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일부 초교 앞 아예 설치 안 된 곳도
[이슈밸리=윤대우 기자] 서울시청 앞 역주행 사고로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인구 124만 수원특례시와 경기도 화성시와 오산시 일부 학교 교차로에 설치된 ‘길말뚝’(이하 볼라드)과 방호울타리(가드레일)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슈밸리가 지난 5일부터 해당 지역을 심층 취재한 결과 일부 학교 앞 교차로에는 볼라드가 아예 설치가 안 됐거나, 볼라드를 고정시키는 시멘트 매립 부분이 흔들흔들 하는 경우가 많았다. 화성시 한 고교 앞에 설치된 볼라드는 360도 빙빙 돌아갔다. 이번 서울시청 앞 역주행 사고로 문제가 된 방호울타리(가드레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볼라드와 가드레일은 교차로 등에서 차량 진입을 막아주는 교통 시설물이다. 개정된 ‘민식이법’에 따라 차량은 학교 앞 30km로 서행해야 하지만 최근 장마 등 폭우로 도로 면이 미끄럽고 손으로 만져 흔들거려 움직일 정도면 30km 차량이 볼라드와 충돌해도 방어 역할을 제대로 못 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2022년 어린이 보호 구역 교통사고로 사망한 어린이(13세 미만)는 25명이었고 이 가운데 21건이 시속 30km 이하에서 아동 교통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그만큼 인도로 차량 돌진을 막아주는 볼라드와 가드레일 설치 및 보강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슈밸리는 장맛비가 많이 내린 지난 5일 경기도 화성시, 오산시, 수원특례시 일대 학교 사거리에 앞에 설치된 ‘볼라드’와 ‘가드레일’을 집중 취재 점검했다.
우선 경기도 화성시 동탄H 초교 앞 교차로에 설치된 볼라드는 모두 10개였는데 이 가운데 3개 정도가 흔들렸다. 바닥 시멘트 몰탈 부위에 흠이 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볼라드 옆에 보행자용 방호울타리(가드레일)도 흔들거렸다. 사람 손으로 흔들릴 정도라면 만약 어린이 보호구역에 시속 30km 차량이 갑자기 돌진한다면 어린 학생들의 안전은 위협을 받게 된다.
인근 S초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특히 학교 정문 바로 건너편 볼라드 1곳은 많이 흔들렸다. 이곳은 차량 통행량이 유독 많은 곳이고 내리막 경사로라 교차로 4곳에 설치된 볼라드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시되어야 할 상황이다.
초교뿐 아니라 인근 고교 앞 볼라드는 더 심각했다. 학교 앞 버스정류장 앞에 있던 블라도는 360도 빙빙 헛, 돌았다. 이날 취재한 볼라드 가운데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몰탈로 단단히 고정된 것도 있었으나 이처럼 빙빙 돌아간 볼라드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화성시 인근 오산시는 어떨까. 오산 세교지역 한 초교 교차로에 있는 볼라드는 비교적 단단했다. 시멘트 매립 부위에 다시 고무를 단단히 고정해 흔들림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인근 오산시 유명 과학중점고교 교차로에 있는 볼라드는 역시나 흔들거렸다. 이곳은 학생들이 등하교 시 많이 이용하는 교차로 건널목이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수원특례시(124만)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경기남부경찰청과 수원월드컵경기장 사이에 있는 한 초교에는 아예 ‘볼라드’ 자체가 없었다. 특히, 이곳은 내리막 경사도라 차들이 가속도가 붙는 곳이다. 만약, 차량이 급발진이나, 빗길 미끄러짐 등 여러 이유로 인도로 돌진하면 대형 사고로 일어날 수 있어 보였다.
이와 관련 수원시 어린이보호 담당자는 ”울타리 설치는 애초 의무시설이 아닌데 최근 의무화 됐고, 이에 국비 지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수원시는 9km 정도 보호울타리 설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볼라드가 없는 곳을 우선 설치하고 있는 중인데 그렇다고 모든 구간을 하는 것은 아니고 필요한 부분을 검토해서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9km 설치 사업비로 18억 예산을 늦게 받았으며 전체 설치가 아닌 일부 지역 설치를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원시 담당자는 이러한 교차로 어린이 방호 설치 작업이 수원시 내 영통, 광교, 망포 등 신도시와 달리 구도시는 설치가 미흡하다고 밝혔다.
오산시와 화성시 담당자도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오산시 관계자는 “어린이 보호 펜스 등 시설물이 파손되면 유지업체로 연락해 보완 조치가 바로 시행되고 있다”‘면서 “민원이 직접 전화하는 경우 바로 조치하고 오산시 관리 담장자가 직접 순찰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시 담당자도 “20년 가까이 된 노후된 방호 울타리를 교체를 먼저하고 있고 민원이 접수되어야 현장에 나가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올해부터 시설물 실태 점검 조사를 하고 있고 내년부터 본격 정비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어린이 보호구역 교차로에 있는 볼라드의 내구성 기준에 대해 화성시와 오산시 담당자는 자체 판단해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조달청에 올라온 기준에 따라 볼라드를 구매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