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넷플릭스 위대함과 씁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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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넷플릭스 위대함과 씁쓸함’
  • 이슈밸리
  • 승인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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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슈밸리=윤대우 편집국장] 최근 ‘넷플릭스’의 창업자이자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쓴 『규칙없슴』을 읽었다. 462페이지 두툼한 이 책은 오늘날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혁신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넷플릭스의 현재(8월 30일 기준) 시가총액은 998억달러(134조)로 국내 순위로 평가하면 삼성전자(348조) 다음 2위에 해당한다. LG에너지솔루션(109조), SK하이닉스(67조), LG화학(42조), 현대차(41조), 포스코홀딩스(21조)를 모두 앞선다. 

25년 전 DVD 대여 서비스를 전문으로 했던 회사가 짧은 기간 내 이렇게 성장한 배경은 무엇인지, 나라와 기업을 운영 하는 데 도움이 될까, 눈에 들어온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책장을 넘긴지 얼마 안 돼, 다소 놀란 대목은 넷플릭스는 CEO를 비롯해 임원들이 전 세계 글로벌 매니저들에게 공개적 피드백을 받는 점이다.  

어쩌다 한두 번 자리를 마련하는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CEO가 매니저들 앞에서 점잖게 지적을 받는다. 말이 점잖은 자리지, 임직원이 CEO에게 충고, 직언하는 자리다.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CEO 리드는 이 자리를 아예 회사문화로 정착시켰고 본인 스스로 이 자리를 즐긴다고 한다. 

심지어 리드는 컨퍼런스 기조연설이 끝나면, 의례 부정적 피드백을 받는다. 단순히 CEO가 “내공이 세구나”하는 정도를 넘어 “기업 소통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CEO들은 임직원들에게 충성을 강요하고 무한대 ‘Yes’만을 듣고 싶어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CEO들에게 잘못 고언 했다간 회사를 오래 다니지는 못한 사례는 부지기수(不知其數)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이런 불편한 자리를 규칙적으로 진행한다. 넷플릭스는 솔직한 피드백을 권장할 뿐만 아니라 피드백을 자주 하라고 독려한다. 불편한 지적을 적극 수용하는 문화인데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런 기업 문화가 가능할까 생각했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CEO 등 소위 최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주변인들로부터 솔직한 피드백을 권장하고 비판을 수용(受用)하면 어떤 조직이든 성장하지 않을 수가 없을 듯하다. 전제는 공개적으로 비판받을 용기다. 

또, 넷플릭스는 회사 경비를 제한 없이 사용한다. 다만 그 경비 사용의 기준은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냐는 것이다. 가령, 회사 말단 직원이 동부 뉴욕에서 다음 날 아침 서부 LA로 건너가 사업설명회 PPT를 해야 하는 데 몸이 너무 피곤하다면, 비행기 퍼스트클래스 예약도 가능하다. 심지어 경비 확인도 안 한다고 한다. 반면 회사의 중역이라도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이코노미클래스를 이용한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경비 제한도 확인도 없다.  

이 회사는 휴가 규정이 따로 없다. 가령 한 직원은 브라질 아마존 여행을 한 달 동안 다녀오거나 또 다른 부서의 직원은 스위스 여행을 7주간 다녀온다고 한다. 그런데 휴가 내용을 특별히 보고하지도 않는다. 세상 이런 회사가 어디 있을까. 

넷플릭스의 이런 휴가 문화는 성공을 거뒀고 회사 내 인재들이 휴가 기간에 얻은 창의,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업무에 적용한다. 넷플릭스의 중요한 사업의 약 70%는 직원들이 휴가 기간 얻은 아이디어로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전제는 CEO가 모범을 보여야 하고, 유능한 직원들 간의 신뢰가 담보되어야 한다.  

넷플릭스는 투명성을 무기로 삼는 회사다. 분기 보고서 발표 직전, 중요한 재무 상황을 전체 직원에게 공개하는 실리콘밸리 내 유일한 상장사다. 넷플릭스 같은 큰 회사에서 회사 재무제표를 공시 전에 직원에게 미리 알려주면 혹 주가와 주주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금까지 중요한 재무 정보가 밖으로 새어나간 적도 없지만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불미스러운 사례였다고 뒷수습을 한 뒤 계속 투명성을 유지할 것이란다. CEO가 임직원을 철저히 신뢰할 때 가능한 일이다.  

한 가지 섬뜩한 것은 책 내용에는 직원 해고 내용이 제법 많이 등장한다는 점. CEO 리드는 걸핏하면 직원 해고했다는 것을 자랑하듯 써놓았다. 실제로 지난 6월 실적 부진을 이유로 전체 직원의 4% 해당하는 300명을 해고했다. 물론 합리적이고 타당한 절차로 진행했다고 넷플릭스는 설명한다. 노동의 유연성이 경직된 우리나라 기업 문화에선 납득이 쉽지 않은 대목이다. 

정리하자면, 부드럽고 유연한 기업 문화 속 창의와 창조 혁신이 따르고 투명한 재무제표 공개를 통해 직원들은 회사에 신뢰감 소속감을 높여간다. 휴가 일정과 회사 경비의 규정을 없애면서 유능한 인재들이 넷플릭스에 몰려든다. CEO가 공개석상에서 임직원들에게 지적을 받으면서 회사 내 솔직한 피드백 문화가 정착돼 혁신으로 이어진다.   

이 모든 게 가능한 이유는 넷플릭스의 유능한 인재 밀도 덕분이라고 책은 소개한다. 인재들이 모여 있으니, 회사는 알아서 잘 돌아간다는 뜻이다. 

사장이 실수를 인정하면 회사 전반에 과감한 혁신이 생기고 사장이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면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 리더가 실패를 인정하고 공개하면 직원들은 용기를 갖고 모험을 한다. 다만 사장은 유능해야 한다는 선행조건이 있다.  

이렇게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는 넷플릭스는 현재 우리나라 SK브로드밴드와 2년째 소송 중이다. 인터넷망을 공짜로 사용하면서 돈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오징어 게임’ ‘D.P’ ‘지옥’ 등을 만든 국내 제작사에 저작권과 판권이 없다는 점도 씁쓸함을 갖게 한다. 아쉽고 씁쓸함으로 끝나면 안 되고 넷플릭스를 이기려는  방법은 없을까. 넷플릭스를 따라잡기 위해 애쓰는 국내 OTT 업체가 이 회사의 문화를 한가지라도 따라 해보면 어떨까. 앞서 우리 회사부터 한번 해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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