른바 ‘모태신앙’으로 종교생활을 했고 각종 신앙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1심과 2심은 “입영 거부 당시 다른 사람들이 유죄판결로 형 집행을 받는 것을 알면서도 일관되게 병역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2심 판단을 다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씨는 이른바 ‘모태신앙’으로 해당 종교를 믿어 왔다고 하면서도 중요한 의식인 침례를 재판이 끝날 때까지 받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침례를 받지 않은 이유는 물론이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며, 실제 신앙활동을 했는지에 대한 회중(교회)의 사실확인원도 제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법원 무죄판결 후 그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을 파기환송한 최초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이 밝힌 대로 ‘진정한’양심적 병역거부에 해당하는지를 꼼꼼히 따지라는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해당 종교의 교리가 어떠한지, 그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실제로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지, 실제 그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를 비롯해 여러 요소를 충실히 심리하라고 했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같은 심리도 없이 피고인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 하급심에 분명히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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