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외교] 양다리 외교가 불러온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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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외교] 양다리 외교가 불러온 참사
  • 이슈밸리
  • 승인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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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이슈밸리=윤대우 선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과 미국 뉴욕 순방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영국에선 시간을 제때 못 맞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조문을 취소했고, 일본과는 애원하면서 성사된 정상회담 시간이 겨우 30분에 불과했다. 

이 역시 윤 대통령이 국내 취재진을 피해 일본 기시다 총리 있는 곳을 찾아 논란이 일었다. 더욱이, 호언장담했던 한미 정상회담은 1분이 채 안 된 48초 만남으로 끝나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비속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대통령이 해외순방 경험도 부족하고, 외국 정상을 만난 사례가 없다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이번 윤석열 정부의 해외순방을 주도한 대통령실 안보실장, 외교부 장관, 관련 실국장급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을 경험했던 베테랑 인물들 아닌가. 

영국에서 조문 취소 논란은 단순히 영국의 교통 문제 탓을 들 수는 없다. 미리미리 가서 기다려야 했다. 250개국 정상이 런던에 집결한 상황에서 교통 체증이 불거질 것을 생각 못했다는 것은 직무 유기다. 

일본과의 약식 정상회담도 그렇다.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노력은 이해하지만, 국민 정서상,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가 있는 곳으로 가서 회담할 경우, 이후 있을 국내 비난 여론은 전혀 생각 안 했다는 것인가. 실익이 중요하지, 명분이 뭐가 중요하냐고 굳이 따진다면 이런 질문을 하겠다. “과연 30분간 약식 회담에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 

정부와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고 애써 의미를 부여했는데, 그렇다면 지금까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악화된 것은 전적으로 우리나라의 잘못 때문이었나? 이를 인정한 꼴이 됐다. 더욱이 일본 정부는 회담 직후 “앞으로 양국 정상이 만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라고 뒤통수를 쳤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48초 만남도 미리 예견된 부분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만나면서 지난 8월 방문한 미국의 서열 3위 낸시 펠로시 의장은 외면했다. 중국 서열 3위 인사가 한국을 방문할 때는 성남 공항에 정부 고위 인사들이 즐비하게 나가 극진히 영접했던 반면, 미국의 서열 3위 펠로시 의장이 방문한 공항에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아무도 나가지 않았다. 미국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것을 신경 안 쓸 리가 없다. "중국이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왜 갑자기 서열 3위인사를 한국에 보냈을까" 하는 생각을 우리 외교팀이 해 봤는지 묻고 싶다.   

정권이 바뀌고 미국 편을 확실히 들 것이라 예상했던 윤석열 정부가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미국과 중국에서 양다리 외교를 펼친다는 생각을 바이든 정부와 미 의회가 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대상이 확실치 않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 xx” 논란 보다는 미 정부와 의회는 앞서 말한 미국과 중국의 양다리 외교를 더 불편해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시다 일본 총리가 저렇게 뻣뻣하게 나오는 것도 한국과 미국 관계를 염두 한 것이란 시각이 있다. 과거 일본 정부는 한국과 미국이 관계가 긴밀할 경우 정상회담을 늘 먼저 요구했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 중국 관계에서 앞으로도 모호한 전략을 이끌고 갈 경우, 미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 등 선진국과의 정상 관계에서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NATO, EU 초청 같은 일은 앞으로 없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이러한 미-중 양다리 외교 전략 방침은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 있는 외교라인의 입김 때문일 텐데, 이들에 대한 전면 교체를 하던지, 아니면 이대로 끌고 갈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판단에 달렸다. 

즉,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국 순방의 의미는 단순히 정상 간의 만난 시간과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이면에 미-중 사이 한국의 양다리 외교가 우리의 뜻과 상관없이 서서히 대한민국 외교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 계기가 됐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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