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소방관 순직 화재 원인은...온도제어기 고장과 식용유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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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소방관 순직 화재 원인은...온도제어기 고장과 식용유 가열
  • 박지영 기자
  • 승인 2024.0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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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슈밸리=박지영 기자] 올해 1월 경북 문경에서 소방관 두 명이 순직한 화재는 전기튀김기의 온도제어기 작동 불량 등으로 현장에 쌓여있던 식용유가 가열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경북 문경 순직 사고 합동 조사 결과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월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는 문경의 한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에서 인명 수색에 나섰다가 순직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 31일 오후 7시 35분께 문경의 육가공 공장 3층 전기튀김기에서 불이 시작돼 상부의 식용유(982ℓ) 저장 탱크로 옮겨붙었다.

이후 화염은 반자를 뚫고 천장 속과 실내 전체로 빠르게 확산했다.

화재가 발생한 이유로는 튀김기에 설치된 안전장치인 온도제어기가 고장 나 식용유가 발화점인 383도 이상으로 가열됐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또 사고 발생 이틀 전 공장 관계자가 화재 수신기 경종을 강제 정지시킨 탓에 불이 3층으로 확산한 후에야 이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덕곤 소방청 기획조정관은 "식용유를 이용해 가공하는 공장이다 보니 고온의 환경이 형성되면서 감지기가 가끔 오작동해 비화재경보 방지를 위해 경종을 정지했다고 관계자가 진술했다"며 "경종이 초기에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더 빨리 발견하고 신고해 일찍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사고를 경찰에서 수사하고 있으나 소방시설의 정지 및 폐쇄가 있었으니 관계자들이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공장 벽체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진 점도 불이 급속히 번진 원인으로 분석됐다.

소방당국은 불이 난 육가공 공장 내부에 가연성 물질인 식용유가 있었는지를 알지 못한 채 진압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건물 내부가 벽면으로 나눠져 있을 경우 '구획 화재' 진압절차에 따라 한쪽 방향에서 진입해 연기와 가연성 가스를 빼며 불을 꺼야 했지만, 당시 현장에서는 이런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배덕곤 조정관은 "대원들이 현장 관계자들로부터 식용유 얘기를 듣지 못했고 식용유는 법적으로 관리하는 위험물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상황실에서도 내용 공유를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또 "구획화재 진압의 기본적인 원칙과 좀 맞지 않는다"며 "당시 상황이 급박해 인명구조팀과 진압대가 양측으로 진입했고 화점 확인 중 불이 번지는 것이 보이자 진압하는 과정에서 화마에 휘말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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