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주의 청진기] 당뇨는 어떤 병인가-풍요 속의 빈곤 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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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의 청진기] 당뇨는 어떤 병인가-풍요 속의 빈곤 ⓵
  • 이슈밸리
  • 승인 202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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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밸리=칼럼] “언제부턴가 이유 없이 피곤하고 살이 빠지더라구요. 몇 개월이 지나도 증상이 좋아지는 것 같지 않아 뭔가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 병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의사는 증상에 대해서 몇 마디 물어보면서 손가락 끝에서 피 한방울로 혈당을 측정하더니 혈당 수치가 200이 넘는다며 당뇨인 것 같다고 내일 아침에 공복으로 와서 피검사를 하자고 했습니다. 

해드림 가정의학과 이동주 원장
해드림 가정의학과 이동주 원장

그 다음 날 밥을 굶고 아침 일찍 병원을 찾아서 채혈을 하고 하루 뒤에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갔더니 당뇨가 맞다면서 처방해주는 약 잘 먹고 한 달 뒤에 보자고 했습니다. 보기만 해도 부담스러운 약 한 보따리 건네받으면서 이거만 잘 먹으면 되는 것인가? 앞으로 난 뭘 해야하는거지? 그런데 당뇨가 대체 뭐지? 왜 치료해야 하는 거지? 떠오르는 수많은 질문들에 아무 대답도 떠오르지 않은 채 당뇨라는 짐덩이를 혼자 지고 세상에 홀로 던져진 것 같은 외로움이 느껴졌습니다”

오늘도 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저에게 다녀가셨지만 혹시 이런 심정으로 당뇨 치료를 받고 계신 분이 있지는 않았을까 스스로 반성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환자들의 입장에서 궁금한 점들을 쉽게 설명해드리는 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이 기회에 최대한 전문적인 내용의 부담감 없이 실질적인 내용으로 당뇨에 대한 설명을 해드리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당뇨에 대한 정보들이 넘쳐나기는 하지만 실제적으로 당뇨 환자분들의 삶에 도움이 될만한 글을 접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선은 당뇨가 무슨 병인지부터 설명을 해야하겠습니다. 사실 당뇨가 무슨 병인지 몰라도 당뇨를 치료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당뇨가 무슨 병인지 몰라도 뭐 나쁜거니까 의사가 치료하라고 하는 거겠지 라고 믿고 치료에 임하면 되긴 하는데 만성 질환의 치료에 있어서는 이렇게 수동적인 자세로 치료에 임하는 것보다는 주체적으로 치료에 동참하는 환자의 자세가 훨씬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당뇨가 무슨 병인지부터 차근차근 알아가면 치료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알고 보면 그렇게 이해 못 할 정도로 어려운 얘기도 아니니까요.

 당뇨라는 병은 한마디로 혈당이 높아지는 병입니다. 여기서 혈당이라는 것은 혈액 속에 포도당이 얼마나 들어있는가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당뇨’라는 말이 한자로 ‘소변이 달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보니 소변에서 포도당이 나오면 당뇨인 줄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는데 소변에서 당이 나오는 것은 맞습니다만 그것은 혈당이 높아진 결과일 뿐이지 당뇨의 본질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당뇨는 소변이 단 병이 아니라 피가 단 병입니다. ‘저 소변에서 거품이 많이 나와요. 저 당뇨인가봐요.’ ‘소변에서 냄새가 나요. 저 당뇨 맞죠?’ 이런 얘기들을 진료실에서 많이 듣게 되는데 부분적으로는 맞을 수 있지만 따지고 보면 당뇨에 대해 정확한 얘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다시 혈당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혈당이라는 것은 혈액 속에 들어있는 포도당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이 포도당이라는 것은 우리 몸에 매우 중요한 영양소입니다. 흔히들 말할 때도 어지럽거나 기운 없을 때 ‘당 떨어진다’라고 얘기를 할 정도로 이 포도당이라는 것은 우리 몸이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에너지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자동차로 따지면 가솔린이고 가전제품으로 따지자면 전기나 다름없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고 생명을 이어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이 포도당이 혈액 속에 넘쳐나는 병이 당뇨병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우리 몸의 에너지원이 되는 포도당이 혈액 속에 넘쳐나는 게 왜 문제가 되는 건가요? 에너지원이 차고 넘치는데 왜 당뇨병 환자들은 기운이 없고 피곤하고 살이 빠지는지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저희 집 앞에는 대보천이라는 하천이 흐릅니다. 대보천은 한강하고 연결되어있고 수문이 있어서 수량을 조절하게 되어있습니다. 이 대보천은 또 논밭으로 가는 작은 수로들과 연결되어 있어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용도로 쓰이는 농업용 하천입니다. 늦은 가을, 겨울에는 수문을 닫아 바닥이 보일 정도이고 한참 농업용수가 많이 필요한 5월쯤에는 수문을 활짝 열어서 대보천에 물이 찰랑찰랑 할 정도로 채워 대보천 주변의 논밭이 대보천이 공급해주는 물로 농사를 짓게 해 줍니다. 

그런데 만약에 대보천에 물이 가득 찼더라도 각각의 논밭으로 가는 수문을 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대보천에 아무리 물이 가득해도 논밭은 여전히 가뭄일 것입니다. 대보천의 농업용수는 차고 넘쳐도 농작물들은 말라비틀어질 것입니다. 당뇨병이라는 상황이 이와 같습니다. 혈액은 포도당을 싣고 온몸을 돌아다니지만 포도당이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려면 각각의 세포들에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혈액 속에 아무리 포도당이 차고 넘쳐도 이 혈당이 세포 속으로 가지 않고 혈액 속에만 머무르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마치 대보천에만 물이 찰랑찰랑하고 정작 논밭은 쩍쩍 갈라지고 있는 상태와 같은 것입니다. ‘풍요 속에 빈곤’이라는 말처럼 정작 포도당이 필요한 세포들은 포도당이 부족해서 말라 죽고 있는데 혈액 속에는 사용되지 못하는 포도당이 차고 넘치는 상태가 바로 당뇨병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당뇨병이 어떤 병인지 알게 되었더라도 여전히 질문은 남습니다. 왜 혈액 속에 차고 넘치는 포도당들이 세포로 가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는 앞에서 말씀드린 비유로 설명하자면 대보천의 물은 가득한데 논밭으로 가는 수문들이 꽉 닫혀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수문을 여는 것에 문제 해결의 열쇠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셨을 것입니다. 여기서 바로 그 유명한 ‘인슐린’이 나옵니다. 당뇨 환자가 아니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그 유명한 인슐린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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