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용진 부회장의 ‘표현의 자유’와 ‘경영자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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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정용진 부회장의 ‘표현의 자유’와 ‘경영자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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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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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사진출처=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사진출처=신세계그룹)

 

 

윤대우 발행인 겸 편집인
윤대우 발행인 겸 편집인

[이슈밸리=윤대우 편집장]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해온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인스타그램에 ‘멸공’이란 단어를 연이어 올리며 우리 사회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멸공’ 논란은 특히 정치권에서 핫 이슈가 됐다. 북한과 중국을 늘 의식하는 여당 국회의원들과 인사들은 정 부회장을 직·간접적으로 비판했고 미국 바라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야권 인사들은 정 부회장을 두둔하고 옹호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가뜩이나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서로 공격하기 바쁜 상황에서 정용진 부회장 ‘멸공’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온 나라가 때 아닌 이념논쟁으로 사분오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 부회장 사태를 보면서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과 ‘경영자의 책임’을 떠올리게 된다. 정 부회장은 엄연히 자유대한민국에서 태어나 표현의 자유를 갖고 있다. 헌법 제21조 1항에 보장된 자유다. 따라서 여권 인사들은 정 부회장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본인과 생각이 다르다 하여 상대방을 무조건 억누르고 입 다물게 한다면 그 자체는 군부독재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요 중국, 북한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가뜩이나 말 안 하기로 유명한 대한민국 기업 오너들이 이번 일로 입을 꾹, 다물게 된다면 성공에 목말라하는 우리 청소년·청년 세대에게 득이 될 게 없다. 일례로 미국이나 유렵의 유명한 CEO들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입장을 거침없이 밝히고 원하는 정당에 가입해 대외적으로 알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비난을 받지는 않는다.       
 
‘표현의 자유’만을 놓고 본다면 정 부회장은 크게 잘못이 없다. 공교롭게도 정 부회장이 우려 한 대로 북한은 새해 들어 연속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반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대외적으로 한반도 리스크를 높이는 계기를 만들어 정 부회장 말처럼 경영자를 더욱 불편하게 하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다만, 경영자의 책임 측면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한국의 특수한 경영환경을 늘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재계 선배들이 하고 싶은 말을 잘 안 했던 이유, 인터뷰를 꺼려 왔던 이유는 그가 뱉은 말 한마디가 끼치는 영향력 때문이었다. 그 이유를 알았기에 말을 아껴왔던 것이다.  

이는 이마트 노조가 자세히 설명해 준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지난 12일 "기업인 용진이형은 멸공도 좋지만 본인이 해온 사업을 먼저 돌아보라"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조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 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 여파가 수만 명의 신세계, 이마트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도 미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말 '자유인'이며 '핵인싸'이고자 한다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인 스스로 기업인이라 한다면 이제 그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그간 사업가로서의 걸어온 발자취를 한번 돌아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마트 노조 말처럼 회사 주가와 주주들, 나아가 임직원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하고 싶은 말을 가려서 해야 하고 멈춰야 한다. 마음속에 있는 말을 일일이 다 꺼내면 안된다는 뜻이다. 정 부회장은 임직원을 책임져야 하는 공인이다.  

노조입장에서는 정 부회장이 회사에 긍정적인 역할을 끼치길 원할 것이다. 정 부회장으로 인해 고객들이 마트·백화점을 많이 방문해 물건이 잘 팔리고, 기업 가치가 쑥쑥 올라가 직원들 복지가 좋아지길 원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 등은 우리 사회 깊숙이 잠재됐던 이데올로기를 꺼내면서 좌우로 갈라 놓고 있다. 한 개인의 발언이라면 쉽게 끝날 일이겠지만 재계 순위 11위 부회장의 발언이라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정 부회장은 ‘멸공’ 대상으로 북한을 지목했다지만 상식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두게 된다. 이마트·신세계는 중국의 다양한 품목과 러시아산 수산물을 수입해 팔고 있으며 이들 나라와 크고 작은 교류를 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정부가 정 부회장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행여 이마트·신세계에 보복을 가할지 우려된다.   

그동안 러시아는 한국 기업을 상대로 큰 보복은 없었지만 잘 알다시피, 중국은 오랜기간 사드보복으로 우리 기업을 힘들게 했다. ‘경영자 책임’ 관점에서 정 부회장은 이마트·신세계 임직원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고려해야 한다.  

정 부회장이 앞으로 ‘표현의 자유’와 ‘경영자 책임’이란 사이에서 지혜롭게 처신하길 바랄 뿐이다. 그렇다고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그의 당당한 모습은 언제나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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