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중량급 인사들 PT 문제 없었나?
상태바
[이슈& 분석]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중량급 인사들 PT 문제 없었나?
  • 이슈밸리
  • 승인 2023.1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슈밸리=윤대우 기자] 우리 정부와 부산시민, 재계가 총력을 기울였던 2030년 부산 세계 박람회(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1차 투표에 참여한 총 165개국 중 119개국 표를 얻어 29표를 획득한 한국과 17표에 그친 이탈리아를 여유롭게 따돌리고 개최지로 선정됐다. 

애초 우리나라는 1차 투표에 이어 2차 결선투표를 기대한 상황이라 30표에도 못 미친 결과에 국민의 실망은 컸다. 윤석열 대통령은 “저의 부족 때문이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올림픽, 월드컵 이상의 개최 효과를 얻기에 대통령, 총리, 재계 총수, 부산시장, 부산시민이 밤낮으로 홍보하고 회원국들을 설득했지만 결국 ‘오일머니’가 넘치는 사우디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제는 실패한 이유를 냉정히 분석하고 앞으로의 도전에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때다.  

여러 패인이 있겠지만, 홍보대사들의 최종 PT 실력에는 문제는 없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소위 거물급 인사들이 PT를 직접 했다. 현직 국무총리, 전 UN사무총장, 대기업 회장, 부산시장 등이다. 

이들의 등장만으로 우리나라의 PT에는 무게감이 실렸다. 다만 최종 BIE 회원들을 설득하는 시간에 거물급 인사들이 PT를 직접 한다고 과연 얼마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는지는 되돌아봐야 한다. 

Presentation의 약자인 PT는 말 그대로 발표하는 것이다. 2030 엑스포 유치 같은 중요한 행사 PT에는 국가대표급 PT 선수가 필요했다. 직업과 나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린이도 PT를 잘한다면 참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날 현직 국무총리, 전 UN 사무총장, 부산시장, 대기업 회장은 정성을 다해 회원국을 상대로 PT를 진행했지만 연신 영어 대본을 읽기 위해 1~2초 간격으로 고개를 숙였다. PT를 했다기 보다는 UN 등에서 영어 연설한 느낌이었다. 나승연 홍보대사만이 유일하게 여유롭고 깔끔한 발표 실력을 선보였을 뿐이다. 

외국인들은 상대의 눈을 응시하고 맞추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것이 기본 에티켓이라고 여긴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라도 본다. 그런데 영어 대본을 읽기 위해 연신 회원들과 눈 맞출 기회를 놓쳤다면, 투표를 앞둔 BIE 회원들은 어떠한 생각을 했을까. 

애초 우리나라를 지지하려 했던 나라들도 이번에 상당수가 빠져나갔다고 한다. 국회에서는 정보 부재를 지적하고 PT 영상을 탓하지만, 아무리 ‘오일머니’에 매수돼 본국 훈령을 받고 투표를 한다 하더라도 결국 당일 투표권이 있던 것은 BIE 회원 개개인 이었다.   

이날 무게감,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최종 PT로 나서기보다는 국가 대표급 PT의 천재들이 나섰다면 어떠했을까. 

그들은 영어 대본을 완벽히 숙지하고 무대 중앙까지 걸어 나와 회원들과 하나하나 눈을 맟추며 감정을 실어 논리적이고 여유롭게 부산의 강점을 PT로 풀어냈을 것이다.  

유명 CEO인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팀 쿡, 마크 주커버그, 일론 머스크 등이 기자 회견이나 신제품 소개를 할 때 1초마다 고개를 숙이고 대본을 읽으면서 하는 것을 본 기억은 없다. 그들은 무대 중앙에 나와 청중들과 눈을 맞추며 제품의 강점을 꼼꼼히 알린다. 그것이 PT의 기본이기도 하다. 물론 무대 앞 프롬프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그것도 자연스러울 때 빛이 나는 것이다.   

비단 외국 유명 CEO에서 찾을 필요도 없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신제품 소개할 때 담당 사장들도 무대 중앙에 나와 청중과 호흡한다.  

PT 연사가 여유가 있고 청중의 시선을 응시하며 자신감을 보일 때 제품에 대한 신뢰감이 올라간다. 

물론 아무리 PT를 잘하고 눈을 열심히 맞추고 호흡을 잘했어도 사우디에 이겼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다만, 90표 차라는 어처구니없는 격차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행여 다음 국제대회 유치하는 행사가 있다면 국가대표급 PT의 천재들이 나서길 추천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