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편집부 칼럼]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면 이번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두고 '잘했다'고 말했을까."
지난 31일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이날 늦은 밤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이런 질문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강력하게 추진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중앙대학교 법학과 후배이기도 하다. 그는 법안 통과 직후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참배하며 이번 개혁을 '노무현 검찰개혁의 완성'이라는 상징적 의미로 부각시켰다.
그러나 봉하마을을 찾았다는 사실과 이번 법안이 곧 '노무현 정신'이라는 평가는 같은 의미가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강하게 추진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가 추구했던 개혁과 현재 민주당이 추진한 보완수사권 폐지가 완전히 같은 제도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추진한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고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데 있었다.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움직이도록 만드는 동시에 검찰과 경찰이 서로 견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면서 경찰의 수사 독자성을 인정했지만, 검찰의 사법적 통제 역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한 분산은 필요하지만 어느 한 기관으로 권한이 과도하게 쏠리는 것도 경계했던 것이다.
반면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수사권뿐 아니라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권까지 원칙적으로 폐지했다. 민주당은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해 검찰 권한을 해체하는 것이 진정한 검찰개혁이라고 설명한다.
두 개혁은 검찰 권한을 줄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는 맞닿아 있지만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참여정부가 권한을 조정하고 견제 장치를 설계하는 데 무게를 뒀다면, 이번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 기능 자체를 제도적으로 없애는 데 더 가까운 개혁이다.
노무현, 진영 요구보다 국익-국민 선택 우선 뚜렷
노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을 돌아보면 이런 차이는 더욱 의미를 갖는다. 그는 진영의 요구보다 국익과 국민의 이익을 우선하는 현실주의적 선택을 여러 차례 했다.
이라크 파병은 당시 진보진영의 거센 반발을 불렀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지지층 내부에서 큰 논란이 있었다. 제주해군기지 추진도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당시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진보진영 정치인들의 왕따를 당했음에도 노 전 대통령은 국가안보와 경제, 장기적인 국익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 정치적 유불리보다 국가 전체에 도움이 되는지를 먼저 따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번 보완수사권 폐지 역시 단순히 검찰 권한을 줄였다는 사실만으로 평가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경찰 수사가 부실할 경우 이를 누가 바로잡을 것인지, 범죄 피해자가 더 신속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 새로운 권한 집중은 생기지 않는지 등 제도가 국민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먼저 살폈을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민주당은 검사의 보완수사가 사실상 경찰 수사를 지배하는 통로가 돼 왔다며 이를 차단해야 진정한 수사·기소 분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사가 직접 부족한 증거를 보완하지 못하면 사건 처리가 지연되거나 경찰 수사의 오류를 바로잡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결국 이번 개혁의 성패는 검찰 권한을 얼마나 줄였느냐가 아니라 국민이 더 공정하고 신속한 형사사법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김용민 의원의 봉하마을 참배는 정치적 상징성은 크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번 법안이 곧 노무현 정신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고 무리하게 연결 지을 수도 없다는 지적이다.
노 전 대통령이 남긴 검찰개혁의 본질은 특정 기관의 권한을 줄이는 것 자체가 아니라 권력을 분산하면서도 국민의 권익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사법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었다.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번 법안을 무조건 칭찬했을 것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그는 "검찰 권한을 얼마나 줄였는가"보다 "국민에게 더 나은 제도가 됐는가"를 먼저 물었을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그랬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