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사설] 이재명 대통령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성평등가족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뒤 정치권과 종교·시민사회에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단순히 용 후보자가 국회서 소리 잘 지르는 강성 진보 정치인이어서가 아니다. 그동안 참여하거나 추진해 온 법안들이 군 기강과 가족제도, 태아 생명권, 종교·표현의 자유 등 우리 사회의 근간과 직결된 민감한 사안을 대거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 후보자는 합의된 동성 군인 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를 추진했다. 성인의 사생활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지만 군은 일반 사회와 다르다.
상명하복과 집단생활을 기반으로 하고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의 위계가 엄격하다. 처벌 조항을 없애려면 위력에 의한 관계와 군 시설 내 행위, 지휘체계 훼손 가능성을 차단할 정교한 대체 장치부터 제시해야 한다.
이를 외면한 채 처벌 폐지만 앞세우는 것은 장병 인권 보호를 넘어 군 조직의 질서까지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임신중지 정책도 마찬가지다. 용 후보자는 임신 주수와 허용 사유에 따른 제한을 삭제하고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와 건강보험 적용 등을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과 별개로, 임신 후기 태아의 생명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반드시 필요하다.
법률상 주수 제한을 없애면서 후기 임신중지를 막을 별도의 안전장치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사실상 무제한 허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생활동반자관계법과 포괄적 차별금지법도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다양한 공동체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혼인과 가족의 법적 개념을 우회적으로 바꾸거나, 차별 방지를 이유로 종교적 신념과 정당한 의견 표현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
어느 한쪽의 권리를 확대하면서 다른 국민의 기본권과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밀어내는 정책은 성평등이 아니라 새로운 갈등을 만들 수 있다.
더욱이 용 후보자는 장관에 임명되더라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이 가능하다고 해서 정치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차순위 승계가 가능한 비례대표가 의원직을 유지한 채 장관직까지 맡는다면 국정 전념도와 이해충돌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소수정당의 원내 지위를 지켜야 한다는 사정이 국가 부처의 장관직과 의원직을 동시에 유지할 충분한 명분이 되는지도 의문이다.
청와대는 용 후보자의 청년 상징성과 추진력, 디지털 성범죄 대응 활동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젊다는 사실만으로 청년을 대표할 수 없고, 선명성이 분명하다는 이유만으로 갈등을 조정할 능력까지 입증되는 것도 아니다.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특정 이념과 진영의 요구를 관철하는 자리가 아니라 성별·세대·가족관·종교관이 충돌하는 문제를 조율해야 하는 자리다.
이 대통령은 용 후보자의 지명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가. 범여권 소수정당과의 연대 강화인가, 진보 지지층 결집인가, 아니면 논쟁적인 성평등 정책의 강행인가. 어느 쪽이든 국민 통합보다 정치적 계산이 앞섰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국가의 기본 질서와 국민의 가치관을 크게 뒤흔들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 온 인물을, 사회적 합의를 책임져야 할 장관으로 굳이 임명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용 후보자가 군 기강과 태아 생명권, 가족제도, 종교·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 대통령은 인선을 재고해야 한다.
갈등을 해결해야 할 장관이 오히려 갈등의 진원지가 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정부와 국민 모두가 떠안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