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윤대우 선임기자] 아베 정부의 치졸한 경제보복이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를 4일 단행했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안전보장상의 이유’라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번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것을 의심할 사람은 없다.
대상 품목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이다.
우리나라는 플루오드 폴리이미드의 93.7%, 리지스트는 93.7%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에칭가스는 중국산 46.3%, 일본산 43.9%로 중국산 의존도가 다소 높다.
일본의 최첨단 소재를 핵심 부품으로 사용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LG디스플레이 그리고 수많은 부품 협력사 업체들은 이번 일본의 첨단 소재 수출규제에 당황하고 있다. 이는 정치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3~4개월 지속 된다면 한국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반도체 산업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반도체라는 것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 36억명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부품이기 때문에 일본의 결정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도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내 주요 언론사들도 아베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 부품을 수출하는 일본 업체, 한국 반도체를 사용하는 소니-도시바-파나소닉 같은 글로벌 일본 기업에게도 직견탄을 주기 때문이다.
아베의 이번 불장난은 단기적으로는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가 보수층 결집을 노린 것이고 장기적으로 ‘전쟁 가능 국가’를 만들기 위해 사사건건 눈엣가시였던 한국을 손봐야겠다는 굳은 결심이 엿보인다.
따라서, 이번 일본의 경제보복이 몇 달 내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까지 보는 전문가들이 있다.
아뭏튼 일본 정부는 물이든 컵을 엎질렀고 그 컵의 물은 담을 수 없게 됐다. 일본 언론과 세계 언론이 일본을 비판해도 자존심 강한 아베는 이번 경제보복 조치를 당분간 밀고 나갈 공산이 크다. 아베가 얼마나 배짱이 있고 뚝심이 있는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일본의 보복에 한국정부는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에 대해 큰 소리 뻥뻥쳤지만, 몇 일간 청와대-정부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다. 이토록 아무 전략 없이 일본에 맞서려 했는가. 우리정부 입장에서는 “설마, 설마” 했을 것 같다. 국민들은 정부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상황이 이쯤되자, 사태수습은 정부가 아닌, 국민이 나서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도 '일본 경제 제재에 대한 정부의 보복 조치를 요청한다'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국민들 사이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니클로·렉서스·케논·니콘·린나이·ABC마트·데상트 등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일본 제품 리스트가 올라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일본산 불매운동이 과연 얼마나 실행이 될지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다. 과거 한일초계기 갈등 당시에도 일본 관광은 전년보다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경제보복 기사의 댓글에는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마음을 모으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진보와 보수가 하나 되기 힘들다 하더라도, 우리 국민들은 일본의 만행에 대해 진보-보수 남녀노소 한마음으로 이번 사태를 직시하고 있다. 이는 우리 미래와 다음세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다. 중국 사드 보복도 마찬가지다. 어느 누구도 대한민국 국민에게 피해를 주려 한다면, 우리는 뭉치고 하나되어 일어서야 한다.
어려울 때 한마음으로 단합하는 것이 우리 민족의 근성이자 자랑이었다. 한반도 역사상, 왜구들은 600회 이상 침략하여 노략질 해왔다. IMF시절, 우리의 대출만기 연장 요청에, 되레 원금회수 회수해 간 일본이다. 늘 우리의 약점을 파고들었던 일본이다. 하지만 임진왜란, 일제시대 등 일본의 침략에 우리 민족은 절대 굴하지 않았다. 이번 일본의 보복이 군사 공격은 아니지만, 자본이 힘이고 경제가 군사무기 이상 되는 시대 아닌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엄청난 경제 보복을 우리는 눈으로 목도하고 있지 않나?
즉, 일본은 경제보복이란 이름으로 대한민국을 또다시 침략한 것이나 다름없다. 잠자던 대한민국 국민의 콧털을 건드렸으니, 우리 국민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일본산 불매 운동을 넘어서 대일 무역역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수입 다변화와 소재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 상대가 우리를 얕보는 순간, 우리는 과거 뼈 아픈 역사의 아픔이 반복됐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진보와 보수 힘을 모아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나라가 아니라 강자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 줘야한다. 시대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