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정치] 한동훈 비대위원장 카드?...“급하면 꼬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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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정치] 한동훈 비대위원장 카드?...“급하면 꼬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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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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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슈밸리=윤대우 기자] 내년 총선을 관리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유력 후보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급부상하고 있다. 관록(貫祿)의 전략통 김한길, 국회의원·도지사·장관을 역임한 원희룡을 물리치고 말이다. 하지만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은 대선 후보 2위라는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비정치인 출신의 참신함, 대야 전투력 등을 들어 한 장관이 내년 국민의힘 총선관리의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보수층으로부터 폭넓은 인기를 누리는 그가 중도·부동층을 아우르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장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반면, 비주류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한 장관이 총선관리 및 당 실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공천 과정이나 선대위 운영 등에서 주변으로부터 휘둘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이 될 경우,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수평적’이 아닌 '수직적'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는다.  

한 장관은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뒤를 이어 차기 대권 선호 주자 2위에 올라와 있다. 탄탄한 논리력, 깔끔한 매너, 차분하면서 밀리지 않는 싸움닭 기질을 갖고 있어 여의도 정치판에서도 통할 것이란 평가가 있다.  

내년 총선에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여권이나 대통령실로서는 마땅한 인물이 없는 상황에서 차기 대선보다는 내년 총선이 급한 만큼 한동훈 카드를 먼저 꺼내 쓰려는 것이다. 

다만, 법과 논리, 원칙을 중시하는 검사, 법무부 장관 시절과 달리 여의도 정치판은 융통성, 포용성이 필요한 문화라 과연 한 장관이 이를 잘 소화해 낼지 의문을 품는 기류도 감지된다. 정치인은 당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끌어안아야 하고, 매일 자신을 무시하고 공격했던 민주당 의원들과도 웃으면서 악수를 해야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간 한 장관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 의원의 불편한 질문에 바로바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억울한 것은 절대 못 참는다” “나는 죽어도 지고는 못 산다”라는 이미지를 국민에게 각인(刻印) 시켰다.  

국가 지도자의 인자함, 포용력, 이타성 부분에서는 고개를 절레절레하게 하는 대목이다.  

잘 알려진 바대로 한 장관은 검사 시절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있었다. 최태원 SK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구속했다.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오직 법과 원칙으로 공직 생활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반칙, 뒤집기, 뒷담화, 뒤통수가 늘 일상인 여의도 정치판을 한 장관의 세계관이 과연 잘 수용할 수 있을지, 여의도 맨으로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이들이 많다.

결국 한 장관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듯이 한 장관이 여권 비대위원장을 넘어 차기 여권 대선주자가 되려면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스스로 여의도 정치 경험을 쌓아야 할 시간이 필요하고 국민도 그를 꼼꼼히 살펴볼 시간이 필요하다. 

비대위원장이 되어 내부와 외부에서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정치 모른다고 무시당하는 것보다는 차근차근 한 계단, 한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 것이 필요하다. 한 장관 스스로 “정치, 까짓거 잘하면 되지”라는 근자감이 넘치더라도 지금은 성급하게 덤벼서는 안 된다.   

그런 측면에서 한 장관은 내년 총선에서 비례 대표나 지역구 공천이 맞고 비대위원장은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에게 맡기는 것이 차라리 낫다. 

대통령은 친윤을 통해 자신의 말을 잘 들어줄 인물을 비대위원장에 세우려 김기현 대표의 잔류 혹은 한동훈 장관을 밀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이를 모를 리 없다. 설령 대통령이 원하는 인물을 비대위원장에 세워, 대통령 측근이 대거 국회의원 후보로 나간다 한들 내년 총선애서 승리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반면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지극히 객관적인 눈으로 최근 당에 개혁을 요구해 왔고 깔끔하게 물러났다. 정치적 욕심도 없다. 정치권의 히딩크처럼 어수선한 여권을 차분히 정리시킬 적임자일 것이다. 

사자성어에 욕속부달(欲速不達)이란 말이 있다. 어떤 일을 너무 조급히 하려고 하면 오히려 목적한 것을 이루지 못하고 일을 그르치고 탈이 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인물이 없는 여권이 한동훈 카드를 빨리 쓰면 쓸수록 인물난은 더욱 꼬일 것이다. 급할수록 차분히 가야 장기적으로 더 유리하다. 세상의 모든 이치(理致)가 다 이런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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