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가 자꾸 놓치는 정치의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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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가 자꾸 놓치는 정치의 타이밍
  • 이슈밸리
  • 승인 2021.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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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진출처=이슈밸리)
청와대 (사진출처=이슈밸리)

 

[이슈밸리=사설] 29일 하루, 청와대에서는 많은 일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소 신뢰했던 사람 중 한 명인, 김상조 정책실장이 경질됐고 후임에 이호승 경제수석이 임명됐다. 

경질 이유는 김 실장이 주도했던 ‘임대차 3법(계약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 이틀 전, 본인 소유 청담동 아파트 전세값을 전세금 상한제 5%가 넘는 14.1%(1억2000만원)의 차익을 남긴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오후 2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유·불리 따지지 말고 부동산 부패의 근본을 뿌리 뽑으라고 지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존 합동특별수사본부 인력을 2배 확대해 1500명 이상으로 하고,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500명 이상의 검사, 수사관을 투입하기로 했다.

청와대의 이날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조급함이 엿보였다. 사회정의, 공정실현을 위한 명분이 깔려 있지만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 안 했다고 볼 수 없다. 

현재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야권 오세훈 후보는 여권 박영선 후보를 10~15% 이상 따돌리고 있고 부산에서는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를 15~20% 이상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날 발표된 대권 지지율 조사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여권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에 5~10%p 앞서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여론 조사에서는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모든 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60%대를 넘어섰다. 청와대로서는 설마 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잇따라 터져나온 셈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어느 날 불쑥 찾아온 것이 아니다. 집권 4년간 조국-추미애 사태, 검찰 편파 인사, 인천공항 직고용 사태, 가덕도 신공항 예타 면제, 부동산 정책실패, 민주화 운동 셀프 특혜, 전세값 폭등, LH 땅 투기, 북한·중국 눈치보기 등의 종합적 국민의 평가다. 

청와대 입장에선 이런 국민의 분노가 수그러들길 바라겠지만, 한번 굳어진 마음이 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검찰을 불신하고 모든 수사권을 없애려 했던 청와대가 느닷없이 검사 수백 명을 동원해 부동산 부패 근절 수사에 투입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청와대는 애초 LH 부동산 투기 사건에 검찰을 배제했다. 자기를 믿지 않고 버리겠다는 상관의 지시를 과연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과연 동기부여가 될지.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품어볼 의문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믿어야할 조직은 버리고 버려할 인사는 데리고 가는 앞뒤 안맞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 인사 청문회를 통해 향후 문제소지가 발생할 인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을 무시했고 청와대는 기어코 임명을 강행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리하게 임명한 공직자를 통해 국정에 위기가 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조국·추미애·김현미·변창흠 장관이 그랬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작년 12월 30일 김종호 민정수석·노영민 비서실장과 함께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지만 문 대통령은 김 실장의 사표만 수리하지 않았다. 버스 떠나고 손드는 격과 다르지 않다. 

미리 손 쓸수 있는 시간은 늘 충분히 있었다. 야당, 시민단체, 언론에서 줄기차게 문제를 제기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사안에 침묵하거나 뒷짐 지고, 외면하거나 얼렁뚱땅 넘어갔다. 

이런 무거운 움직임은 선거를 앞두고서야 적극 나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런데 국민 보기엔 모든 것이 한템포, 아니 두~세템포 늦어 보인다. 한두번 실수는 넘어가지만 그 실수가 계속 쌓여가면 결국 신뢰를 잃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열렬히 환영하고 지지했던 20, 40대가 마음을 돌리고, 각종 지역 여성맘 카페가 지지를 철회하고 있는 현상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정치는 타이밍이라고 하는데 청와대와 여당은 그 타이밍을 자꾸 놓친다. 타이밍을 놓치는 이유는 잘 귀담아 듣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과 언론의 쓴소리를 겉으로 듣는척하나, 그것을 마음을 새기지 않을 때, 행동하지 않을 때 결국 국민의 정권 심판 분위기는 갈수록 커지게 돼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국민의 소리를 듣고 행하라. 

청와대·여당은 주변 지지층의 소리만 듣지 말고 포털 기사에 달린 신랄한 국민 비판 내용을 한번 읽으시라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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