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윤석열 총장, 결국 사의표명...그는 이미 노련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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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윤석열 총장, 결국 사의표명...그는 이미 노련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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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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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출처=대검찰청)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출처=대검찰청)

 

[이슈밸리=윤대우 편집장] 윤석열 검찰 총장이 4일 오후 2시 대검찰청 현관 앞에서 입장표명을 한다. 사퇴를 표명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윤 총장은 전날(3일)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은 검찰을 무력화하는 것이며 헌법에 위배된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날 윤 총장은 이미 검찰총장직을 사퇴할 마음을 굳혔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동아일보 등 일부 언론에 따르면 윤 총장은 대구 방문 뒤 측근들에게 자신이 그만둬야 (중수청 추진을) 멈추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사퇴를 통해 현재 청와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중수청이 멈춰, 후배 검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은 취지를 밝힐 듯하다. 평소 선후배 관계가 좋고, 의리를 중시한 윤 총장으로서 자신을 희생하며 검찰 조직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온갖 외풍에도 굴하지 않았지만, 검찰 조직이 와해 되는 중수청 추진 앞에 결국 무릎을 꿇는 것이다. 하지만 윤 총장이 사퇴한다고 현 정부의 중수청 추진이 중단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어찌됐건 윤 총장은 현 정부의 소원대로 항복을 취하는 모양새를 취하겠지만, 명분이 분명한 중수청 설립 반대를 외치며 현직 검찰총장이 중도 사퇴할 경우, 정국은 급속히 윤 총장 중심으로 재편되고 야권의 지지세 또한 그를 중심으로 뭉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의 비난 수위는 높아지고 현재 대권 지지도 순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역대 정권은 현직 검찰 총장과 갈등구조를 가급적 피해왔다.  

이날 윤석열 총장이 사퇴하면서 정치 입문을 바로 선언할지, 당분간 쉬면서 생각해보겠다고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윤 총장은 본의 아니게 정국 태풍의 중심이 된다. 이미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들과 여러 차례 갈등을 겪으며 이슈의 중심이 된 바 있다. 

그렇다면 정치를 전혀 안 했던 윤 총장은 대권행보를 순탄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필자는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윤석열 총장 모습에서 그가 이미 정치 입문 수순(手順)을 밟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에게 자기 생각을 어떻게 어필 할지, 지지율을 어떻게 끌어올릴지, 어느 타이밍에 언론이 움직이는지, 언론의 카메라 앵글(피사체 카메라 위치와 렌즈 각도)은 어떤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정치 3~5단쯤 돼야 할 수 있는 모습이다. 

이는 정치 학습을 통한 것이 아닌, 윤 총장 스스로의 정무감각 능력이라 하겠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윤 총장이 정치인에게 필요한 덕목인 인내(忍耐), 어려움을 참고 기다릴 줄 안다는 것이다. 그는 성급하게 말하지 않았고 검찰 이슈가 최고조가 될 때 기다렸다가 핵심을 찔렀다. 중도·보수가 윤 총장에게 환호하는 명분을 만들었다. 

윤 총장은 정치인들의 모호한 습성 또한 몸에 익혔다. ‘정치는 언제 할 것인지’. ‘검찰 사수를 위해 사퇴할 것인지’를 묻는 기자 질문은 피해갔다. 정치 입문 선언으로 발생하게 될 집단 견제를 최대한 늦추자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윤 총장 모습에서 노련한 정치인 그림자가 보인다는 뜻이다. 

2013년 국정원 여론 조작 수사를 폭로하며 정치권으로부터 시달렸던 그는 이미 그때부터 정치를 이해하고 섭렵하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본다. 27년 검사를 해왔던 윤 총장이 과연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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