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우의 밀러터리] 美·濠에 열받은 佛, 韓 핵잠수함 협력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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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우의 밀러터리] 美·濠에 열받은 佛, 韓 핵잠수함 협력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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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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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톤급 잠수함 안창호함 (사진출처=청와대)
3000톤급 잠수함 안창호함 (사진출처=청와대)

 


[이슈밸리=윤대우 편집장] 미국과 영국, 호주가 공동으로 새로운 안보동맹체 '오커스'(AUKUS)를 구축하면서 호주는 650억달러(약 77조원) 규모의 프랑스 재래식 잠수함 주문을 취소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청와대 격인 엘리제궁은 발칵 뒤집혔다. 

프랑스는 이들 오커스 주재 자국 대사를 전격 소환하고 호주에 경제 제재를 예고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한 프랑스 대사가 우리나라에 핵폐기물 재처리 기술을 비롯한 국방기술 협력을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추석을 앞둔 지난 17일 필립 르포르 한국 주재 프랑스 대사는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국방무관과 함께 이례적으로 약 1시간가량 기자간담회를 열고 호주 핵잠수함 계약 취소 문제를 항의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대사는 뜬금없이 한국에 핵폐기물 재처리 기술은 물론 핵잠수함 기술 제공 가능성을 언급했다. 

르포르 대사는 "프랑스는 당연히 한국과 핵폐기물 재처리 기술 등의 거래·협력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면서 "프랑스는 군사 기술에서도 핵잠수함과 항공모함 건조까지 모든 기술을 모두 가지고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우리 군의 숙원사업인 원자력 잠수함 기술을 이전해 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그는 "이(핵폐기물 재처리 기술)는 민수용이기에 (논의) 범위가 다르긴 하다"며 여지를 남기면서도 "프랑스는 관련 기술 분야에서 유일무이한 국가"라고 재차 피력했다.

르포르 대사는 이어서 "핵잠수함과 관련한 모든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와 미국뿐"이라고 설명하며 "핵잠수함부터 항공모함까지 미국의 기술은 어느 것도 필요 없다"고 자국 군사력 능력을 강조했다.  

3000톤급 실전배치와 3600톤급 잠수함 건조를 시작한 우리나라는 향후 원자력 잠수함 개발을 본격화할 경우, 프랑스의 바라쿠다급과 유사한 기술적 특징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때마침 주한 프랑스 대사가 직접 한국에 핵잠수함 기술 이전을 언급한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바라쿠다급은 핵무기 개발 우려를 해소하고 고농축 우라늄 사용을 제한하는 한미 원자력 협정에 어긋나지 않아 한국의 입장을 난처하지 않게 하는데 유리하다. 

핵잠수함을 건조하려면 연료로 사용할 20% 미만의 저농축 핵연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2015년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에 따라 우리나라는 우라늄을 20%까지 농축해 핵연료를 조달할 수 있지만 '평화적 이용'이라는 단서가 달려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자체 원자로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프랑스 도움 없이도 우리는 독자 설계한 한국형 중소형원자로(SMART)인 잠수함용 스마트원자로가 있다. 스마트원자로는 러시아 기술 지원을 바탕으로 1997년 개발에 착수해 2012년 세계최초로 만들었다. 

한국에너지공단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원자로는 특성상 원자로 냉각제 배관 파손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없고 일반 원전대비 안전성이 높다. 건설비용이 저렴(약 1조원)하고 건설 기간이 짧다(36개월)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원자력 잠수함은 90% 이상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하지만, 저농축 우라늄으로도 원자로를 돌리는 건 가능하다고 말한다. 고농축 우라늄일 때와 달리 교체주기가 필요할 뿐이지만 핵연료 조달 문제만 해결된다면 우리나라도 원자력 잠수함 보유국이 되는 게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와 관련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농축도 20%의 원자로는 30~40년간 연료 교체가 필요 없다”면서 “상업용 원자로 수준인 농축도 3.5%의 우라늄 원자로는 최소 10년을 간다”고 예상했다.

즉, 욕심을 버리고 4%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 원자로를 이용하면 10년간 연료 걱정 없는 원자력 잠수함을 바로 건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제대로 열 받은 프랑스 대사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을 끌어 들이기 위해 원자력 잠수함 이슈를 꺼냈지만, 실현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프랑스는 과거에도 이런 제한을 종종 했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프랑스는 1866년 병인양요 당시 약탈했던 '외교장각 의궤'와 '직지심체요절' 등 문화재를 여전히 우리나라에 반환하지 않고 있다.  

어찌 됐건 우리나라는 언제라도 자체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미국은 호주만 예외 사항이라면서 다른 나라의 원자력 잠수함 건조에 제동을 걸었지만,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을 어떻게 활용할지,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바이든 정부로서 미사일 중량·사거리 제한 해제에 이어 머지않아 원자력 잠수함 사용제한까지 풀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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