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처구니없는 “비 좀 왔으면, 사진 잘 나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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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처구니없는 “비 좀 왔으면, 사진 잘 나오게”
  • 이슈밸리
  • 승인 20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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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민의힘)
(사진=국민의힘)

 


[이슈밸리=사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11일 동료 의원들과 수해 복구 자원봉사 현장에서 한 발언이 큰 논란을 일으켰다.  

김 의원은 이날 봉사활동 전 면장갑을 끼며 기자들 앞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했다.

당시 김 의원 양옆에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임이자 의원이 있었는데, 권 대표는 김 의원 말을 듣자 고개를 돌렸고, 임 의원은 김 의원의 발언에 팔을 찰싹 때리는 모습도 화면에 잡혔다.

해당 발언이 일파만파(一波萬波) 번지자 김 의원은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엄중한 시기에 경솔하고 사려 깊지 못했다"며 "깊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공개 사과를 했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다. 평소 김성원 의원을 잘 모르던 사람도 이날 발언을 듣고 포털에서 이름 석 자를 검색해 봤을 것이다. 어떤 인물이고 그동안 국회에서 무엇을 했는지 말이다. 

더욱이 이날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수재민들의 참담한 심정을 놓치지 말고, 장난치거나 농담하거나 사진 찍는 일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입단속'을 한 상태였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수해 현장에서 얼마나 사고를 쳤으면, 비대위원장이 이런 주문을 했겠나. 그런 가운데서도 김성원 의원은 기자들 앞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었다.  

아마도 동료 의원들이나 국민의힘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날 김 의원의 실언을 단순 해프닝 정도, 실수로 판단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수해로 낙심하는 국민을 살피는 자리에서 사진 한 장 잘 찍어 홍보에 도움 됐으면 하는 생각 자체로 자질 논란을 피하긴 힘들어 보인다.    

이러한 크고 작은 실수가 쌓이면서 현재 국회의원들은 우리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지난 2003년부터 한국사회과학자료원이 진행해온 한국종합사회조사뿐만 아니라 여타 다른 조사에서도 늘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

국회의원 신뢰도 꼴찌는 2018년 11월 3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정부신뢰 제고’ 발표자료, 2017 사회통합실태조사(한국행정연구원), 리얼미터에서 발표한 ‘2018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조사 결과 등등 모든 조사자료에서 꼴찌로 나타났다.

최근 여야 의원들은 산적한 민생문제 해결은 뒷전으로 하고 50여일간 일도 하지 않았는데 세비 1285만원을 받아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수해로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은 수재민들은 김 의원의 말을 듣고 가슴이 찢어졌을 것이다. 국회의원은 직업의 특성상 대중 앞에서 말을 많이 해야 하지만, 말을 지혜롭게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6시간동안 수해 복구 현장에서 구슬 땀을 흘렸지만 김 의원 실언으로 빛이 바랬다는 평가다.   

김 의원은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 앞에 엎드려 사죄드린다"면서 연신 고개를 숙였지만 이미 컵에 든 물은 엎질러졌다. 설망어검 (舌芒於劍)이란 사자성어는 이래서 생겼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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