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펠로시 안 만나는 尹 대통령..中 눈치보기인가
상태바
[사설] 펠로시 안 만나는 尹 대통령..中 눈치보기인가
  • 이슈밸리
  • 승인 2022.0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출처=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출처=대통령실)

 


[이슈밸리=사설] 대만 방문으로 전 세계 이목을 끌었던 낸시 펠로시 의장이 어젯밤 한국에 도착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5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했고, 중국의 살벌한 경고에도 대만을 전격 방문했다. 인물난에 허덕이는 미국 민주당은 펠로시 의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차기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인물이란 뜻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의 권력 서열 3위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는다고 한다. 휴가를 이유로 들었다. 윤 대통령의 올여름 휴가지가 멀리 경남 거제나, 전남 여수라면 몰라도 윤 대통령은 현재 펠로시 의장이 머물 서울 모처에서 불과 1시간도 안 되는 서초동 사저에 있다. 즉,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을 일부러 외면하는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각국 정상을 만났거나 만날 예정이다. 대만 차이잉원 총통은 물론이고 싱가포르 리센룽 총리, 말레시아 이스마일 사브리 야곱 총리를 만났다. 한국 다음 방문지인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국민 대다수는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휴가를 핑계로 펠로시 의장을 안 만나는 것은 중국 눈치보기로 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 진보 정권도 아닌, 보수 정권에서 이런 경우는 이례적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액은 전체 수출총액의 25.3%에 이른다. 최근 대중국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대중국 수출이 막히고, 다양한 경제-문화 보복을 예상해 윤 대통령은 대만을 방문한 펠로시 의장을 의도적으로 안 만난다고 보인다. 

하지만 가치(명분)와 실익을 저울질할 때, 국가의 방향과 정치는 가치를 따라야 하지 않겠나.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목적은 대만의 자유민주주를 지지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의 지향점 아닌가.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이나 외쳤다. 

다른 일도 아닌, 대만의 자유민주주의를 응원한 미국 서열 3위 인물을 외면하고 안 만난다면 미국 행정부와 정치권이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어떻게 보겠나. 

대통령실 누리집에 올라온 윤 대통령의 각국 외교사절 면담 사진을 보면 윤 대통령은 각국의 서열 순위에서 한참 밀려난 인사를 여럿 만났다. 서열 20위권 밖인 중국 싱하이밍 대사와도 종종 만났다. 

정상의 세일즈 외교가 중시되는 시대,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상대국의 권력서열이 낮은 인사도 만날 수도 있다. 그것이 문제는 아니다. 

다만, 과거, 현재, 미래에도 대한민국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칠 미국 권력 3위 인사를 안 만난 것은 대단한 판단 착오란 것이다. 펠로시 의장 본인도 섭섭하겠지만, 펠로시 의장의 이번 아시아 순방을 지지한 조 바이든 대통령, 부통령, 국무부, 국방부 장관, 미 의회 상·하원 의원들이 이번 윤 대통령의 펠로시 의장 ‘패싱’을 두고두고 기억할 것 같다. 

서초동에서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은 2시간 정도 시간을 내서라도 펠로시 의장을 반드시 만나길 바란다. 대통령에게 국익보다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