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퇴직자 반도체 기술유출...‘전직금지약정’ 손봐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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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퇴직자 반도체 기술유출...‘전직금지약정’ 손봐야 할 때
  • 이슈밸리
  • 승인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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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슈밸리=사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특히 반도체는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한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퇴직한 임직원들이 최첨단 반도체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려 비상이 걸렸다. 

경찰에 따르면 전직 연구원 A씨는 2014년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20나노 D램 반도체 기술 공정도 700여개를 무단 유출해 중국 기업 청두가오전이 제품 개발에 사용하게 한 혐의(산업기술보호법 위반)를 받는다. 그는 앞서 공장 설계도까지 중국으로 넘겼다. 

아울러 경찰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근무했던 임직원 200명이 중국 반도체 회사로 넘어 간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을 빼가는데 가담한 국내 컨설팅 업체와 헤드헌팅 업체가 10곳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2023년 11월까지 해외 기술 유출 적발건수는 116건으로 반도체 39건, 디스플레이 23건, 자동차 10건 등으로 조사됐다.  

해외 기술 유출 피해 추산액은 25조 원인데 처벌 수위가 솜방망이라 155명 가운데 불과 9명 정도가 실형을 받았다. 

국정원에서 발각된 것이 이 정도다. 국내 100대 기업, 중견·중소기업, 스타트기업에서 반도체, 이차전지, 자율주행, AI, 6G, 생명공학, 국방·방산 분야 등에서 이런 식의 기술 유출은 어쩌면 일상화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2024 CES’에 참여한 스타트기업에서 밤샘 연구해 공개한 첨단 기술이 이렇게 유출되면 얼마나 억울하고 팔짝 뛸 일인가. 

외부 스파이나 해킹에 의해 반도체 핵심 기술이 빠져나가면 국정원, 검찰, 경찰이 바로 수사에 들어가지만, 애초 회사에 뼈를 묻겠다고 하던 임원들이 퇴직 이후 유야무야(有耶無耶) 중국 등으로 넘어가 반도체 등 최신 영업비밀, 기술을 넘기는 것에 대한 대응은 마땅치 않다.  

다만, 임직원이 회사에 근무 중이거나 퇴사한 이후 동종업체에 취업하거나 동종업체를 설립하는 것을 제한하는 ‘전직금지약정’이 있긴 하다.

대법원은 지난 2010년 전직금지약정의 효력에 관해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는 헌법의 기본권에 속하다고 판단해 합리적으로 제한하라고 판시한 적 있다. 

직업의 자유를 직접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효력이 무제한 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동종업계 전직 금지조항을 보통은 2~5년 정도로 하고 있다.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가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허물어뜨리면서까지 상위 범위에 있지는 않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 대법원은 전직 금지약정의 기간을 업종별, 분야별로 세분화해, 보다 엄격히 적용해야 할 것이며 산업계가 요구하는 영업비밀, 기술 유출자에 대한 양형기준(실제 처벌 수준)을 높여달라는 요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법의 잣대로 관대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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