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기업·반재벌 정서 없애려면...납품업체 ‘갑질’ 이젠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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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기업·반재벌 정서 없애려면...납품업체 ‘갑질’ 이젠 멈춰야
  • 이슈밸리
  • 승인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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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이슈밸리=사설] 이마트에브리데이가 납품업체에 갑질을 했다는 충격적 소식이 전해졌다.    

전국 어디든 접근이 용이한 곳에 있고 다양한 상품과 깔끔한 상품 진열, 화려한 실내 인테리어로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이 계속 늘고 있는 터였다. 더욱이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은 각종 방송에 나와 어려운 농가를 위해 좋은 일 많이 하기로 소문나지 않았던가.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이마트 계열사인 대형 슈퍼마켓(SSM)으로 2018년 기준 전국에 232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고, 연매출 약 1조 1700억 원의 ‘대규모유통업자’에 해당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마트에브리데이는 2017년 매출액 1조 1130억 3700만원, 2018년 1조 1750억 3800만원, 2019년 1조 2296억 7300만원을 기록했다. 이마트에서 운영하는 다른 SSM으로는 이마트 메트로나 노브랜드 전문점이 있다.

공정위 발표 내용을 보면 이마트에브리데이는 2015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15개 업체에서 ‘직매입 거래’ 방식으로 납품받은 자외선 차단제와 선크림·보온병·아이스박스 등 시즌 상품 중 15만6900개의 제품을 반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품의 재고는 시즌을 넘기면 제값을 받고 팔기가 어렵다.

또 이마트에브리데이는 납품업자에게 계약서도 제때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규 계약은 평균 7~8일, 재계약은 평균 13일이 지나서 계약서를 줬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상품 진열업무 등에 종업원을 파견받을 때 파견조건을 적은 서류를 최소 1일, 최장 77일이 지난 후에 늦게 교부한 것도 드러났다. 대규모유통업법은 유통업자가 납품업자에게 종업원을 파견받을 때는 사전에 파견약정서를 줘야 한다고 규정한다.

물론 이 사건은 3년 지난 사건으로 지금 이마트에브리데이가 과거 관행을 중단하고 정상적이고 원칙적인 거래를 하는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이번 공정위 적발 전까지 이 회사가 해당 납품업체들에게 자발적으로 정상적인 거래를 했을 거라고 보는 소비자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납품업체 대부분은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이다. 경기불황으로 한달 한달 피가 마르는 사업자 입장에선 이마트에브리데이의 요구를 쉽게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물건을 신속하게 많이 판매할 수 있는 곳이고, 회사 운명을 좌우할 생명줄과 같은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공정위 발표처럼 이번 사건은 온오프 대기업 유통업체들 간 경쟁 우위를 치열하게 다투는 상황에서 자사가 직접 부담해야 하는 재고 비용 등을 납품업자에게 떠넘긴 명백한 불공정행위다. 

시대가 변했고 납품업자 갑질에 대해 사회의 예리한 비판적 관찰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갑질이 버젓이 행해진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이 어느 때인데”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비단 이러한 대형 유통업체 갑질 관행이 이마트에브리데이에만 해당 할까?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온·오프 유통전쟁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도 예외는 아닐 것이란 시각도 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적발되면 소비자는 해당 업체에 마음과 지갑을 닫게 된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작고 힘없는 납품업체와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소비자 인식이 강해졌다. 

반기업, 반재벌 정서가 사라지기 위해선 대기업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정직하고 투명한 유통거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당장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소비자와 거래처 마음 떠나는 것을 더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리 매스컴에 나와서 좋은 일 많이 하더라도 갑질 같은 사건이 한번 발생하면 기업 이미지는 치명타를 맞게 된다. “그래도 물건 살 사람은 계속 산다”라고 혹시 생각한다면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겠는가. 힘없고 나약한 납품업체와 소비자를 존중할 때 진짜 존경받는 기업으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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