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최대 실적…외국인 수급·고객사 투자 향방 주목
[이슈밸리=한유진 기자]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가 상장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미국 증시가 약세로 마감했다. 인공지능(AI)에 쏟아붓는 막대한 투자금이 충분한 수익으로 돌아오는지를 놓고 시장의 경계심이 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한국 증시도 미국 기술주 약세와 국내 반도체 기업의 이익 증가를 함께 반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파벳은 29일(현지시간) 나스닥 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2.6% 급락한 283.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5000억달러가 사라졌다. 나스닥지수는 약 1.4% 하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약 1.4% 내리며 4거래일 연속 상승을 마감했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검색 사업의 성장세와 AI 투자 부담이었다. 알파벳의 3분기 검색 등 매출은 633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약 12% 증가했지만 시장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검색 유료 클릭 증가율도 전 분기보다 둔화하면서 AI 검색 이용 증가가 기존 광고 수익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현금흐름 부담도 부각됐다. 알파벳의 3분기 잉여현금흐름은 91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03% 증가했음에도 투자자들은 성장 속도와 함께 투자비 회수 가능성을 따지는 모습이다.
다만 이날 미국 시장에서는 업종별 차별화도 나타났다. 대형 기술주가 하락한 반면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는 약 1% 상승했다. AI 관련주의 조정이 시장 전체의 동반 약세로 확산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전략 분석가는 로이터에 AI 투자 논리의 균열이 시장 모든 부문의 균열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AI 관련 종목 이외에도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 증시의 향후 방향은 빅테크가 투자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함께 입증할 수 있는지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커지는 것만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기보다, 실제 매출과 현금 창출 능력이 뒷받침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차별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증시는 미국 기술주 약세가 단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이라는 지지 요인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매출 195조3000억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매출 104조6155억원, 영업이익 83조3338억원을 거뒀다. 두 회사의 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190조원을 넘어섰다. HBM과 서버용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가 실적을 이끌었다.
이는 AI 인프라 투자가 국내 메모리 기업의 이익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주요 고객인 빅테크의 투자 수익성 우려가 실제 주문 축소나 납품 연기로 이어질 경우 향후 실적 전망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알파벳의 주가 하락과 국내 반도체 기업의 주문 변화를 구분해서 살펴야 하는 이유다.
수요의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계약도 확보돼 있다. SK하이닉스는 주요 고객 14곳과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확보한 계약 물량이 2027~2028년 전체 생산능력의 50%를 넘는다고 밝혔다. 다만 계약 가격에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구조가 포함돼 있어 현재의 높은 수익률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4분기에도 반도체 수요 강세와 전사 실적 성장을 예상했다. 총 30조원 규모의 3분기 현금배당과 향후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 역시 투자심리를 뒷받침할 요인이다.
30일 국내 증시는 미국 반도체주 하락의 영향으로 장 초반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후에는 외국인의 현물·선물 매매와 원·달러 환율, 두 회사의 향후 이익 전망 변화가 시장 방향을 판단할 주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실적과 계약 내용을 종합하면 한국 증시는 단기적으로 AI 투자 우려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노출돼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반도체 이익 증가와 주주환원이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상승세의 지속 여부는 이번 분기의 기록적인 성과가 다음 분기에도 이어지는지, 미국 빅테크의 투자가 실제 주문으로 유지되는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로스 메이필드 베어드 투자전략 분석가는 29일 로이터에 “AI 투자 논리에 균열이 생겼다고 해서 시장 모든 부문에 균열이 생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AI 관련주의 조정 속에서도 다른 업종에서는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