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시 ‘무 뽑듯’ 30명 구한 ‘영웅’ 주한미군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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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당시 ‘무 뽑듯’ 30명 구한 ‘영웅’ 주한미군 3명
  • 이슈밸리
  • 승인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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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서 로이드 브라운 용산 케이시 주한 미군 기지 사령관이 이태원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사진출처=연합뉴스)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서 로이드 브라운 용산 케이시 주한 미군 기지 사령관이 이태원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이슈밸리=박지영 기자]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옆의 좁은 골목에서 위험에 빠진 시민 수십 명을 ‘무 뽑듯’ 구조한 뒤 사라진 '영웅'이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주인공은 주한미군 3명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근무하는 미군 자밀 테일러(40), 제롬 오거스타(34), 데인 비타드(32)는 이태원 참사 발생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AFP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참사 상황과 구조 활동을 전했는데, 이들의 인터뷰가 ‘무 뽑듯’ 사람을 구조한 내용과 일치했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충청북도 청주시에 사는 20대 A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6시께 친구 5명과 함께 핼러윈 축제를 즐기고자 이태원 일대를 구경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A씨는 참사가 발생하기 직전 해밀톤호텔 옆 계단으로 이동했다.

A씨는 위쪽에서 밀려오는 인파, 아래에서 올라오는 인파 등에 갇혀버렸다. 결국 버티지 못해 왼쪽으로 넘어졌고 이후 다른 남성 4명에 깔렸다고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15분 가량 현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내심 "이대로 죽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때 건장한 체격의 흑인 남성이 나타나더니 자신의 팔과 겨드랑이를 끌어안고 밭에서 무 뽑듯 자신을 구조했다고 설명했다.

키 182cm, 몸무게 96kg의 건장한 체격인 A씨를 들어 올려 골목 옆 일본 술집으로 옮긴 이 흑인 남성은 다른 외국인 2명과 함께 압사 위기의 사람을 계속해서 구해냈다고 한다.

AFP 인터뷰 내용도 A씨와 일치했다. 이들 3명은 주말 비번을 맞아 핼러윈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다. 당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해밀톤호텔 옆 좁은 골목을 걸었고 양쪽으로 밀려드는 인파에 떠밀려야 했다. 위기감을 느낀 셋은 벽을 타고 간신히 주변 난간으로 피신했지만, 곧바로 벌어진 광경은 참혹했다.

테일러는 “우리가 군중에서 빠져나온 뒤 잠시 후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서로의 위로 쓰러지기 시작했다”며 “모두가 공황 상태에 빠졌고 상황은 더 악화됐다. 비명소리가 모든 소리를 삼켜버렸다”고 그 순간을 회상했다.

세 사람은 즉각 구조에 나섰다. ‘살려달라’ 소리치는 사람들을 인파 속에서 꺼내 근처 상가와 클럽으로 대피시켰다. 도착한 구조대원들이 심폐소생술(CPR)을 할 수 있도록 희생자들을 넓고 안전한 곳으로 끌어내기도 했다. “내 팔과 겨드랑이 쪽을 잡고 들어 올린 뒤 인근 술집에 데려다줬다”는 A씨 증언 속 상황 역시 이때였다.

이들은 밤새 골목 가장자리에 머물며 구조 활동을 이어갔다고 한다. 오거스타는 “물러서라고 소리쳤지만 너무 늦었다”며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비타드도 “좁은 골목에 사람들이 꽉 끼여 있었기 때문에 구조대원들도 쉽게 그들을 구출할 수 없었다”며 “우리는 밤새도록 깔린 사람들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A씨는 이 인터뷰를 지인에게 전달받아 읽고 기사 속 세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살린 은인임을 확신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와 일행이 갇혔던 곳은 골목 중간 위치여서 구조대가 제일 늦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며 “미군들이 그곳에서 적극적으로 구조 활동에 나선 덕분에 인명피해가 줄었다. 그들을 꼭 만나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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