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사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몇 없는 복심으로 통하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인수위원(기획조정분과)를 갑자기 사퇴했다.
이태규 의원은 대선 직전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단일화에 실무협상을 진행한 인물이다.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의당을 대표해 안 위원장과 함께 인수위원회에 들어가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윤 당선인도 안 위원장과 단일화를 통해 박빙 승부로 대선에서 승리했기에 안 위원장, 나아가 실무를 담당했던 이태규 의원에게 마음의 빚은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인수위 출범 2달도 채 안 돼 이태규 의원이 석연찮은 이유로 인수위 사퇴를 한 것이다. 안철수 위원장이 기자들과 나눈 대화를 빌리면 이태규 의원은 인수위 내부에서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안 위원장은 “여러 가지 과정에서 어려움, 중압감을 말했다”고 한다. 여러 뜻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이는 이태규 의원의 주장이 인수위 내부에서 잘 반영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인수위 내부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인사들 간의 견제가 심했다는 추측이다. 인수위원 24명 가운데 국민의당 측 인사는 그래 봤자 몇 명 안된다.
그렇지않아도 공동정부를 약속했던 윤 당선인이 애초 국민의당 몫으로 갈 것 같았던 행안부와 과기부 자리조차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가 아니었다는 것은 다소 충격적이다.
대선 직전 단일화를 통해 안철수 위원장과 공동정부 출범을 약속한 지가 채 2달이 안 됐는데 벌써 은혜를 잊은 것인가. 애초 일각에서 우려했던 윤석열식 정치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각 명단 중 윤 당선인이 공헌했던 30~40대는 한 명도 없고 여성은 1명뿐이다.
큰일을 하려면 작은 일에 충성해야 하고 소외된 자를 살펴야 한다. 결정적으로 대통령으로 당선에 도움을 준 국민의당의 은헤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윤 당선인이 여러 차례 밝힌 바이다. 안철수 위원장과 이태규 의원의 속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윤석열 당선인은 하루속히 두 사람의 섭섭함을 빨리 보듬어 주고 안철수 위원장의 인사 추천 제안을 적극 반영해 내각을 꾸리시길 당부드린다.
안철수 위원장을 섭섭하게 할 경우, 당연히 공동정부 명분은 사라지고 6월 지방선거, 2년 뒤 국회의원선거, 차기 대권까지 국민의당 간판 후보들이 줄줄이 나올 것이다. 이 경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스텝은 꼬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