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임정은 기자] 인공지능(AI) 안전성과 속도조절론을 둘러싼 논쟁이 미국 정치권의 주요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빅테크 수장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설득해 민간 주도 AI 규제기구 설립안을 무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 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규제기구 설립에 대한 우려를 전달해 해당 안을 보류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최고과학자가 금융산업규제국(FINRA)을 모델로 제안한 민간 주도 규제 및 표준 설정 기구가 세워질 경우 우려를 표했다.
업계가 자금을 출연하는 방식의 해당 기구가 설립되면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등 3대 AI 선두 기업으로 권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고 임원 등 구성원 선발의 불확실성도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몇 주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개별 대화를 나눈 젠슨 황 CEO, 저커버그 CEO, 머스크 CEO는 현 행정부의 가벼운 규제 기류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AI 규제 강도를 두고 수개월째 기류가 양분됐다. 올해 초 앤트로픽이 미토스 모델을 출시한 이후 AI가 국가안보나 주요 인프라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에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콧 배선트 재무장관, 숀 케언크로스 국가사이버국장 등은 정부 차원의 강력한 감독과 가이드라인 강화를 추진했다. 배선트 장관의 보고로 AI 모델 장기 심사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안이 성안돼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앞두기도 했다.
그러나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AI 고과학기술자문위원장 등의 설득으로 서명이 막판 철회되거나 내용이 대폭 축소되는 과정을 거쳤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규제 완화 측의 손을 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AI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병적인 음모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를 반기는 것은 중국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AI에 필요한 유일한 안전장치는 강하고 명석한 대통령뿐"이라며 규제 구상을 일축했고 색스 고문이 진행하고 황 CEO가 출연한 팟캐스트 '올인'에 전화해 힘을 실었다.
미국 AI 업계는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개발 속도조절 필요성을 제기한 이후 찬반으로 갈라졌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허사비스 최고과학자 등이 속도조절론에 동조한 반면, 황 CEO와 저커버그 CEO는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젠슨 황 CEO는 세일즈포스 행사에서 "안전은 최우선 과제이지만 공학적 문제이기도 하다"며 "속도와 안전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커버그 CEO 역시 외부 규제 없이 개별 기업이 적절한 개발 속도를 설정할 능력과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 CEO는 아모데이 주장에 "다리오가 맞다"며 동조하는 반응을 보였으나 실제 AI 사업 차원에서는 속도조절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