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준석 대표에게 절실한 것은 인내(忍耐)와 경청(傾聽) 자세
상태바
[사설] 이준석 대표에게 절실한 것은 인내(忍耐)와 경청(傾聽) 자세
  • 이슈밸리
  • 승인 2021.0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국민의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국민의힘)

 

[이슈밸리=사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 안팎에서 갈수록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고 있다. 36세 젊은 리더의 등장으로 한국 정치사에 새바람이 불긴 했지만, 현실 정치에서 두 달간 그가 보인 리더십은 긍정보다는 부정 평가가 크다. 

이준석 대표는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누구보다 똑똑하고, 누구보다 말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함정이고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대표는 대여 투쟁, 문재인 정부 실정(失政)을 바로 잡으려하기 보단, 당내 대권 후보들, 중진 의원들, 합당이 시급한 야당 대표와 끊임없이 갈등과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당 대표와 대선 후보 간 녹취록을 공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자신과 갈등이 있는 당내 인물에 대해 거침없이 SNS에 비판의 글을 쏟아낸다. 해명의 취지라지만 내용은 상대를 깎아내린다. 당내 최고 다선 정진석 의원을 향해 ‘권력욕을 부추기는 하이에나’라고 조롱했고 중도층 흡수를 위한 안철수 국민의당 협상 건은 물 건너갔다. 

이러한 미디어의 지적에 이 대표는 쉽게 흥분한다. 특히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게 “윤석열 전 검찰총종은 곧 정리된다”란 발언을 해 자신의 당을 발칵 뒤집어 놨다. 그는 아니라고 페이스북에 해명 글을 올렸지만 많은 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이 모든 사달은 이 대표의 말과 글 때문이다. 이는 이슈밸리를 비롯한 많은 매체가 그동안 우려했던 일이다. 잘나갈수록 상대 말을 경청(傾聽)해야 하고 고개를 숙여야 하는데 30대 당 대표에겐 그것이 부족한 모양이다.  

원희룡 전 지사는 “겪으면 겪을수록 (이 대표가) 자아도취 상태에서 아무 얘기도 귀담아듣는 게 없고 말꼬리 잡고 반박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원 전 지사는 “나와도 이렇게 대화할 정도면 윤석열·안철수랑 진행되는 게 저래서였구나 확 감이 왔다”고도 말했다. 원 전 지사는 애초 이준석 대표를 지지했던 인물이다. 

단순히 젊고, 나이가 어려서 문제가 아니다. 남의 말을 듣는 경청이 부족한 것은 자세의 문제다. 이는 본인만 맞고 다른 사람은 다 틀렸다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정치인과 리더의 1순위 전제 조건은 경청인데 이것이 부족하면 어떻게 하라는 건가. 

이 대표는 원희룡 전 지사 폭로 당일 아침 열린 여의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지만, 이례적으로 "할 말 없다"며 모두발언을 생략했다. 

하지만 비공개 회의에서 최고 의원들과 난타전이 있었다고 한다. 반성하는 모습은 잠깐이었던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과 당직자를 겨냥해 말조심하라며 "정신차려야 한다. 경고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배현진 최고의원 역시 이 대표를 향해 “경고한다”라고 응수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상황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란 지적이다.

최근 경선준비위원회 월권 논란을 고리로 자신의 당무 운영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이를 노골적인 당 대표 흔들기로 보고 작심 반격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도 잘못하면 사과를 하는 판에 주변의 지적과 비판을 월권행위와 당 대표 흔들기로 해석한 것이다. 

나이 많은 국회의원들로부터 휘둘리고 싶지 않고,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 가지만, 합리적 지적과 의견을 외면하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다른 사람 말을 진심으로 경청(傾聽) 못 하면 결코 리더가 될 수 없다. 그런 인물이 리더가 되면 국가와 사회를 병들게 한다.  

야당 대표 위치는 때론 억울한 일이 있어도, 말하고 싶어도 참아야 할 자리다. 그런데 이 대표는 조금의 손해나 억울한 일을 참지 못해 일일이 대응하고 반박하다가 일이 커지고 있다. 그것도 당내 대권 후보들과 집안 식구들끼리 말이다. 이준석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忍耐)와 경청(傾聽)의 자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