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압박으로 라면업계 가격 인하는 했지만
상태바
[사설] 정부 압박으로 라면업계 가격 인하는 했지만
  • 이슈밸리
  • 승인 2023.0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 참석해 회의 의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 참석해 회의 의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슈밸리=사설] 농심의 신라면과 새우깡, 삼양식품의 삼양라면과 짜짜로니 등의 제품 가격이 오는 7월 1일부터 인하한다. 정부의 가격 압박에 일단 손을 든 모양새다.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한다고 27일 밝혔다. 소매점 기준 1천원에 판매되는 신라면 한 봉지의 가격은 50원, 1500원인 새우깡은 100원 각각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식품도 내달 1일부터 순차적으로 삼양라면, 짜짜로니, 맛있는 라면, 열무비빔면 등 12개 대표 제품의 가격을 평균 4.7% 인하한다.

농심과 삼양식품은 국민대표 먹거리인 라면과 과자를 제조·판매하는 곳이다. 서민들 시장바구니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식품·유통회사다. 

이들 업체가 여러 사안을 고려해 가격 인하를 결정했겠지만, 한편으로는 정부의 압박에 불가피했다는 측면을 부인하긴 어렵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18일 “라면 업계가 밀가루 가격으로 올렸던 부분에 적정히 내리는 대응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가격 인하 필요성을 제기했다. 

농심과 삼양라면은 부총리 발언 이후 9일 만에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농심은 새우깡을 지난 50여년 간 한번도 가격을 안 내렸고, 신라면은 13년만에 가격을 인하했다. 

부총리 발언 이후 10일도 안 돼 업계가 가격을 내렸다는 것은 그 만큼 정부 압박이 컸다는 것이고 업체는 가격 인하를 급하게 결정했는 관측이 제기된다.  

라면업계의 가격 인하 조치에 대해 일반 소비자들은 환영할 것이다. 단돈, 50원, 100원도 아껴야 할 시대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즉각 반응을 얻게 된 이번 사례가 향후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번번히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농심과 삼양라면 사례를 다른 업종, 분야로 확대하려 할 수 있다. 물가 인상은 국민,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공공물가야 정부가 통제가 가능 하지만 민간분야, 민간기업의 경우 철저히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는데, 당장 국민이 환영하고 소비자들이 반기는 일이라 총선을 앞둔 정부 입장에서도 외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도 ‘완장’을 내세우며 업계에 직간접적 압박을 주는 가격 인하 방식은 근본적 접근 방식은 아니다. 가격담합, 건전한 유통망 점검, 사재기 단속 예방 등으로 합리적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효율적 경쟁을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로부터 각종 세금 혜택을 받았으니 이익을 내놓으라는 압력은 합리적이지 않다. 세제 지원할 때마다 내놓으라면 그게 자유민주주의 국가인가. 라면 업계의 가격 인상은 라면 원가를 제외하고라도 급등한 인건비와 물류비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있기에 정부는 이런 부분도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방만한 재정 규모를 줄이고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방향에는 공감한다. 다만 시장에 직접 개입을 자제하고 정부 스스로도 국민의 세금이 엉뚱하게 새어나가고 있는지를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