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주의 청진기] 당뇨병의 치료- ‘당뇨환자의 식사법’ 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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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의 청진기] 당뇨병의 치료- ‘당뇨환자의 식사법’ ⓵
  • 이슈밸리
  • 승인 202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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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슈밸리=이동주 원장] 그동안 당뇨라는 병이 무엇인지, 당뇨의 합병증이 무엇인지 설명하다 보니 온통 우울한 말씀만 드렸던 것 같습니다. 물론 병에 대한 이야기가 즐거울 수는 없겠습니다만 그럴수록 앞으로 이어질 병을 치료하는 이야기는 더욱 희망찬 얘기가 될 것입니다.

김포 해드림 가정의학 이동주 원장
해드림가정의학과의원 소아청소년과
이동주 원장

당뇨라는 병은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혈액 속에 포도당이 과도하게 높아져 혈관에 여러 가지 합병증을 일으키는 병이라고 간략하게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치료는 결국 그 반대로 하면 됩니다. 즉, 혈당을 낮추고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말로는 참 쉬운데 진짜 문제는 ‘어떻게 하면 실질적으로 혈당을 낮추고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게 할 수 있을까’이겠지요.

 이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식사요법, 두 번째는 운동, 그다음이 약 입니다. 앞으로 이 세 가지를 하나씩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순서는 중요함의 순서입니다. 아무리 운동을 많이 해도 식사요법이 되지 않으면 당뇨병을 치료하기 어렵고 어떠한 약도 식사요법과 운동의 효과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제일 중요한 당뇨환자의 식사요법부터 설명하는 것이 당뇨병의 치료를 설명하는 순서에 맞겠습니다. 

 모든 세상 이치가 그러하듯이 기본적인 것이 제일 어렵습니다. 당뇨병의 치료에 있어서 제일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식사요법은 나머지 당뇨병 치료를 다 합한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진료 현장에서도 환자들의 식이 습관의 변화를 만들어내기가 제일 어렵습니다. 

솔직히, 약은 정신만 똑바로 차리고 처방받은 대로 복용하기만 하면 되는데 식이 습관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고 평생동안 몸에 익은 습관이라 바꾸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지금도 인터넷   상에서 당뇨환자의 식사요법이라고 검색해 보면 비슷비슷한 수많은 자료를 볼 수 있지만 이를 몰라서 못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렵다는 점이 당뇨환자 식사요법의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인터넷만 뒤져봐도 알 수 있는 얘기를 여기서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이 글을 통해서는 작은 것이라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몇 가지 식사요법의 원칙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칼로리를 계산해 가며 당뇨 식단을 짜는 분들도 봤고 유행하는 다이어트 방법은 모두 빼놓지 않고 시도해 보는 분들도 봤지만 이런 분들 중에 결과적으로 꾸준히 효과적인 식이습관을 유지하는 분은 보지 못했습니다. 백 가지 지식을 알고 있는 것보다 한가지라도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것이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거창한 것보다 작은 것이라도 꾸준히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식이 습관의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식사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내가 평소에 먹던 음식량을 반으로 줄인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간식과 야식을 줄여야 합니다. 이제부터 음식은 배부를 때까지 먹는 것이 아니라 배고픔이 사라질 때까지만 먹는 것입니다. 뷔폐를 가더라도 처음에는 단백질과 섬유소가 많은 음식을 먹고 그다음에 탄수화물과 지방을 섭취하는 방법으로 최소의 음식량으로 최대의 포만감이 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만큼 무엇을 먹느냐보다 얼마나 먹느냐가 중요합니다. 당뇨에 좋은 음식을 찾아 먹으려는 노력은 음식을 적게 먹으려는 노력보다 상대적으로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처음 당뇨에 진단된 분들 백이면 백 ‘앞으로 뭘 먹어야 하나요’라는 질문부터 하십니다. 당뇨라는 병은 뭘 먹어서 치료하는 병이 아니라 뭘 먹지 않아야 치료되는 병인데도 말입니다. 

 어떤 음식이든 골고루 섭취하고 적정량을 먹는 것이 중요할 뿐 당뇨에 특별한 효과가 있는 음식이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고구마가 당뇨에 좋다고 고구마를 밥보다 더 많이 드시는 분도 봤고 현미밥이 흰쌀밥보다 좋다고 현미밥을 세 그릇씩 드시며 안심하는 분도 봤습니다. 

당뇨 걸렸다고 그때부터 고기를 끊어버려서 영양 불균형이 온 분도 있었고, 과일이 너무 먹고 싶은데도 과일은 혈당 올리는 독이라고 들었다며 안 먹는 분도 있었습니다. 돼지감자, 여주 삶은 물을 하루 종일 싸가지고 다니며 드시는 분도 봤습니다. 

제발 당뇨 걸렸다고 하면 주변에서 당뇨에 뭐가 좋다, 뭐가 안 좋다 하는 음식들에 솔깃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당뇨에 좋다는 건강식품들은 제발 검색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당뇨환자 진료하다 보면 특정 음식과 건강식품으로 치료하겠다고 몸 다 망가져 오시는 분들을 얼마나 많이 보게 되는지 당뇨환자 보는 의사들은 모두 공감할 것입니다. 무슨 음식을 먹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음식이든 적절한 양을 골고루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다만 끊어야 할 음식들, 절제 해야 할 음식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빵을 끊으십시오. 콜라 사이다 과일 주스 같은 음료수, 아이스크림, 과자, 케잌을 끊으십시오. 생각보다 음료수를 입에 달고 다니는 분, 크림 가득한 빵을 못참는 분, 앉은 자리에서 아이스크림 한 통 다 드시는 분 상당히 많습니다. 술도 절제하지 못할 것 같으면 끊으셔야 합니다. 

술 자체를 절제하기도 어렵지만 모든 음식을 절제하지 못하게 하는 큰 원인이 술이기 때문에 정말 한 잔으로 절제할 수 없다면 끊으셔야 합니다. 짠 음식도 절제해야 합니다. 라면은 반 개만 먹고 스프를 반만 넣어서 싱겁게 먹거나 국물은 드시지 않는 절제를 보여주셔야 합니다.
 
숙제가 너무 많으면 아예 안 해버리는 학생들이 생길까봐 정말 최소한의 숙제만 내드렸습니다. 적게 먹고 골고루 규칙적으로 먹되 단 것 끊고 싱겁게 먹고 술 절제해라. 어떻습니까? 이 정도 숙제는 할 만한 숙제 아닙니까? 물론 간단해 보여도 쉽지는 않을 겁니다. 누가 몰라서 못 하나 싶을 것입니다.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당뇨병 치료라는 긴 싸움에서 쓸데없는 노력으로 힘 빼지 마시고 지금 말씀드린 최소한의 숙제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식상한 얘기지만 당뇨라는 병은 의사가 이래라저래라 말은 해 줄 수 있어도 결국에는 환자 스스로 치료해 나가야 하는 병입니다. 환자가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당뇨환자의 식사요법 원칙 중 이것만큼 명확한 원칙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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