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 일부러 넘어뜨려 죽게 한 한심한 KBS 대하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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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말’ 일부러 넘어뜨려 죽게 한 한심한 KBS 대하사극
  • 이슈밸리
  • 승인 202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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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슈밸리=사설] 국민의 방송 KBS가 동물 학대 논란으로 집중 비난을 받고 있다.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에서 1초 장면을 찍기 위해 뛰어가는 말의 두 앞발을 와이어로 묶어 넘어지게 했기 때문이다. 해당 말은 땅바닥에 꼬꾸라지면서 목이 90도로 꺾여 큰 상처를 입었고 1주일 뒤 죽었다. 

소식을 접한 동물단체들과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동물단체는 "와이어를 사용해 말을 꼬꾸라뜨리는 촬영 기법은 미국에서는 1939년 이후로 금기화됐다"며 "이런 기법이 2022년에 우리나라 공영 방송의 드라마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는 게 정말 놀라울 따름"이라고 진노했다.

실제로 1925년 영화 ‘벤허’는 전차 경주 촬영을 위해 말 200마리가 동원됐는데 이 중 말 150마리가 죽었다. 서부영화 ‘제시 제임스’에서는 주인공과 말이 20m 절벽 아래로 떨어져 익사했고 또 다른 서부극 ‘역마차’에서는 말이 넘어지는 장면을 찍기 위해 쇠사슬을 사용했는데 말 120마리 가운데 25마리가 몰사했다. 두 영화 모두 1939년에 제작됐다. 이를 계기로 미국에서는 동물학대 논란이 크게 일었고 줄을 사용해 말을 넘어뜨리는 장면을 금기시켰다. 

1995년 영화 ‘브레이브 하트’ 등에서는 수많은 말이 넘어지는 장면이 나왔지만 대부분 가짜 말을 사용해 촬영했다. 전 세계 모든 영화에서 이처럼 동물윤리를 철저히 지키며 영화를 촬영하는지는 확인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애견인구 1000만 명 시대, 강아지 고양이는 물론 모든 동물의 생명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흐름에 반하여 500kg 되는 커다란 말을 일부러 넘어뜨려 촬영하려 한 KBS의 시도 자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란 지적이다.   

더욱이 KBS는 그동안 숱한 대하사극을 제작해 왔던 방송사다. 이러한 와이어 장면 기법은 비단 이번뿐만은 아닐 것이라 추측한다. 동물단체가 이번 사건을 수사기관에 정식 고발한 상태라 향후 경찰과 검찰이 관련 사항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 기대한다. 

최첨단 CG, AI 등이 촬영 기법으로 활용되는 요즘, 80년 전 중단됐다는 촬영방식을 국민의 방송 KBS에서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가 없다. 그 많은 예산과 수신료로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KBS의 1년 예산은 약 1조 4000억 원이고 이중 6500억 원 정도가 수신료 징수로 거둬들이고 있다. 방송법 제64조를 보면 텔레비전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사에 그 수상기를 등록하고 텔레비전방송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BS 수신료는 대통령이 관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KBS도 ‘개승자’를 비롯해 자연 다큐멘터리와 ‘동물의 왕국’ 같은 좋은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다만, 자연과 동물을 존중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방영하는 KBS에서 이번 ‘말 낙마’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싫으나 좋으나 우리 국민은 KBS에 수신료를 내야 하고, KBS는 더 유익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할 책임이 있다. 제작 과정 역시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고 배려와 존중의 촬영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정권 눈치 보기 급급한 KBS가 아니라 진정 국민의 눈높이를 헤아릴 수 있는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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