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 현장속] 일본 대사관, 韓 국민들에게 민폐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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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밸리 현장속] 일본 대사관, 韓 국민들에게 민폐가 된 이유?
  • 윤대우
  • 승인 201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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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경비 강화되면서 건물 입주한 우리국민 엉뚱한 피해
자체 건물부지 있음에도 4년째 신축 안해 건축허가 취소
(사진=이슈밸리ⓒ)
(사진=이슈밸리ⓒ)

[이슈밸리=윤대우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2일 우리 국민들의 불쾌지수는 무더운 날씨를 더해 최악으로 치솟았다.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2004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국에 포함한 이후 15년 만이어서 한-일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을 전망이다. 이슈밸리는 논란의 중심에 선. 일본 대사관을 지난 1, 2일 양일간 직접 찾았다. 

1일, 광화문 하늘은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내릴 기세였다. 큼직한 먹구름 때문인지 세상이 온통 회색 빛깔처럼 보였다. 아베 내각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소식이 일본 언론들로부터 전해진 터라 마음은 더욱 무거웠다. 

이슈밸리의 발이 먼저 닿은 곳은 종로구 중학동에 위치한 구 일본 대사관이었다. 소녀상이 일본 대사관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시위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경찰에게 물어보니, 30분 전까지 1인 시위가 있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빨간색 벽돌로 지어졌던 구 일본 대사관은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옛 대사관 부지에   4년이 지나도록 신축 공사를 시작하지 않아 관할 종로구청이 건축허가를 취소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소녀상과 잦은 시위로 인해, 일본 정부가 신축 건물에 대한 승인을 안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이슈밸리ⓒ)
(사진=이슈밸리ⓒ)

대신, 일본 대사관은 구 대사관 부지 바로 뒤편에 있는 트윈트리타워A 동에 입주해 있다.

건물 입구 앞에는 노란색 차단막이 설치됐고, 경찰들이 겹겹이 좁은 입구를 가로막고 서 있었다. 일일이 건물 출입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들여보내고 있었다. 기자는 별다른 제재 없이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일본 대사관은 건물 몇 개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대사관 8층 입구에는 건장한 체구의 경호원들이 서 있었다. 촬영을 시도하자 경호원들이 가로 막았다. 기자 신분을 밝혔다. 위협적이지는 않았지만, 촬영을 했다간 촬영장비를 빼앗길 기세였다. 제대로 된 촬영 영상을 건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일본 대사관이 입주한 트윈트리타워는 건축가 조병수가 설계한 건물로 지상 17층 지하 8층의 쌍둥이 건물이다. 건물 전체가 통유리로 지어져 있어 이 곳 로얄층에 입주한 일본 대사관 관계자들은 경북궁과 청와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최종 결정한 2일, 일본 대사관을 다시 찾았을 때는 하루 전보다 경찰 병력이 훨씬 많았다. 경찰은 겹겹이 건물을 에워쌌다. 아이러니한 것은 대한민국에 상처를 준 일본을 우리 경찰은 지극 정성으로 보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포털에 하루 전날, 도쿄에 있는 주일 한국 대사관 앞에 일본 경비원 한 명이 긴 막대기를 하나 들고 서 있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날 시민단체들은 일본 대사관 앞에서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1인 릴레이 시위가 진행됐다. 이슈밸리는 이날도 어제 못한 촬영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트윈트리타워 내부로 진입했다.

(사진=이슈밸리ⓒ)
(사진=이슈밸리ⓒ)

곳곳에서 날카로운 눈초리가 느껴졌다. 흰 와이셔츠를 입은 덕에 대사관 직원으로 여겼는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역시 8층에 도착했을 때, 경찰은 촬영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촬영 영상이 특별하지는 않았다. 다만, 건물 내부를 오가는 입주사 직원들과 외부 손님들은 경찰들과 사복 형사들의 차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

한-일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으면서 일본 대사관 앞 시위는 계속될 것이고, 경찰 병력은 철수할 기미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건물 내 입주한 우리 국민들이 일본 대사관으로 인해 엉뚱한 피해를 입게 되는 셈이다. 일부는 과거 80년대 민주화시절 대학교 내 전투경찰이 상주했던 경험을 상기할지도 모른다. 

한해 약 700만명 이상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던 한국인을 고려했을 때 일본 대사관의 영사업무, 비자 발급업무를 처리하기에는 장소가 너무 협소했고 불편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요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등은 광화문, 명동, 시청 주변에 자체 건물이 있다. 엄연한 치외법권 지역이다. 미국 대사관이나 중국 대사관 앞에서도 매일 같이 크고 작은 시위가 열린다. 그곳에도 경비가 삼엄하지만, 이것이 불편해 인근 건물에 입주하지는 않았다.

더욱이 일본은 자신의 치외법권 부지가 있고, 건물만 새로 지으면 될 일이었다. 기어코 입구가 비좁은 건물에 입주해, 그곳에 입주한 우리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일본 대사관이 트윈트리 타워에 언제까지 입주할지, 신축 건물을 언제 지을지 현재로선 알 수가 없다. 이래도 저래도 일본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다. 정말 가깝고도 먼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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